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성장통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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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재

내일의 꿈이 있어 오늘이 아름답다. 시간은 흐르는 강물 같다. 지금도 시간의 도도함은 째깍째깍 소리 내며 계속된다. 새삼 소중함을 되새기게 만든다.


아저씨들의 노래방 단골 엔딩곡,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가사 중,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라는 대목이 있다. 우리의 존재 이유를 주장하는 듯하다. 그러나, 누구도 왜 우리가 태어났는지 명쾌한 답을 알려줄 수 없다. 단지 각자가 정하는 자답만 존재할 뿐이다. 질문은 있지만,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모든 거래에는 대가가 따른다. 만물에는 가격이 따라붙는다. 흥정은 가능하지만, 니즈에 따른 구매행위는 지불행위를 전제한다. 지불없는 구매는 불가하다. 성장도 마찬가지다. 성장에 걸맞은 땀과 노력의 대가를 요할 떼, 성취감의 단맛을 느끼려면, 성장의 값을 먼저 치러야 한다.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 근처 개울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잠수하며, 친구들과 물놀이하는 것이 전부였다. 정식으로 수영을 배우적은 없었다. 올림픽이나 아시아게임에서 수영 경기를 보면, "언젠가 꼭 수영을 배워야지!" 하는 다짐을 하곤 했다. 결혼 후 드디어 마음먹고, 수영강습을 등록했다. 초급, 중급, 고급 3단계로 구분 지어 수업이 진행됐다. 나는 초급반이었다. 일주일에 3번씩 1시간 반 가량 수업이었다. 배우고자 하는 의욕은 왕성했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특히나, 수영 호흡이 제일 어려웠다. 어설픈 호흡으로 인해, 입과 코로 수영장 물을 엄청 들어와 코가 많이 매웠던 기억이 난다. 8주가 지나, 기초반의 여타 회원들은 대부분 중급반으로 옮겨갔지만, 나는 여전히 기초반이었다. 이제 호흡도 알고, 제법 수영을 한다는 생각과 왜 나만 계속 기초반에 있어야지 하는 창피함에 담당 강사에게 중급반으로 옮기고 싶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결국, 고집스러운 내 요구가 받아들여져, 결국 중급반으로 옮겼다. 옮긴 첫날, 중급 강사는 나에게 25미터 거리를 자유형, 배형, 평형, 접형을 혼합해서 왕복하라고 지시했다. 기초반의 두배 거리였다. 중간에 쉬지 말고 한 번에 왕복해야 했지만, 중간에 쉬었다 제자리로 돌아왔다. 무척 힘들었다. 30분쯤 지나자, 중급 강사가 나에게 다시 기초반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이유를 물었다. 중급 강사는 내가 아직은 체력도, 기술도 중급반에 들어오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기본이 안됐다는 말이다. 기분도 나쁘고 동의하기 어려웠지만, 어쩔 수 없이 기초반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따랐다. 기초반에서 열심히 수영을 배웠다. 그래서 결국, 지금은 어디를 가도 수영은 좀 하는 편이다.


선량후질, 량이 선행하지 않는 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레벨업 성장을 위해서는 자신의 땀과 노력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 이것이 성장의 값이다. 원하는 니즈를 취하려면 값을 치러야 한다. 체력이라는 기초공사가 튼튼해야, 비로소 층수를 올릴 수 있듯이 수많은 지루한 반복을 감내해야만 달콤한 결실을 맛볼 수 있다.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세르반테스가 있다. 두 인물은 동시대 인물이고, 우연의 일치로 1616년 같은 해에 생을 마감했다. 세르반테스의 대표작은 돈키호테다. 돈키호테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가상의 적과 맞서 싸웠다. 그 과정에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하고 잡을 수 없는 별을 잡고자 무한히 노력했다. 돈키호테는 꿈을 먹고살았던 중세 기사이고 싶었던 시골 히달고였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원하는 꿈을 향해 뜨껍게 살았던 중세 소설 속의 주인공이다.


성장은 겉보기에 어렵고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다. 피나는 노력과 인내를 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처럼 보이는 꿈을 이루고자 한다면, 그 시도는 남다른 대가를 치러야, 어렵고 불가능한 것 같았던 꿈이 성취될 수 있다. 돈키호테는 그의 종자 산초에게 "땀이 혈통을 만든다"는 조언을 해줬다. 남보다 노력하지 않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내일의 꿈이 있다면 오늘 아름다운 돈테호테가 되어보면 어떨까?


sábete, Sancho, que no es un hombre más que otro sino hace mas que otro
산초야 너 이거 아니? "타인보다 더 하지 않으면, 결코 타인보다 나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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