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하고 운전면허 취득을 고민했지만, 말 그대로 고민에 그쳤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30대 중반에 진짜 도전했다. 시험 운도 없고, 운동 신경도 없는 내가 필기와 실기를 한 번에 합격했다. 너무 기뻤지만 그걸로 끝! 장롱면허가 됐다. 그런데 장롱면허가 인생에 걸림돌이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로.
000 피자 입사할 때 열 명으로 시작된 동기들이 1년, 2년 지나면서 나를 포함 3명만 남게 됐다. 남자 2명은 대리 승진이 빨라 본사로 금방 올라갔는데, 나만 점장에서 멈춰있었다. 불평등하다고 생각했는데, 누가 귀띔하길 "운전을 할 줄 알아야 대리 승진이 된다"는 것이다. 차를 구입할 능력도 안됐고, 집에서 운전하는 것을 결사반대했기 때문에 승진을 빠르게 포기했다.
어느 날, 본사 '감사팀 충원'과 더불어 그 후보에 내가 유력하다는 소문을 듣게 됐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조건이 운전 필수였다. 후보를 보니 내가 유력했지만, 조건에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를 했다. 그런데,
대박!
악조건에도 최종 결과에 내 이름이 올라간 것이다. 입사 3년 만에 본사로 입성하게 됐다. 모두의 축하를 받고 출근했는데, 운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생각 외로 큰 걸림돌이었다.
감사팀은 전국에 있는 직, 가맹점을 돌아다니며 평가 및 감사를 한다. 따라서 운전을 못 하면 무조건 안 된다. 팀 내부에서도 내가 운전을 못해서 도움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후보 중에 내가 가장 괜찮다는 이유로 뽑은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다른 거라도 열심히 해야 했다. 어렵게 어렵게 눈치 보며 6개월을 버텼다.
나를 평상시 예뻐해 주던 과장님이 고전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이대리, 교육팀으로 와. 이대리는 교육팀이 잘 어울려" 나도 안다. 교육팀이 훨씬 잘 맞다는 걸. 진심으로 가고 싶었다. 내가 여자 상사에게 된통 당한 경험이 있어여자 상사를 싫어하는데, 교육팀 과장님은 정말 멋있었고 롤모델이기도 했다. 그런 분의 손을 잡을 수 없었던 건, 운전 못하는 날 믿어주신 감사팀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다.
열심히 의리를 지키다 대학원 진학을 핑계로 퇴사했다. 본사 입성한 지 10개월 만이었다. 감사하게도 내 퇴직을 모두 말리셨고, 이사님이 교육팀으로 이동할 것을 제안해주셨지만 거절했다. 그놈의 의리를 지키느라.
사회복지직도 운전을 못 하는 것이 구직, 승진에 큰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십 년을 근무했다.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운전하면 좋은 것도 알고, 하고 싶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무서워서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