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승무원을 버리다

by 미라쌤

몸과 마음의 신경 가소성을 알게 된 계기는 바로 내가 필라테스 강사를 하면서 몸에 대해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필라테스 강사가 된 계기는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돈이 아까워서였다.


승무원으로 재직 당시 나는 비행기 사고를 당했었다. 그 이후, 내 몸 여기저기가 아팠다. 병원에서 검사를 하면 멀쩡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시달렸다. 시도 때도 없이 어깨가 저릿하고 허리와 목이 불편했다. 밤에는 팔과 다리가 저려서 잠을 푹 잘 수가 없었다. 내가 이 말을 하니 친구가 필라테스라를 해보라고 권하였다. 재활운동이라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개인 레슨의 비용은 상당히 비쌌다. 나는 그때, 비행을 하지 않아 기본급밖에 받지 못하던 때라 망설여졌다. 하지만 내 몸의 통증이 사라진다면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제발 하루라도 편하게 생활하고 푹 자고 싶었다.


운동강사로 이직하다

필라테스로 개인 레슨을 받아보니 조금 나아지는 거 같기는 한데, 내가 지불하는 비용만큼의 대가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선생님이 내 어깨에 대해 말해주고 허리에 대해 말해주니 좋은 운동 같았다. 20회가 넘어가는 찰나에 돈이 아깝기도 하고 내 몸의 통증이 사라지질 않아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내 몸에 대해 내가 직접 공부해야겠다 싶어 필라 테스 지도자 과정을 등록했다. 처음에 등록했던 몇 백만 원이면 되는 줄 알았는데 공부하다 보니 교육 비용이 점점 늘어났다.


지도자 과정을 모두 이수하는 데 있어 천만 원이 훨씬 넘는 비용이 들었다. 개인 레슨 비용이 비싸서 내가 직접 배워보겠다고 한 것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되었다. 처음엔 호기심 반, 답답한 마음 반에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비용이 점점 늘어나니 돈의 가치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밤낮으로 공부했다.


그때 난 승무원으로 일하던 때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살고 있었다. 영어로 된 책으로 공부하고 인도네시아어를 쓰는 선생님께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수업 시간에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책 한 귀퉁이에 적어놓고 쉬는 시간에 사전을 찾았다. 인도네시아어에서 영어로 영어에서 한글로 찾아가며 단어부터 하나씩 알아갔다.


이렇게 공부하니 사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내 몸을 알아가는 게 재미있었다. 뼈와 근육의 이름을 외우고, 세포와 막들이 어떻게 내 몸을 구성하는지 공부했다. 마치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무엇이 내 몸을 구성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습관과 체형을 바라봤다. 통증이 있던 내 몸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씩 풀리면서 평생 답답하던 가슴의 응어리도 풀어지는 것 같았다. 공부하는 과정에서 지식으로 찬 내 머리가 아닌 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 내 몸을 내가 그동안 이리도 방치했구나. 그래서 아픈 거였구나. 그렇게 아프다고 소리치며 나 좀 봐달라고 했는데 무시했었구나.’


아픈 내 몸을 고치기 위해 악바리로 공부했다. 비행기에서 짬이 날 때마다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실기 시험 준비를 위해 수습생으로도 일했다. 낮에는 강사로 일하고 밤에는 비행을 했다. 내가 아는 것을 회원님에게 적용시켜 가르쳤다. 그리고 내 몸을 움직여보았다. 팔이 이렇게 움직일 때 이러한 근육들이 동원되어 움직이는구나. 신경에 의해서 몸이 이런 반응을 하는구나. 골반이 뒤틀린 사람에게는 이 운동을 주면 좋겠구나.


처음엔 어떠한 공식에 의해서 사람의 몸이 움직인다고 착각했다. 복부가 약하면 허리가 긴장한다는 문장처럼 공식이 답인 줄 알았다. 하지만 회원님을 만나보면 얘기는 달라졌다. 똑같은 요통이라고 해도 사람에 따라 원인이 등, 목, 팔, 골반, 발목 등 몸의 어느 부분에서 올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공부를 할수록 몸에 대한 존경심이 올라왔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 안에 60조 개의 세포가 매일 나를 위해 움직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놀라웠고 그동안 보살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몹시 미안했다.


이제 아프지 않아요

그동안 왜 그렇게 내 몸이 아팠는지 알게 되었다. 운동을 하면서 몸이 편해졌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좋았던 건 내 몸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해 준 것이었다. 그리고 나와 같이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너무도 감사했다. 지금도 매일 나의 몸과 모든 사람들의 몸에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아프다고 하는 소리를 절대 흘려버리지 말았으면 한다. 두통이든 팔 저림이든 무릎 통증이든 만성피로든 몸이 ‘제발 나 좀 봐주세요~’ 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니 당장 시작했으면 좋겠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이면 충분하다. ‘몸아 어디가 아프니?’ 하고 봐주면 금세 좋아진다.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


그렇게 나는 몸에 대한 경외심으로 자격증을 취득했다. 처음엔 작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점점 내 몸을 사랑하는 일이 되었고, 운동을 할수록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로 인해 나는 이직을 결심하고 강사로서 제2의 인생을 물들였다.


필라 테스 강사로 일하면서 많은 회원님들을 만났다. 몸의 통증으로 괴로워하던 회원님들은 병원을 가도 나아지질 않아서 혹은 잘못된 운동으로 몸이 틀어져서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나를 찾아온다. 그들은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있으니 마음마저 괴롭고 불편하다고 한다. 잘 때만이라도 편하게 쉬고 싶은데, 불면증이나 수많은 부정적인 생각들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내가 그랬었다. 딱히 눈으로 드러나는 상처와 흉터가 아니니 몇 년을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이나 손가락에 상처가 나면 흉이라도 질까 봐 연고를 열심히 바르면서 몸 안쪽의 통증은 그러려니 하고 살아간다. 예전의 나도 그랬던 기억이 있었기에 회원님들 한 분 한 분이 내 몸 같다.


나는 각종 근 골격계 통증에 장기까지 아픈 사람이었다. 겉보기엔 멀쩡했지만 몸도 마음도 성한 곳 없는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30년 넘게 아파보니 건강한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제발 아픈 날이 없게 해달라고 빌었던 20대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건강해진 내 몸을 회원님들에게도 전달해줄 수 있으니 내게 있어 수업은 일이 아닌 나를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과거의 나처럼 아픈 분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치유해줄 수 있는 나의 현재가 꿈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