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연애가 힘들까. 뭐가 문제야?

'좋은 사람'이 아니라, '맞는 사람'을 찾기로 했다

by 미라쌤

발리에서 한 달을 사는 동안 끊임없이 검색을 했다.


마사지를 받을 때도, 점심 식당을 고를 때도, 요가 수업을 찾을 때도. 메뉴는 어떤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후기와 평점은 어떤지 하나하나 따졌다.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나의 여행을 실시간으로 채점하는 것 같았다. 즐기기 위해 온 발리에서조차, 나는 또 다른 긴장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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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연애도 그랬다. ‘이 사람이 과연 좋은 사람일까?’를 따지고 분석했다. 결혼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인지, 흠은 없는지, 내 삶에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이별을 하고 발리에 온 뒤로, 왜 나만 연애가 힘든지에 대해 깊이 사유했다. 과거를 회상해보니, 이건 사람을 사랑하려는 게 아니라, 스펙을 검토하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발리에서 실패 없는 여행을 하듯, 실패 없는 연애를 꿈꾸는 내 태도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과연 그게 가능이나 한 일일까?



한 번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자다가 남편이 화장실 가느라 일어났어요. 제 발이 차가워서 수면 양말을 신겨주고 자더라고요.”

“제 남편은 아무리 싸워도 먹는 건 항상 제 입에 먼저 넣어줘요.”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다. 하지만 곱씹을수록 마음이 따뜻해졌다. 결혼을 잘했다는 확신은 거창한 이벤트나 완벽한 조건에서 오는 게 아니었다. 이런 사소한 순간들, 나를 배려하고 챙겨주는 작은 행동에서 오는 것이었다. 나는 늘 ‘완성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이미 좋은 성격을 갖고 있고, 이미 삶의 태도가 성숙한 사람, 이미 검증된 인생을 살아온 사람. 하지만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 나조차도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결국,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미완성인 두 사람이 함께 변화하고, 함께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찾던 ‘좋은 사람’은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내 일상에 따뜻함을 더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기꺼이 나의 부족함을 안아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


완벽하려는 강박,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하면서 깨달았다. 내가 오랫동안 연애와 결혼 앞에서 망설였던 건 마음의 결핍 때문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무너질까 봐 두려운 삶’을 살아왔다. 14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전라도 시골의 할머니 집에서 보낸 외로운 학창 시절이 있었다. 그 후엔 정신적 학대를 했던 새엄마와 함께한 서울 생활 그리고 다시 친엄마와의 재회가 있었다.


삶은 늘 변화했고, 사람은 늘 달라졌으며, 나는 항상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런 경험은 나도 모르게 하나의 무의식을 만들었다.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려면, 완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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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결혼이란, 단순한 사랑의 결실이 아니었다.



그건 나에게 ‘다시는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집’을 짓는 일이었다. 그러니 조건이 중요했다. 대화가 잘 통하고, 가치관이 비슷하고, 감정기복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고, 시댁과의 관계도 무탈해야 했고, 경제적으로도 성실해야 했다.


사랑은 어느새 조건 검증이 되었고, 연애는 시험이 되었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아니라, 기준표를 들고 채점하는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내 안의 '완벽한 결혼'이라는 그림은 점점 더 이상적인 형태로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 그림에 맞지 않는 사람은, 내 곁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발리에서 완벽한 하루 하루를 만들려던 것처럼, 나는 연애마저도 실패 없는 여행처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지치는 방식이었다. 사랑은 설계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감정은 성적표로 나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발리에서 혼자인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허함이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공허함 속에서 평온을 발견했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니, 내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잔뜩 찾았다. 새벽에 일어나 요가를 하는 것, 그 고요함 속에서 사유하는 것, 스릴 넘치는 영화를 보는 것, 마음 평온에 관한 책을 읽는 것, 열대 과일 중 빨간 용과와 파인애플을 가장 맛있어 하는 것! 혼자 있는 동안 나는 나를 알아갔다.


나는 정확히 알게 되었다. 나에게 연애와 결혼이란? 지금껏 나는 ‘좋은 사람’을 찾느라 바빴지만, 정작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은 적이 없었다. 나이가 주는 사회적 압박도 있었지만, 두려움 때문에 결혼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컸다. 이제 결혼은 내게 ‘완벽한 사람을 만나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해도 좋은 일’이 되어야만 한다. 연애는 실패 없는 여행이 아니라, 그저 서로의 결을 알아가며 천천히 흘러가는 여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렇다면 과연 '나와 잘 맞는 사람'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이젠 좋은 사람보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고 싶어요.
당신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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