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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Apr 17. 2023

회식 금지령

그날의 기억

나는 한블리를 재미있게 보던 시청자 중 한 명이었다. 처음에는 잘 챙겨 보면서 '조심조심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안타까운 사고 영상을 접하게 되면서 마음이 아파서 도저히 볼 수가 없게 됐다. 그래서 피했는데 여유로운 주말저녁을 보내다 한블리에서 오토바이 사고 영상을 보게 됐고, 리모컨을 내려놓았다.


외식업체 근무할 때 일이다. 그곳은 유명한 피자회사였다. 내가 참 좋아하던 브랜드였고, 맛있는 피자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서 지원하게 됐고, 운 좋게 늦은 나이에 입사했다. 아무래도 피자는 배달이 많기 때문에 항상 조심한다. 특히 눈과 비가 오는 날은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다. 그날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이었다. 비 오는 날은 매출이 상승하는 날이기도 해서 무척 바쁘다. 직원들이 너무 고생했기에 다음 날 회식을 하기로 약속하고  모두 헤어졌다.


다음 날, 본사에서 '당분간 회식을 금지하라'라는 지침을 받게 됐다. 갑자기 회식 금지라니?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이렇게 일방적인 통보를 한다고 직원들의 원성이 높아져서 이유를 알아봐야 했다. 이곳저곳을 수소문해서 알게 된 소식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제, 어느 매장에서 직원과 아르바이트생 모두 고생했다고 회식을 했는데 밤이 늦어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혼자 보낼 수 없어서 부점장이 집에 데려다주게 되었다. 그러나 비는 아직 내리고 있었고, 헬멧이 1개밖에 없어서 아르바이트생에게 헬멧을 넘겨준 부점장은 그냥 오토바이를 탔다.


부점장이 소주를 약간 마신 상태였지만 오토바이를 워낙 잘 타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모두 큰 걱정을 하지 않고 보냈다고 했다. 그렇게 무사히 도착했으면 좋았으련만.....


빗길에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면서 나무를 들이받았고 뒤에 타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은 튕겨나갔지만 헬멧 덕분에 살았다. 그러나 운전했던 부점장은 튕겨 나가면서 머리를 다쳤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평소에 인성도 좋고, 인기가 많았던 직원이었다. 특히 결혼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안타까움이 더 컸다. 예비 신부가 오열했다는 소식과 아르바이트생은 일을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늦은 시간에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그냥 보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더 안타까웠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픈 일이다. 2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그날의 날씨를 기억한다. 비가 밤새 정말 많이 왔고 배달했던 직원들이 죽도록 고생했다. 직원들이 오갈 때마다 가슴 졸였던 그날을 나는 똑똑하게 기억한다. 그랬던 그날, 직장 동료를 잃었다. 사고 이후 모두 애도의 시간을 가졌고 한참을 무거운 마음으로 지냈다. 나도 우리 매장 직원들에게 절대 조심해야 한다고 매일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술 마시면 절대 운전하면 안 되고, 방심해서도 안 된다. 특히 기상이 좋지 않을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모두가 알지만, '에이!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비극을 부른. 나를 비롯해서 모두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제발,

음주운전을 멈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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