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치기 전에, 순례길 #5. 캐나다데이 인 까미노

샬롯과의 추억.

by 순례자 현황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4일 차, 팜플로나에서 푸엔테 라 레이나 0km


팜플로나 ~ 푸엔테 라 레이나
Pamplona ~ Puente la Re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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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로나의 밤은 주황색이다.

도시마다, 나라마다 각자를 연상시키는 색이 있다. 처음으로 만난 큰 도시 팜플로나는 주황색이었다. 밤거리에 나가 가로등 아래를 걷고 가림막에 그려진 이쁜 그림들 앞에 사진을 찍다 보니 늦은 밤이 되었다. 불규칙하게 뻗어있는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린아이들이 모여있는 공원이 나오기도 하고, 화려한 조명과 동상들이 지키고 있는 시청 건물이 나오기도 한다. 그 날의 여유로움이 온몸과 기억에 속속히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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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os Amigo, 영화처럼 떠나라!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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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차 팜플로나의 아침은 친구들을 먼저 보냈다. 캐나다에서 와 이 길을 걸은 뒤 한국에 잠시 다녀올 예정이라 짐이 잔뜩 들은 캐리어가 있었기에 아침에 우체국에 들러 산티아고로 캐리어를 부칠 예정이었다. 그 이후 걸음을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 카페 이루냐 ]라는 곳을 소개받았다. 헤밍웨이의 카페로 유명한 곳으로 인테리어가 이쁘니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나 거쳐가는 곳이라는 소식에 걸음보단 여유로운 하루를 지내볼까 했다.


모두가 걷기 시작하는 아침, 친구들을 배웅하고 조금은 한가롭게 준비하고 나왔다. 커다란 등산 배낭과는 어울리지 않는 여행용 캐리어를 한 손에 끌고 걸어가는 길은 다르르르르 하는 요란한 소리를 만들었다.



동키 서비스! 동키는 내 짊을 싣고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한 가지 팁은 배낭이나 캐리어를 옮길 수 있는 "동키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을과 마을 간에 짐 이동 서비스인데, 간혹 대도시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까지 이동해주기도 한다. 나의 경우엔 짐이 든 캐리어를 산티아고로 바로 부치는 데 36.5 유로가 나왔다. 대략 4만 5천 원 정도로 내 짐을 보관해주는 데에 이 정도 금액이면 저렴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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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를 맡기고 결제를 하고 나면 저렇게 캐리어에 랩핑을 해준다. 이동 중에 상처 가나지 않게 보호해주는 목적인가 보다. 사실 블로그 후기들을 찾아보니 분실되는 경험이나 오배송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하여 걱정되는 마음으로 접수했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기에.. 계속 이걸 들고 갈 순 없으니 산티아고로 먼저 보냈다. 바이 바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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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는 헤밍웨이의 흔적이 있는 카페 이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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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까스티요 광장으로 들어오면 바로 마주할 수 있다. 앞에는 넓게 펼쳐진 패티오가 있고 고급스러운 문을 통과하면 더 고급스러워 보이는 황금색의 내부 인테리어가 펼쳐져있다. 다양한 베이커리와 커피뿐 아니라 브런치나 식사 메뉴들과 함께 와인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왜 헤밍웨이는 이곳을 즐겨 찾았을까? 그 흔적들을 찾아오는 이 사람들은 무엇을 느끼고 싶었을까?

이곳뿐 아니라 팜플로나의 투우장 앞에서도 그의 동상을 만날 수 있었고, 이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그의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참 예술가들의 다양한 흔적을 만날 수 있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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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오전, 짐을 부치고 카페에서 맞이하는 여유로운 이 시간. 대부분의 순례자들은 이미 걸음을 시작했고 도시 사람들은 일과를 시작하고 있었다. 실내 구경을 하고 잠시 시간을 보내다 파티오로 나왔다. 캐나다에서도 많은 펍과 카페에는 이런 패티오들이 많은 편이다. 햇빛을 좋아하는 사람들.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식당이나 카페들에서 야외 패티오를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 이렇게 나와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패티오에서 햇빛을 맞이하다 보면 기분이 자연스레 좋아진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하고 힘든 요즘, 우리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이런 햇빛이 아닐까? 실내에 있는 시간이 늘고,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진 요즘... 잠시나마 햇빛을 맞으며 가벼운 산책으로 에너지를 올려봄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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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구경하는 버택시스

이제 슬슬 걸어볼까, 아님 이 도시를 좀 더 즐기고 구경해볼까?

