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걸을 수 있나 걸어보즈아!!
산토 도밍고 ------> 오르테가
Santo Domingo -----> San juan de Ortega
극한에 도전하다. 51 km. 그 전날 이야기
야간행군을 마쳤다.
전날 밤 10시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의 걸음을 마치고 산토 도밍고라는 마을에 멈추었다. 걸음을 함께하던 동행 누나는 다음 마을인 그라뇽으로 향했다. 그라뇽에는 수도원 알베르게가 있어 조금 특별한 의식을 행한다고 한다. 이를 경험하기 위해 누나와 헤어졌다. 마음 한편엔 함께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 검색해보았는데, 수도원의 행사가 그다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흥미에 이끌리는 이런 움직임이란...
알베르게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새로운 순례객을 맞이하기 위해 그들에게도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린 어서 누워 휴식을 취할 시간이 필요했다. 알베르게가 우리를 받아주자마자 들어가 몸을 씻고 간단히 식사 후 휴식을 취했다. 아주 잠시 눈을 붙였다. 오늘 당장의 에너지가 필요했었다. 그러고 난 뒤 아주 맛있는 걸 먹기로 했다.
Cafetería Valldemossa
아주 맛있는! 햄버거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신기하게 이곳은 구글맵 리뷰를 보면 대부분 한국인들의 리뷰가 남겨져있다. 이미 입소문을 탄듯하다. 나도 단체 채팅방을 통해 얻은 귀한 정보였는데 :-) 순례길을 걸으며 이렇게 오픈톡을 참여하면 코스마다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채팅을 자주 보기가 어렵다는 점이... 그리고 배터리도 아껴야하고 ㅠㅠ 많은 양의 채팅을 따라갈 수가 없어 드문드문 읽곤 했었는데, 이곳에서 많은 정보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치즈버거와 시원한 맥주. 그리고 깔라마리 조합으로 행복한 저녁을 만들 수 있었다. 이번 알베르게는 비교적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었다. 내부 침대는 좀 작고 불편했지만 공용공간은 커다란 자판기로 간편식을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좌석들도 많아 번잡함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또 스쳐 지나가는 곳에 작은 흔적을 남기고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극한에 도전하다. 51km. 당일
아무 이유 없다. 마치 갑자기 야간행군을 결심한 날처럼, 오늘은 내가 어디까지 걸을 수 있나 극한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나의 이런 의견을 밝히자 태권보이가 함께 하기로 했다. 정말 너무 힘들고 지칠 때까지 걸어보자. 과연 거리가 얼마나 될지 한번 시험해보고 싶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날 51km의 거리를 걸었고, 내 친구는 길에서 급똥이 와 단 두장의 휴지로 해결했다 :-)
자연히 뒤로 갈수록 찍은 사진은 줄어들었다.
마지막 12km 코스는 산길이라 죽음에 근접했고
오르테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 30분, 우리 둘이 입장할 때는 마을 초입에 있는 펍의 테라스에 앉은 순례자들이 우릴 향해 박수를 쳐주었다. You made it! (성공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역시나 아침 8시까지 숙면을(늦잠을?) 취하고 조금 늦게 출발했다. 사실 이미 모든 순례자들은 출발했고, 알베르게 직원들이 께워주었다...
조금은 흐린듯한, 구름이 가득한 날씨 덕에 전처럼 많이 덥진 않았다. 오히려 비가 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오늘 구간은 마을이 자주 등장해주었다. 휴식의 유혹을 물리치고 쭉 걸어가야 덜지친다! 자주 쉴수록 시간이 늦어지고 더 늘어지게 되어 가능하면 한시간에 한 번 정도 간단히 쉬려고했다. 그런데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강아지가 등장!!
웬 강아지 한 마리가 철창을 사이에 두고 두 손에 바게트 빵을 고이 잡고 있는 것이다.
