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와 이래도 되겠어?

같은 날 퇴직을 꿈꾸다

by 퍼플슈룹

나에게 3명의 멘토가 있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노력하는 사람, 직장동료를 아끼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 불같고 성격 급한 나를 언제나 이해해 주고 힘이 되어주는 사람. 모두 다른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이지만 본받을 만한 분들이다. 나도 이들처럼 누군가에게 멋있는 멘토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을 느끼며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중 일어난 일이다.




내가 최근에 근무했던 직장은 지역아동센터였다. 19인 시설로 법정 종사자는 2명. 나와 내 동료는 2015년 4월 16일에 만났다. 이날은 내 입사일, 동료의 입사 날짜는 2015년 3월 1일. 그리고 둘의 퇴직 날짜는 2022년 12월 31일이다. 맞다! 두 사람의 퇴직 날짜가 같다.


직장 상사와 이래도 되겠어?


정글 같던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서로 믿고 의지해야 했다. 그런데 사회복지사 나이 고작 22살, 직장 경험 1년. 믿고 의지하기에 아직 어렸고 경험이 없었다. 센터 안정화와 부하 직원의 역량 강화까지 해야 했던 이곳은 나에게 버거운 곳이었다.


세월에 몸을 맡긴 지 7년. 그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신입 사회복지사와 센터장은 온갖 역경을 이겨낸 전우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소진도 같이 왔고, 퇴직을 계획하는 시기도 비슷했다. 사실 상사와 부하 직원이 함께 퇴직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함께 퇴직하기로 했다. 상대방을 놓고 가려니 마음이 무거워서 내린 결정이었다.


용광로 같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무수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런 곳에서 우리는 지치지 않고 어떻게 이겨냈을까? 또 왜 함께 퇴직하려 했을까? 특별한 사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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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제안으로 명함 뒷면 아이들의 작품을 넣었음

첫 번째, 경력과 신입의 조화


2015년 처음 만난 그때, 난 41살 20년 차 경력직, 내 동료는 22살 1년 차 신입. 출발선부터 달랐다. 어떻게 같이 일하나 막막했다. 아이들에게도 휘둘리는 것 같았고, 강단도 없어 보였다.


내가 휴가 또는 교육이 있어서 센터를 비우게 되면 센터는 전쟁터로 바뀐다. 다음 날 업무 보고를 들으면 알게 된다. 아직 어린이들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 자기 지도가 적절한 조치였는지, 잘못한 것은 없는지 등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격려와 다양한 지도 방법을 공유했다.


일반 직장으로 비교하자면, 중간 관리자 없이 사장과 신입 둘이 일하는 것이었다. 분명 여러 가지 어려움은 있었다. 그런데도 둘의 조합은 또 다른 에너지로 발산됐다. 나는 오랜 직장생활 탓에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냥 거기서 거기다.


반면 내 동료는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신문물을 잘 받아들였다. 내가 많이 배워야 했지만, 동료의 제안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배움이 즐거웠다. 그리고 동료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력했다.


두 번째, 극과 극의 취향


난 손재주가 정말 없다. 손만 대면 다 망가지는 그런 똥손, 남자아이들과 노는 게 편하고 집단활동을 좋아한다. 에너지가 넘쳐 뛰어놀아야 직성이 풀린다. 외형적으로 살펴보면 무채색 계열의 옷을 좋아하고, 짧은 머리, 터프함, 목소리 크고, 앞장서서 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 리액션 부자, 승부 근성 중간쯤.


내 동료는 엄청난 손재주를 갖고 있다. 여자아이들과 노는 것이 편하며, 소수로 실내에서 하는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다. 외형적으로 살펴보면 핑크 소녀, 긴 생머리, 작은 목소리, 조용하게 자신이 할 말 하는 스타일, 리액션을 쑥스러워함, 승부 근성 아무도 못 당함.


이렇게 다르다.


세 번째, 같은 비전, 꽂히면 잠을 이루지 못함


나는 학력고사 마지막 세대. 선생님이 하라는 것만 잘해도 됐었다. 그저 공부만 하면 됐다. 지금 아이들과 지내면서 느낀 건 달라진 교육체계 속에 여전히 주입식으로 교육하는 것에 변화를 갖고 싶었다. 아이들마다 다른데 한 가지 교육 방법으로 지도하는 것을 보며 늘 변화를 꿈꾸고 있었다.


내 동료는 수능세대. 학교 다니면서 뭘 많이 했다. 바삐 살았다. 현재 교육체계의 변화를 갖고 싶어 했다. 모든 아이가 다른데 어떻게 한 가지 교육 방법으로 지도할 것인가? 에 대한 의문을 품고 살던 사람이다.


학교 선생님들이 고생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어린이 지도에 협력하는 사람들이 되고 싶었다. 또한 어린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길 바랐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했고 여러 가지 서비스를 어린이들에게 제공했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에너지였다.