첫 대도시니까 도시 주변을 둘러보고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했다. 이날 푸엔테 라 레이나 가는 길에 용사의 언덕(사실 용서의 언덕...)이란 게 있다는데 천천히 가보자 생각했다. 사실 순례길 중반까지 난 이곳이 용사의 언덕이라고 알고 있었다. 아 용사들의 용맹함을 상징하는 곳이구나, 그래서 언덕 위에 그들을 상장하는 곳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성벽을 둘러보고 도시를 구경하다 간단하게 마트에서 샌드위치로 요기를 했다. 아직도 기억나는 생과일 오렌지주스.. 정말 스페인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생 오렌지주스는 어마어마하게 맛있었다. 대부분의 마트에 가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약 700ml 정도의 오렌지주스 한 통이 1~2유로 정도.

그리고 간단하게 용사의 언덕을 둘러보고 오자 하며 버스 찾는 곳을 찾아다녔다. 최대한 가까운 곳 까지는 버스로 이동하고 주변을 둘러본 뒤 푸엔테 라 레이나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문제는 여기부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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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으로 지역을 찾아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버스를 타고 5-10분가량 이동했을 때 내렸다. 여기서는 다른 버스로 환승하라고 나와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버스정류장이 없는 것이다!! 슬슬 정오를 향해가는 시간이라 태양은 점차 뜨거워지고 있고 정류장을 찾다 보니 한 시간 넘게 근처를 계속 돌아다니고 있었다. 무엇인가 한참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근처의 순례길 코스로 찾아가 보려 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길을 걷다 보니 두 시간이 지나가서야 순례길 코스를 발견하게 되고, 예정과는 다르게 많이 꼬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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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기 시작한 지점, 2시간 넘게 걸려 결국 찾아낸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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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언덕으로 가는 길엔 해바라기가 반겨준다.

이미 오후 2시가 넘어간 시간 동네 구경하고 길 잃고 헤매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야속하게도 구글맵은 왜 이리 현실과 달랐던지...ㅠㅠ 순례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기어코 찾아낸 해바라기길, 잠시나마 순례길의 분위기를 느껴봤다. 앞으로도 뒤에도 아무도 없었고 오직 뜨거운 태양만 기다리고 있었다.


순례길을 잠시 느껴보고, 아무래도 이 길은 다음에 산 페르민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걸어봐야겠다 생각했다. 시기도 놓쳤고,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기로 했으니 굳이 무리하지 말자. 걸어온 길을 따라 되돌아가 대로변에서 택시를 잡았다. "아저씨 푸엔테 라 레이나"로 가 주세요~

사실 그렇겐 말 못 하고 구글맵 보여주며 씨, 씨,! 이 정도 수준만 했단말이지.

택시 타고 바라본 창 밖은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 달려가던 그때랑 다를 바가 없다. 간간히 나오는 공장들, 논과 밭, 과수원도 펼쳐져있고 그냥 다 같은 사람이구나 다 같은 세상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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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분 만에 도착한 푸엔테 라 레이나.

생각보다 너무 허무했다. 우리는 그렇게 몇 시간을 걸어가야만 만나는 그 길이 현대의 문명으로 단 몇 분 만에 와버린다니? 이렇게 허무할 수가 있나.. 허무하지만 한편으론 또 새로운 경험에 신이 났다. 순례길을 시작하고 이제 버스와 택시를 경험해봤다. 이 길을 걷는 동안 경험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모든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은 저마다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


"나는 가장 안전하게 걸을 거야"

"나는 가장 빠르게 이 길을 완주할 거야"

"걷는 동안에 버스나 택시 같은 현대 운송수단을 절대 이용하지 않을 거야"

"동키? 내 가방은 내 업보야, 끝까지 내가 짊어지고 갈 거야"

"난 정말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갈 거야"


저마다의 규칙을 만들고 그것들을 따르며 걸을 걷는다. 각자의 유혹에 넘어가기도 하며 처음 마음을 지키며 목표한 바를 이루기도 한다. 순례자로서 임할 때 절대로 누군가를 판단해선 안된다-! 같은 길을 걷지만 각자 다른 의미의 길을 걷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이 흐르고 다리를 건너야 마을에 들어갈 수 있다. 어느 도시나 강이 가지는 힘은 훌륭하다. 도시 옆에 흐르는 강은 연인들에겐 낭만적이기도 하고, 울적한 밤에는 맥주 한 잔과 함께 위로해주기도 하며 이른 아침 조깅하는 이들에게 활력과 함께 하루를 열어준다.

