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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슈룹 Apr 06. 2023

오피스 빌런

그렇게 살지 맙시다!

어느 바쁜 오후, 센터로 전화가 왔다.


"네. 00 지역아동센터입니다"

"안녕하세요. 여긴 00 지역아동센터입니다. 저희 기관이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동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있는데, 혹시 참여해 주시겠어요?"


상황을 쭉 들어보니 논문 쓰기 전 설문조사를 하기 위해 대상모집을 하고 있었다. 난 다시 물었다.


"혹시 전화한 선생님이 직접 쓰는 논문인가요?"

"(머뭇거리며) 아뇨. 저희 기관 센터장님이 쓰는데 제가 대신 전화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본인 논문도 아닌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센터장님이 직접 얘기하면 설문에 응하겠다고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받았던 직원이 내 말을 전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직접 들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사례(기관장이 논문을 쓰면 대신 연락하기, 논문 대신 써 주기 등)를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던 내가 막상 전화를 받고 나니 씁쓸하면서도 할 말을 하고 났더니 속이 시원했다.






(출처) MBN 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처

최근, '오피스 빌런'이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과거 직장 생활하면서 괴로웠던 일이 떠올랐다.


김장철이 되면 기관 직원을 총출동시키고, 기관에 들어온 물품을 자기 집으로 실어 나르라는 지시도 서슴 않았던 상사가 있었다. 또 어떤 상사는 와이프와 싸웠다며 집에 가기 싫으니 술 마시러 억지로 끌고 가는 반면, '나니까 너를 데리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상사도 있었다.


'내가 용돈 줄 테니까 부르면 언제든 나와서 나랑 놀자'라고 말하는 상사도 있었다. 근무 중 사우나 갔다가 바로 퇴근해서 술 마신 후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하는 상사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일이 많았다.


방송을 보면서 90년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 놀랐고, 오히려 더 교묘하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숨이 막혀왔다. 빌런 짓을 하는 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혹시 당신이 괴롭히는 그 사람이 내 자녀, 내 가족이라면 과연 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내 가족이 당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제발, 정신 차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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