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업을 듣던 중 깨달았다. 지난 일 년, 앞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 건 완전한 착각이었다는 것을. 나는 열심히 과거로 가고 있었다. 대학교 3학년 때, 도피하듯 들어갔던 그 낯선 수업. 그 수업에서 느꼈던 예상치 못한 위로와 즐거움, 충격, 해방감... 십수 년 전의 그 신선한 감정들을 나는 여기서 줄곧 찾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그 여교수님은 지금의 내 나이 정도 되셨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아무리 수업에 집중하려 해도 그때의 그 감정들이 생기지 않는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더 위축되고, 더 어두워지고, 더 미숙해지고, 더 산만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때의 도피는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했는데, 지금의 도피는 어쩐지 나를 점점 더 막다른 곳으로 내모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