"쟤 모하지?" 하는 생각으로 다가가자 두 손 모아 소중히 잡고 있던 바게트 빵을 와그작 와그작 씹어먹는다. 이것은 마치 ASMR.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에 걸음을 멈추고 이 친구의 라이브 방송을 볼 수밖에 없었다. 무슨 강아지가 바게트 빵을 저렇게 먹지!? 저렇게 먹으면 아무 맛도 안 날 텐데... 정말 귀여웠다. 이 라이브 방송을 보는 것은 우리뿐 아니라 지나가던 순례자 모두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귀여워서 계속 보다 보니 시간이 호로록, 다시 걸음을 시작한다.
걸을수록 초반과는 다르게 마을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낡은 느낌이 난다. 스페인 역시 빈부격차가 커진다고 하는 말이 실감 나기 시작한다. 세련된 마을이던 초반의 모습과는 달리 점차 시골 풍경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점점 더 커지는 과수원과 밭이 보인다. 도시라기보단 마을, 마을이라기보단 작은 타운이랄까?
20km 지점까지는 걸을만했다.
30km가 넘어가자 종아리가 붓고 발바닥에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고민의 시간이 찾아왔다.
빌라 프랑카(38km 지점) , 다음 마을은 12km 더 가야 한다!
38km 정도 걸어왔다.
빌라 프랑카라는 마을이 나와 잠시 카페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사실 슬슬 힘이 들어 더 걸어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위해 잠시 멈추었다. 장미가 가득한 담장과 대문을 통과해 들어가면 이쁘게 꾸며진 정원과 함께 작은 카페가 하나 나온다. 빌라 프랑카 마을의 마지막 지점, 여길 벗어나면 앞으로 12km를 더 걸어가야 다음 마을이 나온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었고, 앞으로 12km를 더 걷는다면 최소 2시간은 더 소요될 것인데, 그러면 도착하는 시간이 조금 늦지 않을까?
찬 음료와 두 다리에 휴식을 주며 우린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은 무슨 날이지?
극한을 경험해보기도 한날이지?
여기서 멈추긴 아쉬웠다. 다음 마을까지 12km, 그리고 산을 넘어가는 길
단지 이 악조건으로 인해 멈추기엔 오늘의 취지와 맞지 않았다. 오히려 어려운 조건이 생긴다면 극한을 경험하기에 더 좋은 상황이 아닐까? 역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 도전해보자!! 정말 못해먹겠다 싶을 때까지 걸어보자. 종아리가 너무 부어, 하고 있는 무릎보호대를 모두 풀었다.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저릿저릿함이 느껴졌다.
다음 마을까지 3시간 정도 잡고 가보기로 했다. 남은 코스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넉넉히 배분했다. 빌라 프랑카를 나오자마자 가파른 언덕이 눈 앞에 떡 ~! 어휴... 산 하나를 넘어가는 코스였기에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올라갔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정말 끔찍한 길이다. 한참을 올라가더니 다시 한참을 내려가고 그렇게 오르락내리락 2번쯤 하자, 산 중턱의 평지가 나온다.
이미 지나가는 순례객은 보지 못한 지 한참 되었다. 오후 5시가 넘어가면 대게 걷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마침 이때 태권보이 동료에게 신호가 왔다. 급ㄸ의 그 신호. 다행히 산 중턱이기에 풀숲은 많은데... 우리에게 있는 휴지는 가벼운 냅킨 두 장 정도...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고 이 작은 휴지로 해결을 해야 했다. 잠시 그에게 시간을 주고 곧 승리의 미소와 함께 돌아왔다.
알아서 승리했겠지.... :-) 그렇게 믿어준다.
조금은 가벼워진(?) 몸으로 조금 더 걸어갔다. 해가 슬슬 지려하는 그 시간까지.
오후 8:20, 더 이상은 걸을 수 없다
오르테가 마을이 보인다. 마을의 초입에 있는 피자집에 사람들은 시원한 맥주와 함께 하루의 마무리를 즐기고 있었다. 이런 이들에게 오후 8시가 넘어 들어오는 우리들은 신기한 대상이었다. 우리가 들어오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무슨 일이냐고~! 어디 다쳤다 물어봤다. 보통 이렇게 늦게 들어오는 일이 없을 것인데, 혹시나 어딘가 다쳐서 걷기 힘든 경우에 늦게 들어오기에 그런 우리가 걱정되었나 보다.
