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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례자 현황 Jul 15. 2021

더 지치기 전에 순례길#14.부르고스,소주먹는날ㅋ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13일 차,  오르테가 - 부르고스  26km 최고기온 32도


산토 도밍고 ------> 오르테가
Santo Domingo ----->  San juan de Ortega





아미고 Amigo -! , 출팔 해야쥐~~?

 밤샘 행군 말고는 일출을 본 적 없다. 오늘도 역시나 실패! 오전 8시에 알베르게 스탭이 깨워준 덕분에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언제쯤 남들처럼 아침 일찍 나가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자기 전 마음 한편에 일찍 일어나서 출발할 수 있으면 해 보자! 했지만 역시나~ 오늘도 실패였다.


 알베르게 스태프가 울려준 아침 알람으로 일어나 8:30에서야 걸음을 시작했다. 전날 50km의 여파로 눈을 뜨고 걸음을 시작하자마자 그 무거움이 느껴졌다. 으아아... 내 다리가 내놔.... 내 다리.... 무거운 다리로 부르고스를 향했다. 이곳에서 몇 친구들과 모여 하루 쉬다 갈까~ 하는 들뜬 마음과 무거운 다리로 시작한다.

저벅저벅 걸어간다.


 다행히 서유럽 폭염주의보는 많이 사그라들었다. 최고기온 32도. 여전히 그늘이 없는 곳에선 땀이 질질 흐른다. 가벼운 바람이 마치 게토레이처럼 에너지를 듬뿍 실어주었다.  모든 방향에서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은 참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좋아 좋아



부르고스로 가는 오늘의 일정에는 촘촘히 마을이 등장한다. 즉, 잠시 쉴 시간과 간식을 구하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말이다! That sounds good! 가끔 12킬로 이상 아무 마을도 만날 수 없는 시간이 있는데, 이럴 때는 정말 절망스럽다.  더욱이 미리 간식을 준비해오지 않았다면 더더욱 잔인한 하루가 된다. 아주 슬프게도.

 그래서 중요한 점 한 가지!

다음날의 대략적인 일정을 확인하고 혹시 중간에 마을 간 거리가 멀다면 미리 간식이나 물을 여유 있게 챙겨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걷는 동안에 지금 걷는 이 길이 지옥으로 가는 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것ㅇ이다. 수분 부족과 당 부족은 정말 위험한 적이다!




각자의 속도는 다르다


 사람마다 걷는 속도도 다르고, 휴식이 필요한 텀도 다르다. 따라서 무리하게 일행과 속도를 맞추어 걸어갈 필요가 없다. 나도 걸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나와 패턴이 비슷한 사람들과 같이 걷는 일이 많아졌다.  며칠 걸어보니 내가 시간당 몇 Km 정도 걷는지 평균치를 알 수 있었고,  몇 시간 정도 걸으면 쉬어주는 게 적절한지 알게 되었다. 초반에 이 부분을 알지 못하고 무리할 수 있으니 이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린 모두 다른 속도로 걸어가고, 같은 시기에 휴식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걷다가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을 꼽으라면 바로 이 순간 뽑을 수 있다.

언덕배기에 올랐을 때 사르르 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춤추게 하고 목덜미 그리고 옷 사이사이를 간지럽히는 지나가는 순간. 아무것도 아닌 바람 한 줄기지만 그 순간의 개운한 기분은 그 무엇으로도 느낄 수 없다. 종일 걸으며 땀으로 젖은 등과 머리를 모두 식혀주고 그 땀을 훔쳐가려 한다. 그때에 느끼는 기분 좋은 감각들은 다시 상상해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마치 처음의 사진을 봐도 그때의 개운함이 다시 떠오른다. 그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앉아 한참을 떠날 수 없었다. 계속해서 불어오는 바람에 행복했고, 내리쬐는 햇빛도 그 바람이 모두 식혀주었다.

위는 오후에 도착한 내 사진, 아래는 새벽에 걸어나간 친구들이 보여준 사진. 참 분위기가 다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오늘 발걸음이 가볍고 즐거운 이유가 있다. ( 사실 전날 50km의 도전으로 그닥 가볍진 않았다) 바로 부르고스에서 친구들과 만나! 하루 놀기로 했다! 친구들은 미리 챙겨둔 소주를 마실 생각에 더욱 들떠있었고, 나는 오래간만에 다시 친구들과 모여 MT 온 기분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들떠있었다. 특히 하루 연박하기로 하면 좋은 점은 당일의 밤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다음날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마음 편히 밤늦게까지 잠에 들지 않아도 된다. 7월 한 여름의 스페인 밤거리는 선선하고 또 놀기 좋은 날씨다. 많은 젊은이들이 밖에 나와 그 밤의 여유를 즐기는데 다음날 일정이 있는 나는 늘 알베르게가 문 닫기 전에 들어가야 했다. 그것이 늦은 밤에 느끼는 큰 아쉬움인데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들떠있었다.


