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장! 너 때문에 그만둔다! 왜?

팀장님 때문에 참습니다.

by 퍼플슈룹

우여곡절 끝에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졸업논문만 남은 상태로 취직을 결심했다. 어린이집 근무를 이어 갈 자신이 없어 지역아동센터에 취직했다. 법인 기관을 찾던 중 복지회관 부속기관인 지역아동센터에 취직했다. 29인 시설에 27명이 이용했으며 핵심 프로그램이 없어서 만들어 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법인 지역아동센터였지만 회계 및 운영 전반적인 것이 독립된 형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지역아동센터는 팀 소속으로 있었다. 다행스럽게 팀 분위기가 무척 좋아서 일할 맛이 났다. 단 하나 관장의 갑질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관장님은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회의가 자주 열렸다. 회의가 너무 싫었던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의견을 꼭 반영해야 그 회의가 끝났기 때문이다. 난 어떻게든 회의에 빠지려고 노력했지만 주간회의, 월간회의는 빠질 수 없었다. 7월 표적은 아동센터였다.


"센터장님, 텃밭을 내가 신청했는데 아이들이랑 가서 해보면 어떨까요?"

"아, 아이들에게 흙은 긍정적 영향을 미치죠. 좋은 말씀입니다. 그런데 센터에 차가 없고, 다행스럽게 회관에 차가 있지만 인원이 많아서 2번씩 왕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운전을 못 해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운전이 걱정이라면 내가 해결해줄게"

"이미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고, 학교 끝나고 가야 하니 오후 3시 이후인데, 너무 뜨거워서 아이들에게 위험합니다"

"간식 먹고, 물 마시고, 그늘에서 쉬면서 하면 되는데. 문제가 되나? 센터장님이 하기 싫은 거 아냐?"

내 다음 답변을 가로챈 건 팀장님이었다.

"관장님. 센터장님 말대로 날씨, 시간 등 고려해서 효율적으로 하려면 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그럼 논의해봐요. 근데 이미 신청했다는 거 잊지 말고"

열불이 터진 난 팀장님께 달려갔다.

"시늉이라도 해야 할 것 같으니 센터장님이 힘들겠지만 양보해줘요"


이번에도 팀장님 때문에 참습니다


결국 텃밭을 갔다. 3번 하고 때려치웠다. 너무 더웠다. 아이들이 땡볕에 고생을 했고 안전사고가 우려되어 이어갈 수 없었다. 그 뒤로 관장은 나만 보면 시비였다.


"센터장님, 논문 잘 돼가나? 내가 논문 지도해 줄게. 갖고 와요" 당황한 목소리로 "네?"라고 답했더니,

"아, 난 석사라 안 되겠다. 센터장님은 박사 졸업논문이니까" 어이가 없었다. '학부, 석사까지 서울대를 졸업한 양반이 왜 저래? 나 놀리는 거지. 한 판 붙자는 거지?' 나도 열받아서 한바탕 하고 싶었지만, 기다리고 있었다. 오로지 한 방 날릴 그 기회를!




관장의 만행은 끝이 없었다. 본인 집에서 김장한다고 관내 조리사를 집으로 부르고, 이사한다고 직원들 부르고, 장 바꾼다고 부르고, 회관에 물품이 들어오면 본인 차에 싣게 하는 등 최악이었다. 온 직원들의 미움을 독차지하고 있었지만, 부당하다는 말을 누구도 하지 않았다.


인내에 한계가 온 어느 날, 팀장님께 말했다.

"팀장님, 저 관장님이랑 더 이상 일 못합니다. 그만두겠습니다. 우리 팀원들 다 좋고, 팀장님도 좋고 그래서 많이 망설였는데, 못 버티겠어요"

"센터장님, 붙잡고 싶은 마음 굴뚝이야. 알지? 그런데 내가 못 잡겠다. 내가 관장님께 보고할게. 이따 밥 먹자" 그 한방을 결국 터트리지 못하고, 난 퇴직을 결심했다.


그런데 송별회 때 모든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결국 해냈다.

"센터장님, 곧 논문 끝난다면서 왜 그만둬? 그냥 다니지. 나니까 논문 쓰라고 시간도 내주고 하는 거지. 이런 곳 없다"

"관장님 모르셨어요? 저 관장님 때문에 그만두잖아요"

일순간 분위기는 냉랭해졌다. "뭐라고?"

"관장님이 괴롭히셨잖아요. 저 논문 쓴다고 휴가 낸 적도 없고, 업무에 지장 준 적 없습니다. 그리고 관장님이 말한 프로그램은 무조건해야 했고, 센터에 독립성 주지 않으셨고, 직원들을 사적인 일에 부르셨잖아요" 관장님은 말을 잇지 못했다.

"저도 오래 다니고 싶은데, 관장님 때문에 그만두니 너무 아쉽죠. 논문 마치고 다른 곳에 취직하면 됩니다. 저 능력 좋거든요. 걱정하지 마세요"


속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그런데 관장님 얼굴에는 열꽃이 피었고, 직원들도 수군대느라 회식자리가 엉망진창이 됐다. 이번에도 팀장님이 나섰다. "센터장님, 그만하면 됐다"

난 모자랐지만 팀장님 때문에 참았다. 그렇게 퍼붓고 구석자리로 가 버렸다. 직원들이 나를 향해 조용하게 박수를 쳤다. 그들은 내가 말해서 속이 시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난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퇴사하니 말했지. 내가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후 관장님은 나를 부르지 않았다. 그렇게 퇴직 후 관장님이 나를 욕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다.


'비겁한 사람. 있을 때 말도 못 하고.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기관장이 되면 사람이 변하는 건지, 원래 그런 인간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심했다.


이후 팀장님과 10년째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1년 근무하고 이런 인연을 만났으니 성공한 인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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