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나 스스로에게만은 가면을 벗고 정직하자.’
아주 오래전에 나온 영화 [트루먼쇼]가 기억에 남는다. 남자 배우인 짐 캐리를 세상 모든 사람들이 24시간 동안 곳곳의 씨씨티비로 지켜본다. 짐 캐리가 무엇을 하든 사람들이 지켜보며 태어날 때부터 일생을 함께 하는 내용이다. 영화 속에서 짐 캐리는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본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그걸 알고 행동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의 매 순간을 지켜본다고 상상했다. 내가 다니는 곳곳마다 씨씨티비가 설치되어 있어서 나 혼자만의 공간인 화장실조차 사람들이 볼 수 있다고 상상했다.
그 생각을 하니 매 순간 떳떳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공중화장실에서 조차 휴지를 아무렇게나 버릴 수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에 맞추어 살기 위한 가면을 벗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그 결심은 나에게 양심이라는 것을 가지게 해 주었다. 과거에 나는 화장실 바닥에 휴지가 떨어져도 ‘내가 한지 누가 알겠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양심 없이 버리고 살았는지 나는 안다.
과거의 나는 무슨 잘못을 하면 무조건 남 탓으로 돌리거나 핑계를 찾는 버릇이 있었다. 보여지는 것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면 안 되니깐 나는 좋은 사람으로 보여져야만 했다. 한 마디로 정직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 진짜 마음은 보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에만 신경을 썼다. 외부의 시선에만 꽂혀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지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난 그날 이후로 나 자신에게 정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를 속이지는 말자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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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벽화를 그릴 때의 일이다. 벽화는 183평방미터나 되는 대작이었다. 하루는 그가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천장 구석에 인물 하나하나를 꼼꼼히 그려 넣고 있었다. 그 모습을 친구가 보고,
“이보게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잘 보이지도 않는 걸 그려 넣으려고 고생을 한단 말인가? 그래 봤자 누가 알겠는가” 했더니 미켈란젤로가 대답했다.
“내가 알지”
전옥표 [이기는 습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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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르 같던 서른 살의 삶
서른 살 미라는 누구보다 풍요롭게 살았다, 일 년에 열 번도 넘게 해외여행을 다녔다. 잘 나가는 연예인들이나 재벌들이 거주하는 값 비싼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맘껏 하고 살았다. 보여지는 모습으로는 만수르 못지않게 풍요로웠지만 마음은 텅 비어있었다. (만수르는 아랍 에미레이트의 기업인으로 석유투자회사 회장이다. 막대한 부를 자랑한다) 삶의 질은 가지고 있는 돈이나 보여지는 모습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질이 채워질수록 내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궁궐 같은 집에서 사는 재벌가의 자녀가 티브이에 나와 우는 모습을 봤다. 20세가 되자마자 외제차를 끌고 다니고 온갖 명품을 지니며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껏 샀던 그녀였다. 그녀가 눈물을 보인 이유는 외로움이었다. 학창 시절에 부모님 두 분 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신의 졸업식에 한 번도 오지 않은 것이 너무 슬프다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정신적인 상처가 컸던 그녀는 십 년 넘게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힘든 상황이 오기 마련이고 상처가 있다. 그러나 힘든 과정 속에서 무엇을 얻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누구나 다 자신의 상처가 가장 아프고 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남들에게 사랑받고 의지하고 싶어 한다. 나는 무려 서른 살이 넘어서까지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구걸했다. 내가 했던 관종의 행동처럼 남들에게 투덜거리며 ‘나 좀 봐줘’ 하는 대신에, 내가 나를 봐주고 무엇을 고쳐야 할까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요
나는 나의 감정에 정직하기로 하면서부터 삶이 달라졌다. 최소한 나에게만은 정직하게 살아가니 내가 나를 믿을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를 비방하는 말을 해도 나는 나를 믿으니 나를 떳떳하게 대변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리고 어딜 가서도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 않으니 내 마음이 편안했다. 그렇게 서서히 남들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남들의 반응에 초조하던 그 시간에 내 감정을 바라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자살하려던 수없이 많은 밤 중 마지막 날, 나는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 정신을 차렸다. 당신도 그 계기가 이 책을 통해 이루어졌으면 한다. ‘관종이냐?’라는 센 말 대신 나는 당신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다. 나는 외로웠었다.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했었다. 죽고 싶지만 그럴 용기도 없는 겁쟁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 당신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안다.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아픈지. 세상의 끈을 놓기 전에 당신의 미소가 보고 싶다. 이렇게 삶이 편하고 즐거운 거였구나, 살아 있다는 게 아름다운 거였구나. 아주 작은 깨달음을 지금 시작한다면 마음의 병이든 몸의 질병이든 어떤 것이 다가와도 우리는 편안할 수 있다.
미라는 외로웠다. 홀로 그 외로움과 오래도록 싸웠다.
미라는 우울했다. 홀로 그 우울함과 미친 듯이 싸웠다.
어느 날, 내 마음을 토닥여주었다. 외로웠구나 우울했구나.
최소한 나 스스로에게만은 정직하자 라고 다짐하니 내 마음이 미소 지었고, 이제는 누군가의 마음도 들어줄 수 있게 되었다. 마음껏 상처에 몸부림쳐봤다면 이제 좋아질 수 있다. 외롭고 우울해본 자만이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안아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분명히 믿는다. 당신이 나처럼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