네 번째, ESFJ와 ENTJ의 만남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 예를 들어보겠다. 아이들에게 맛난 음료수를 사 주고 귀가시키던 중, 한 아이가 넘어질 뻔했다. 이때 우리가 하는 말이 달랐다.


ESFJ "어머! 다친 데 없니? 많이 놀랐지?"

ENTJ "음료수 괜찮아?"


ESFJ "아이 상태부터 물어봐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물었더니,

ENTJ "아이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했으니, 음료수 상태가 확인돼야 다시 사줄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려고 했어요. 음료수가 쏟아지면 아이가 속상하잖아요"


아! 맞다. 그저 아이를 생각하는 초점이 달랐을 뿐이다. 틀린 게 아니었다.



직장 상사와 여행을 떠난다고?


다섯 번째, 여행 마니아


가이드 출신인 나는 계획적으로 움직이길 좋아한다. 무계획이 계획이었던 여행은 망하기 일쑤. 그래서 보다 더 계획적으로, 대신 여유로운 여행을 선호한다. 또 역사 유적지 가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내 동료는 세밀한 기획력과 볼 수 있다면 모두 다 보고 오는 것을 선호한다. 또한 나처럼 무계획을 견디지 못한다. 나와 있으면서 역사 유적지 다니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주변에서 한 마디씩 거든다. "직장 상사랑 여행을 간다고?" "직원이랑 여행을 간다고?"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말들이다. 우리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다. 둘 다 기본적으로 탐구를 좋아하고 홀로 여행하기와 걷기를 좋아한다. 다녀온 여행이 좋았다면 기회를 봐서 같이 떠난다. 비슷한 여행 스타일이라 가능한 것 같다.


아쉬운 점은 둘 다 발이 아파서 많이 못 걷는다는 점.


퇴직 후 함께 대구와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여섯 번째, 책을 좋아해서 독립출판 제작까지!

(독립출판물) 이곳에도 봄이 올까요? (공저)

난 소설 중심의 책을 좋아한다. 토론을 좋아하지만, 이길 필요 없음.

동료는 자기 계발 중심의 책을 좋아한다. 토론을 무척 좋아하고 이겨야 함. 토론하면 변하는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다.


센터에서 청소년들과 인문학 수업을 하면서 청소년들이 보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림책을 좋아하게 됐다. 인문학 수업은 우리에게 독서 폭을 넓힌 중요한 계기가 됐다.


책과 토론을 좋아하는 우리는 책을 출판하기로 결심했다. 내 동료는 이미 2권의 독립출판을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도전이었다. 글을 쓰면서 눈물도 흘리고 쓰라린 기억을 끄집어내야 해서 힘들긴 했지만, 귀한 자산이다.


일곱 번째, 서로 존중하고 아끼며 지냄


나는 12년 가까이 영아부터 청소년까지 다양한 연령을 접해왔다. 그런데 지역아동센터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무례하고, 예측불가, 멋대로였다. 어쩌면 센터 어린이들이 우리를 더 끈끈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믿을 구석은 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사를 이야기하게 됐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품어주고, 공감하며 아끼는 사이가 됐다.


그리고 우리는 존댓말을 쓴다. 내가 상사지만 반말하지 않으며, 중요한 직장 동료로 생각하며 일했다. 내가 좋아하는 멘토들이 나에게 해 준 그대로 실천하고 있을 뿐, 이 밖에도 더 많지만, 여기까지 쓰는 걸로 해야겠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와 내 동료는 다른 듯 비슷한 구석이 많은 사이다.




직장동료로 이렇게 가깝게 지내기가 쉽지 않다. 서로가 걱정되어 혼자 두고 갈 수 없다는 생각에 퇴직까지 같이 했으니 못 말리는 사람들이다. "이례적이다, 신기하다, 이상하다, 특이하다, 그렇게 만나기도 힘들다" 등 주변에서 칭찬 아닌 칭찬이 쏟아진다.


퇴직을 같이 하고, 여행도 함께 다녔다. 또한 좋은 정보 있으면 공유하고, 서로의 이직을 걱정하며 지내고 있다. 와중에도 공부하고, 글 쓰며 브런치 작가도 됐다. 예전부터 꿈꿨던 '사회복지사 커뮤니티'도 만들었다. 이제 시작이지만 느낌이 좋다.


지난 5월 7일 어린이날 기념으로 박물관 투어를 했다. 투어를 마친 후 국립중앙박물관 2층 카페에 앉아 또 다른 미래를 계획했다.

선선한 바람과 상큼한 공기를 느끼고,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골목여행을 계획했다


결국, 꿈이 비슷하고 서로 존중과 배려하며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직장동료 간에도 잘 지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27년 직장인으로 살아온 나도 처음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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