전날 51Km에 비하면 오늘은 25Km. 가벼운 걸음이다 충분히 오래 쉴 수 있고 오후의 일정에 여유 있어 무리하지 않았다.  언제든 바람이 우릴 유혹하면 그 자리에 멈추고 바람을 즐겼고 달콤한 커피가 유혹하면 그 유혹에 현혹되어주었다. 그 무엇 하나 부담될 것 없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절반만 걷는 날이니까-! 아무렴 어떠리 , 이 또한 축복받은 하루인걸!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누군가의 집 앞,



목적지의 직전이 가장 힘든 법


 부르고스에 다 와간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런데 웬걸 부르고스 직전에 공업단지 같은 마을이 나오는데 이 마을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끝없이 계속된 공업단지로 지루함이 한층 더해진다.  타오르는 태양 아래 그늘 한 점 없는 공업단지의 지루한 길로 흥미를 잃을 때쯤, 저 멀리서 그 친숙한 로고, 맥도날드가 보인다!


맥도날드 ! 맥플러리! 가자 가자 가자!


오후 2시, 우리는 부르고스에 도착했다.

그 옆에 맥드날드에서 에어컨 바람과 맥플러리로 기쁨을 즐겼다. 으아아 끝이다!!  오늘도 끝이다! 이제 들가서 쉬자! 고기 꾸워먹자! 빨리 양말 벗어던지고 시원~한 시간을 보내자!! 이렇게 큰 기쁨도 잠시...


 아니 부르고스는 왜 이렇게 큰 거야?? 이전에 만났던 마을과는 스케일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마을 초입에 들어와서 느끼던 기쁨도 잠시... 우리가 잡은 숙소까지 다시 또 한참을 가야 했다. 우리 순례자님들~ 부르고스 입구에 들어왔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지금 여러분들이 가야 하는 길은 이곳에서부터 또다시 한참 가야 한답니당 ㅋ.ㅋ

  커다란 도시를 지나고 지나, Air BnB 숙소 도착!! 오늘 이곳에서 하루를 묵으며 친구들과 꼬기도 꾸워 먹고 쇠주도 한잔 하고, 밤에 나가 여유로운 늦은 밤을 즐길 것이다. 바로 요 여유를 찾아서 야간행군을 하고, 극한의 걸음에 도전했던 것이 아닐까!! 내내 들뜨고 신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당



아름다운 부르고스 대성당

이 근처에는 공립 알베르게가 있고 또 그 주변에 우리 숙소가 있었다. 우선 처음으로 맞이하는 웍! WOK! 중국 느낌이 나는 뷔페식당이다.


순례길을 걷는 다면 누구나 한 번쯤 가게 되는


웍!

대도시마다 하나씩 있었다. 여러 음식들이 뷔페식으로 진열되어있다.  

    

김밥부터 일본식 마끼와 롤, 그 외에도 바베큐도 있어서 순례자들이 한 번씩 방문해 배를 잔뜩 채우고 나오기에 강추! 다만 바베큐의 경우 많이 짜다. 그래서 고기를 구워달라고 맡길 때 간에 대한 조절을 반드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땀에 젖은 고기를 먹게 될 수도...



부르고스에서의 1박 2일

기대되는 하루가 걸음을 마친 지금! 바로 지금부터 시작된다.

웍에 다녀와 대성당 내부 투어부터 밤거리에서 맥주와 함께하는 버스킹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 커밍 쑨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0

⭐️⭐️⭐️⭐️⭐️ 이쯤 걸으니 알겠지? 우린 모두 다른 속도로 걸어. 누군가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속도에 온전히 집중하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9

⭐️⭐️⭐️⭐️⭐️  휴지 챙겨!!!

언제! 어디서! 갑자기 필요할지 모른다. 항상 휴대용 휴지 챙기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8

⭐️⭐️⭐️⭐️⭐️ 기회를 만들어 야간 행군을 강력 추천.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걸어간다는 기분은 조금 더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또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대신 안전제일! 음식 준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7

⭐️⭐️⭐️6,7월 스페인은 정말 미친 듯이 덥고

특히 로스 아르코스 -> 산솔 코스는 자갈길에 그늘 한점 찾기 힘들다. 유의해야 할 코스!! 물 미리 챙기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6

⭐️⭐️⭐️ 반드시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함도 금물, 남과 비교도 금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5

⭐️⭐️⭐️⭐️⭐️ 장 볼 때 필요한 식재료 단어, 수량을 공부해가자! 식탁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4

⭐️⭐️⭐️ 일과 후 에너지가 된다면 알베르게에서 나와 마을을 둘러보자! 어떤 재밌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 단, 무리하지 말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3

⭐️⭐️⭐️⭐️ 허기보다 당이 문제. 캔디류를 챙겨나가길 추천 (청포도 캔디 강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2

⭐️⭐️⭐️⭐️⭐️ 등산화는 등산을 위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

⭐️⭐️⭐️⭐️⭐️발에 열이 찬다~ 느껴지면 한 번씩 멈춰서 신발, 양말 다 벗고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발가락 사이에 밴드로 마찰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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