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일들을 경험했다. 오늘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로 인해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려 한다.
내가 근무했던 어린이집은 유치원과 함께 운영하고 있어규모가 꽤컸다. 입구는 하나였는데, 철문 형태로 되어 있었고 그 철문을 열고 들어오면 가운데 연못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각 교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규모가 크다 보니 모두가 귀가하면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야근을 잘하지 않았지만 어린이집, 유치원은 야근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 야근을 하게 되면 한 곳에 모여서 일했다. 여자들끼리 있다 보니 야근하는 날은 문단속에 신경을 더 쓰는 편이었다.
문제가 있었던 그날은, 곧 다가오는 행사 준비를위해 야근을 하고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구석구석 문단속하고 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한창 일에 열중해 있는데, 문밖에서 말소리가 들려 모두 놀라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철문 잠그지 않았어요?" 내가 물었는데, 다들 잘 모른다는 것이다. 설마, 하면서 내가 나갔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한 남자.
그는 술에 취해 있었다.
"누구십니까? 여기 들어오시면안 됩니다. 여기는 어린이집입니다. 나가 주세요" 그 남자는 내 말을 듣고도 꼼짝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서 나가세요!"
왜! 여기 여자밖에 없잖아? 안 나갈 건데!
취해서 몸을 비틀거렸지만 정확하게 말했다. '뭐? 여자밖에 없잖아?' 이 말을 듣고 난, 그대로 돌진했다. "그래, 여기 여자밖에 없다! 어쩔래?"라고 소리 지르며, 그 남자를 밀어버렸다. 그 남자는 휴지통 모서리에 머리가 부딪히고 그대로 쓰러졌다. 순간 정신이 돌아온 나는,
'아! 어쩌지? 저 자식 죽은 거 아냐? 아니, 근데 이것들은 다 어디 있는 거야? 나와 보지도 않아' 교실에 나를 포함 무려 8명의 교사가 있었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쿵쾅 소리가 나니 주임 교사가 나와서 나에게 괜찮냐고 물었다. "얼른 원장님께 전화하고 경찰에 신고해주세요"라고 말한 후 그 남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장님과 원장님의 부모님이 달려오셨다. 이후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치 죽은 듯 쓰러져 있던 그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옷을 탁탁 털고 그대로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놀란 내가 "너 어디가!"라고 소리 지르며 쫓아 나갔다.
주임 교사가 원장님과 그 부모님에게 상황설명을 했고, 같이 취객을 붙잡으러 뛰어나오셨다. 마침 경찰이 왔는데 "아! 또, 이분이시네"라는 소리를 정확하게 들었다. '아, 진짜. 저걸 어쩌지?' 열이 나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리고 더 화가 났던 것은 경찰을 대하는 그 남자의 태도였다. 너무나 공손했고, 무례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린이집에 불이 켜있으니 작정하고 들어와서 행패를 부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난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용서 못 하겠다'라고 말한 뒤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원장님과 경찰이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취객은 지구대로 끌려갔다.
어린이집으로 다시 돌아온 난 교실 안에서 덜덜 떨고 있는 교사들을 봤다. 난 취객과 대치 중이었는데, 저들은 교실 안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무려 6명이. 그래, 고작 20대 초, 중반이었으니 무섭기도 했겠지. 그런데 '37살인 나도 무서웠단 말이다. 이것들아!' 키도, 덩치도 컸던 중년의 남성이 술을 잔뜩 먹고 행패를 부리는데, 나 혼자 감당하기가 버거웠단 말이야. '아무리 무서웠어도 나와서 도왔어야지. 우리는 8명이었잖아!'
정말 많이 원망했다. 그보다 더 원망스럽고 화가 난 건 그 취객이었다. 얼마나 여자를 우습게 알았으면 그런 말과 행동을 했을까! 정말 억울하고 분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하던 일 모두 정리하고 귀가했다. 그 취객은 어찌 됐는지 잘 모른다. 아마 그따위로 계속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취한 사람들을 보면 떠오르는 기억이다. 그리고 난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