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인데 팀원은 없습니다 - 5
"가난하게 컸어?"
"네??"
"하도 잘 참아서"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보다 '가난'이라는 단어가 C를 훅 치고 들어왔다. C는 마치 자신의 치부를 들킨 것처럼 얼얼해져 다음 서사에 집중하지 못했다.
<작은 아씨들>에서 가난한 그녀들이 사는 집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샷시는 낡았고, 대문은 옛날 알루미늄 문이다. 올해 초 금액에 맞춰 이사한 C의 전셋집도 상황이 비슷했다. 아직 도어록도 달지 않은 대문을 바라보며, C는 자신의 삶에서 자주 가난을 느꼈다.
어렸을 땐 부족함 없이 자랐고 한창 회사생활을 할 때도 돈 걱정은 한 적이 없었기에 생각지도 않았던 가난이었다. 그런데 30대 중반이 되고부터는, 그 생경한 가난이라는 것이 이따금씩 치고 들어와 힘을 쭉 빼놓곤 했다. 이를테면 이럴 때였다.
- 즐겨 가던 라면 집 가격이 불과 6개월 만에 2,500원이 올랐는데,
연봉은 3년째 동결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직시할 때
- 이사를 갈수록 더 안 좋은 상태의 집을 선택하게 될 때
- 부모님의 고장 난 냉장고를 바꾸는 데 보탬이 되지 못할 때
- 사람들이 말하는 최소 자본금에 비해 전재산이 턱없이 부족할 때
- 자본금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회사생활에 긴 시간이 묶여야 한다는 결론이 날 때
'가난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여 몸과 마음이 괴로운 상태에 있다'인데, C의 마음이 꼭 그랬다. 누군가는 진짜 가난을 몰라서 그런 거라 손가락질할 수도 있다. 월급도 따박따박 나오고 의식주 문제없는데 오버하는 거 아니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C는 갑작스레 목돈이 필요한 상황을 대처할 능력이 없는 현재가 '가난하다'라고 느낀다. 지금 이대로라면 5년 뒤, 10년 뒤 더 가난해질 것 같아 괴로운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몸과 마음이 괴로운 상태는 출퇴근 시간에 극대화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꼼짝없이 회사에 묶여 버리는 시간. 퇴근 후에는 하루 종일 쌓인 피로에 묶여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게 되는 시간. 가난을 탈피할 시간이 없는 일상.
순식간에 지나간 하루 끝, C는 오늘도 어김없이 유튜브를 켠다.
'이렇게만 딱 3개월 해보세요. 달라집니다. 요즘 얼마나 돈 벌기 쉬운 시대입니까?'
발길을 유혹하는 입간판처럼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썸네일들의 전쟁. 유튜브를 보다 보면 누구나 월 천만 원을 벌고, 누구나 돈 잘 버는 일타강사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0분, 30분, 1시간... C는 유튜브의 무한 알고리즘에 빠져들며 이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한 부류는 월 천만 원을 달성한 자, 한 부류는 그와는 별개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자.
C는 그 중간에 서서 군침만 흘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실은 몇 개월 전만 해도 그들이 얘기하는 돈 잘 버는 방법을 시도해 봤던 C다. 오픈마켓 장사도 해봤고, 인스타 계정도 키워보려 했었고, 수공예품도 만들어 봤었다. 다들 그렇게 최소 월 천만 원을 벌었다고 하니 C도 그 성공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인생이 그렇게 쉽진 않을 텐데 하면서도 발등에 불 떨어진 심경의 C는 그 말들을 믿고 싶었던 거다. 당연히 착각이었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지만 성공의 이면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C는 10번의 실패를 해보자고 다짐했다. 어느 유명 유튜버는 월급 200도 안 됐던 회사를 나와 월 억 단위 자산가가 되지 않았는가. 부족한 연봉이 그 시발점이 됐다면 C도 동기부여는 충분했다. 팀원도 없고 3년째 연봉 인상도 없으니까. 그러니 이 가난을 뚫을 때까지 묵묵히 해보자.
오늘은 많이 고단한 하루였으니 일단 잠부터 자고.
[팀장인데 팀원은 없습니다]
5화) 30대 중반, 가난이 훅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