푸엔테 라 레이나 그리고 한국의 한강. 이들은 우리에게 다양한 에너지를 선물해준다.

그래서 강이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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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도시 푸엔테 라 레이나에 도착한 이후, 먼저 출발해 걸어오는 친구들을 위해 마트에 갔다. 식사 거리를 준비해 오늘 하루 수고한 이들을 위한 식사를 준비하고자 했다. 오늘 저녁은 고기! 마트에 있는 정육점은 고기가 저렴한 편이라 순례길에서 매일같이 고기반찬으로 힘을 보충할 수 있다.

참, 여기서 한 가지! 각 고기 부위별로 단어를 미리 알아두면 장 보러 가서 매우-! 편할 수 있다. 오늘은 안심, 등심, 내일은 삼겹살 ~ 이런 용어들을 처음에 익히는데 애먹었었다. 스페인어로 고기 부위를 알고 수량단위를 알면 장을 볼 때 소통이 얼마나 편한지... 순례길 중반쯤에서야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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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들 세계여행 중인 우, 캐나다 데이를 함께한 샬롯

푸엔테 라 레이나의 공립 알베르게는 단돈 5유로!

저렴한 가격이라 저녁식사를 든든히 하도록 고기반찬으로 준비했다. 알베르게에 들어와 고기와 샐러드를 준비하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향이 풍겨온다. 이것은 바로!!


한국인의 힘!!!! 라면!!!! 바스락 거리며 누군가가 라면을 끓이고 있다. 그 향에 이끌려 다가간 친구 태양이가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고 그 친구가 나중에 말하길... 사실 자기도 라면 끓이고 있으면서 옆에서 굽는 고기 냄새에 한입만 먹어도 되냐고 말 걸고 싶었다고 한다.

식사 중 친구의 라면이 부족해서 몇 개 더 끓였다. 자연스럽게 합석하고 음식의 메뉴가 다양해지자 주변의 다른 순례자들이 하나 둘 관심을 보여왔다. 일반적으로 간단하고 단순하게 끼니를 채우는 식인데, 오늘 우리 밤은 고기와 라면, 야채 쌈을 준비했고 마무리로 비빔면까지 준비했다.

이날 알베르게에서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온 샬롯과 스페인 친구 아이린도 우리의 식사에 합류했다. 한국인의 매운맛 신라면으로 혼쭐 내주었다(장난) , 이 두 친구 모두 불닭볶음면을 먹어봤다는데, 거기서 모두 감탄했다. 나도 함부로 도전 못하는 그 맛을 감히 도전했다니...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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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게의 알게르베북 ( 게스트 하우스 방명록 ! )


8-10명 가까이 되는 순례자들이 한데 모여 다 같이 한식을 즐기며 자기들이 걷는 순례길을 이야기했다. 이제 막 시작한 여정이지만 벌써 순례길에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특히 이날은 캐나다의 국경일 캐나다 데이였다. 이 날엔 온통 대형 불꽃놀이와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여러 분장을 하고 모두 축제를 즐기는데, 우리는 순례길에서 우연히 만난 두 캐내디언이었다 :-) 반가움 마움에 급속도로 가까워질 수 있었고 마침 샬롯이 준비해온 캐나다 국기로 우리만의 "캐나다 데이"를 만들었다.


Happy Canada day and nice to meet you friends!

Amigo,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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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5

⭐️⭐️⭐️⭐️⭐️ 장볼 때 필요한 식재료 단어, 수량을 공부해가자! 식탁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4

⭐️⭐️⭐️ 일과 후 에너지가 된다면 알베르게에서 나와 마을을 둘러보자! 어떤 재밋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 단, 무리하지 말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3

⭐️⭐️⭐️⭐️ 허기보다 당이 문제. 캔디류를 챙겨나가길 추천 (청포도 캔디 강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2

⭐️⭐️⭐️⭐️⭐️ 등산화는 등산을 위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

⭐️⭐️⭐️⭐️⭐️발에 열이 찬다~ 느껴지면 한 번씩 멈춰서 신발, 양말 다 벗고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발가락 사이에 밴드로 마찰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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