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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구의 삶 Sep 20. 2022

고맙다는 말이 불편할 때

팀장인데 팀원은 없습니다 - 3

눈꽃치즈 철판돈가스 정식 16,500원

먹을까 말까... 먹을까?


4일간의 전시회 중 3일을 고민했다. 사람들에 치여가며 일하는 일정에서 2만 원에 가까운 점심을 먹기엔 괜히 아까워 매번 지나쳤던 C였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니까 하며 눈여겨뒀던 돈가스를 주문했다.


정갈하게 갈린 치즈가루가 소복이 쌓인 돈가스를 한 입 먹으며, '음 생각보다 별로네' 생각하는 찰나, C의 휴대폰이 울리고 대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팀장님!! 제품 넣을 쇼핑백이 어딨죠?"



전화로 한참을 설명해도 안 되니 결국 챙긴 사람이 나설 수밖에. C는 따뜻한 돈가스와 가방을 그대로 둔 채 급히 가게 문을 나섰다. 뛰기 시작하려는데 주인아저씨가 고함을 지르며 황급히 C를 세우셨다.

  

"이봐요! 이봐요!! 어디 가요!! 계산은 하고 나가야지!!"


누구를 먹튀로 보나, 순간 욱하는 마음에 

"아직 안 먹었어요! 저기 가방 놔뒀어요!" 하고는 전시장으로 뛰어갔다. 


가는 도중 아차 싶었다. 계산도 안 한 손님이 가게와 한참 멀어지는 걸 보고는 어느 주인이 가만히 있겠는가. C는 따뜻한 돈가스를 뒤로하고, 난생처음 먹튀로 의심을 받으며, 앉아있던 손님들의 시선까지 한 몸에 받은 채, 전시장으로 뛰어가는 이 순간이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했다. 


"아 팀장님 내가 찾았어요! 고마워요!"


도착했을 땐 이미 급한 불이 꺼진 상태였고, 대표는 C에게 고맙다고 했다. 어떤 상황을 뒤로하고 왔는지 대표가 알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C는 울컥함이 올라와 가슴 가득 뜨뜻해지는 기운을 느꼈다. 이런 적이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언제든 눌러도 되는 호출벨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억누르고 돈가스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연신 죄송하다고 말했다. 넋이 나간 얼굴에 아저씨도 마음이 풀리셨는지, 돈가스가 다 식어서 어쩌냐며 양념을 새롭게 가져다주신다. 이 양념은 조금 따뜻할 거라고.


다시 한 입 먹고 씹으려는데 목구멍이 턱 하니 막혀 넘어가질 않는다. C는 아무래도 대표가 좀 전에 한 말 '고마워요'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언제부턴가 대표의 고맙다는 말이 마음속으로 소화되지 못하고 둥둥 떠다녔기 때문이었다. 불편했다. 회사의 상황을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하는 대표를 속이는 것 같아 불편했고(실은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고맙다고 얘기하면 C는 회사에 더 충실할 거라 대표가 착각하는 것만 같아 불편했다.


그래도 이따 배고프면 안 된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몇 점을 더 먹고는 나왔다. 아무리 따뜻한 양념이라도 돈가스는 이미 차게 식어버린 후였다. C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누가 어떤 말을 해주더라도, 이 마음이 추스러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팀장인데 팀원은 없습니다]

1화) 팀장인데 팀원은 없습니다

2화) 6년째 연봉 동결이라고요?

3화) 고맙다는 말이 불편할 때

4화) 90년생 그들과 80년생 C는 달랐다 

5화) 30대 중반, 가난이 훅 들어왔다.

6화) 착한 팀장은 해롭다. 

7화) 돈 대신 성실함을 타고 난 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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