마을에 도착해 가방을 던지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끝났다! 더 못 간다!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오늘 산토 도밍고에서부터 걸어왔고 우리 스스로를 테스트하고 싶어서 계소 걸었다고 했다. 그러자 모두가 우리를 향해 박수를 치며 브라보를 외쳐준다. 젊음은 멋있는 것이라고, 좋은 도전이었다고 엄지를 치켜들어준다. 뭉클하고 뜨거운 가슴 한가득!
순례길을 빨리 걷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이 길을 걸으며 할 수 있는 정말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 의미로 이전에 야간행군을 했고, 오늘은 50km가 넘는 거리를 걸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의 환호를 받는 것도 좋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정말 뿌듯하게 느껴졌다. 빌라 프랑카에서 걸음을 멈추었다면 한참 후회했을 듯하다.
이 감격의 기분을 누릴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다시 순례길을 간다 해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오늘은 얼마나 걸어갈 수 있을까? 정말 끝까지 말이다.
알베르게까지 걸어가는 걸음도 쉽지 않았다. 짐을 내려놓고 샤워하는 시간도 정말 온몸이 뜨거웠다. 그러나 곧 아까 그 맥주집으로 가 시원한 맥주와 피자 하나를 먹는 시간에, 그 피자 한 조각이 오늘의 피로를 싸악 씻어내려 했다. 그 어느 날의 피자보다 정말 맛있다고 생각했다. 흔하디 흔한 이 피자 한 조각이, 오늘 하루의 마무리로 제격이었다.
새삼 행복했다.
이 걸음에 나선 나 자신이 만족스러웠고, 이런저런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자 하는 것에 감사했다. 걸으며 만나는 모든 친구들에 기쁨이 가득했고, 하루하루를 즐기는 마음에 행복이 점점 자라났다.
특별한 무언가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지만 마음이 평온하고 행복했다. 종교적 색을 갖지도 않았고, 무언가 알고 이 길을 나선 것도 아니다. 그저 방송 하나 보고 걸음을 시작했고, 남들처럼 걸어가는데 어느새부턴가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설레었다.
이거 조금 이상한 건가?
나도 잘 모르겠다. 그저, 행복했고 이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아쉬움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9
⭐️⭐️⭐️⭐️⭐️ 휴지 챙겨!!!
언제 ! 어디서! 갑자기 필요할지 모른다. 항상 휴대용 휴지 챙기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8
⭐️⭐️⭐️⭐️⭐️ 기회를 만들어 야간 행군을 강력 추천.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걸어간다는 기분은 조금 더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또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대신 안전제일! 음식 준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7
⭐️⭐️⭐️6,7월 스페인은 정말 미친 듯이 덥고
특히 로스 아르코스 -> 산솔 코스는 자갈길에 그늘 한점 찾기 힘들다. 유의해야 할 코스!! 물 미리 챙기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6
⭐️⭐️⭐️ 반드시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함도 금물, 남과 비교도 금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5
⭐️⭐️⭐️⭐️⭐️ 장 볼 때 필요한 식재료 단어, 수량을 공부해가자! 식탁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4
⭐️⭐️⭐️ 일과 후 에너지가 된다면 알베르게에서 나와 마을을 둘러보자! 어떤 재밌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 단, 무리하지 말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3
⭐️⭐️⭐️⭐️ 허기보다 당이 문제. 캔디류를 챙겨나가길 추천 (청포도 캔디 강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2
⭐️⭐️⭐️⭐️⭐️ 등산화는 등산을 위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
⭐️⭐️⭐️⭐️⭐️발에 열이 찬다~ 느껴지면 한 번씩 멈춰서 신발, 양말 다 벗고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발가락 사이에 밴드로 마찰을 줄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