팀장인데 팀원은 없습니다 - 7
팀장 C는 매년 사주를 봤다.
올해의 운이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곧 다가올 좋은 운을 또 한 번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재물운이 크게 들어오겠네요. 한 32~34세쯤?"
팀장 C가 팀원이던 20대 시절, 사주를 보러 가면 공통적으로 듣던 말이었다. 1명이 아닌 여러 명의 역술가들이 한 말은 신빙성이 있었고, 내색 않던 팀장 C도 내심 자신의 30대 초반이 궁금해지곤 했다. 그렇게 재물운에 대한 말을 들을 때면 어김없이 어린 시절 기억도 떠올랐다.
C가 7살이던 때, 백화점 식료품점에서 열렸던 황금열쇠 이벤트.
열쇠 뭉치 중 하나를 골라 유리 박스 자물쇠를 열면 그 안에 있는 경품을 가져가는 이벤트였다. C의 엄마는 C의 작은 손에 열쇠 뭉치를 넘겼고, C는 무심하게 열쇠 하나를 골라 문을 열었다.
...딸깍, 와!!
유리 박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울려 퍼지던 환호성, 엄마의 희열 넘치는 표정. C는 3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 순간이 또렷이 기억난다. 그 박스 안에 있었던 건 돈도 아닌 수박 한 통이었지만, 무심코 집은 열쇠가 황금 열쇠가 되는 순간은 C의 기억 속에 마치 영광처럼 남아 있었다.
어린 시절 C에게 쥐어진 황금 열쇠가 수박을 안겨다 줬다면
30대 초반 C에게 쥐어질 황금 열쇠는 그 보다 더 큰돈을 안겨다 줄 것이다.
(역술가들의 말에 따르자면)
그런데,
운명이 뒤틀리기라도 한 걸까. 역술가들이 얘기한 '30대 초반'을 훌쩍 지난 중반, 재물운은 기미도 보이질 않았다. 사주는 재미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던 C는 심각하게 고민도 해봤다.
'중간에 휴직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그때 그 소개팅을 거절해서? 눈 트임을 하면 앞 길이 더 확 트일 거라고 했는데 그걸 안 해서 앞길이 막혀버렸나?'
별 우스운 생각을 하는 본인이 가당찮기도 했지만 정말이지 한 순간의 선택 때문에 재물운이 달아났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이차저차 복잡한 마음을 안고 올해 초, C는 어김없이 사주 집을 찾았다. '어딘가에 재물운 건더기라도 붙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부산에서 용하다는 그 역술가 분은 C의 기대를 폭삭 주저앉혀 버렸다.
"성실함을 타고났어요. 일복이 많아요."
조금이라도 붙어 있을 재물운을 확인받고 싶었던 C였기에 실망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 역술가가 말하기를, C와 같은 면모가 본인에게도 있어서, 몸이 힘들어도 예약 손님을 모조리 다 받는다고 했다. 돈을 벌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 일을 해내야만 하는 본인의 운명이라 했다. 일을 할수록 손님들은 더 많아지고 몸은 더 힘들어지는데, 멈출 수 없다고. 마치 몸이 힘들어도 야근을 불사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때 이후로 C는 사주를 뚝 끊었다. '일이 많았지 일복이 많은 건 아니에요'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 역술가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주변으로부터 늘 성실하다는 말을 듣곤 하는 C는 자신의 성실함 때문에 피곤한 적이 많았고, 성실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도 성실한 스스로를 발견해 힘든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 재물운이 언제 나타날진 모르겠다만 성실함을 타고났다면 그건 그대로 좋은 일이다.
C는 아무래도 마지막 역술가의 말이 맞는 것 같으니, 성실하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성실하게 살아가는데 왜 자꾸 돈은 없고
왜 자꾸 몸은 힘들까.
성실함의 방향이 오직 회사를 향해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그렇다면 성실함의 방향을 내 인생으로 돌려보자.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내 인생이 충만해지는 것들을 찾아내서
그것들을 더 성실히 해내자.
[팀장인데 팀원은 없습니다]
7화) 돈 대신 성실함을 타고 난 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