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지치기 전에 순례길#19. 마차 타고 까미노 순례길

by 순례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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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18일 차, 까리온 ~ 사하군 17+21.33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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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 (영화 관상 중에서) - 마차 타기 전 했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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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리온에서 마라롱샤를 먹고 동네를 돌며 순례길에서 만난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중 들은 신기한 소식. 가리온에서 마차를 타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대략 20km 정도를 마차 타고 이동하는데, 여러 명이 모여 조금 더 저렴하게 이용 가능하다고 한다. 1인당 15유로를 지불했다.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러 와서 "마차" 라는건 아주 매혹적으로 들려왔다. 살면서 언제 한 번 마차를 탈 기회가 있었나? 순간 사극 영화들을 보면 주로 나오는 마차들이 떠올랐다. 마차 마차 마차


내가 아는 마차는 Matcha 즉, 녹차 같은 것들만 알고 있었는데 내 살아 있는 동안 마차를 탈 기회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오호라 고민할 여지없이 나는 바로 콜을 외쳤다. 순례길에서 만난 한 누나가 마차를 예약했으니 정해진 시간까지 장소로 오면 모여서 마차를 타고 이동한다고 한다.


까리온 -> 깔사딜리아 데 라 꾸에사 17km 마차로. 왕이 아니라 노예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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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타러 집합장소로!

다음날 아침, 우리는 약속 장소로 모였고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알고 보니 쭉 이어지는 메세타 평야 구간으로 점프하는 순례객들이 많다 보니 이런 마차 프로그램도 생겨난듯하다. 마부는 계속해서 펼쳐지는 자연의 모습들이 마차 위에서 바라보면 사뭇 다르게 느껴질 거라 말했다. 또한 우리가 마차를 타는 이 코스는 순례길 특히 메세타 평원에서도 악명 높은 코스였나 보다.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Carrion de los Condes와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 Calzadilla de la Cueza 사이 17km 구간을 상점이나 화장실 없이 걸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 구간에는 오로지 자연으로 채워진 평야 구간만이 있었고, 중간에 쉴 수 있는 곳은 그늘 말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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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그렇다. 이 평야를 두 다리로 며칠씩 계속 걸어가는 동안에는 지루한 시간들도 있었다. 또 그늘 한 점 없는 하늘에 원망하는 마음을 갖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평야 길에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가는 즐거움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론 평온하지만 지루한, 그런 느낌들을 많이 받았다.


다행히(?) 영화 속에서 보던 마차가 아니라, 마치 어딘가 노역에 가는 듯한 마차였다. ( 뭘 바란 거니... ) 그리고 우리와 동행할 말들은... 조금은 덜 건강해 보였다. 예전에 만났던 친구가 한국에서 승마 교관을 하고 있었다. 그때의 훈련된 말들과는 달리 마르고 또 한 마리는 매우 늙은 모습의 친구였다. 이 친구들이 우리 성인 대여섯 명을 끌고 갈 수 있을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가득 들었다. 두 마리의 말이 우리를 싣고 가는데, 늙은 친구가 힘을 쓰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자 옆에 있는 젊은 친구는 자꾸 물라고 하고 그때마다 마부 아저씨는 가볍게 채찍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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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에 모여서 출발한 우리는 마을 밖으로 조금 나서자 일찍이 출발한 다른 순례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흥분과 즐거움으로 마음 가득했었는데, 아침 일찍 나와 걸음을 시작한 순례자 친구들을 만나자 조금 다른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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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이었을까, 미안함이었을까?

물론 다들 다른 목적과 마음으로 순례길을 시작한다고들 한다. 종교적 이유, 새로운 여행에 대한 탐험 등. 누군가는 두 발로 완주하지 않는 걸음은 순례길의 본질이 아니라고도 한다. 물론 사람들마다 의견은 다른 것이고 가치관에 의한 것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여기서 느낀 감정은,


이 뜨거운 여름에 태양을 맞으며 본질에 충실하도록 걷는 걸음인데, 나는 마차 위에서 편하게 가는 모습이 그들에게 괜한 박탈감을 주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괜히 그들의 걷고자 하는 의욕을 내가 약화시키지 않았으면 했다. 나는 새로운 경험들을 체험하고자 하는 목표로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있었지만 이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쉽게 결정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중에 만나면 고생했다고 시원한 맥주나 콜라 한 잔 사줘야지! 하고 인사를 했다. 다행히 아주 좋은 친구들이 우리의 모습들을 사진도 찍어주었다. 마차 안에서 보는 풍경이 아닌 순례길 위에 있는 우리의 마차를 찍어준 사진은 소중한 사진이 되었다. 좋은 친구들 덕에 이런 추억의 한 장면을 마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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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 Calzadilla de la Cue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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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는 종착지에 도착했고, 걸음을 시작할 겸 재정비하며 바에 들어왔다. 이후 우리보다 먼저 출발했던 친구들이 우리 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길에서 지나가는 우리를 보며 신기하고 또 부러웠다고 하며 어떻게 그런 걸 찾았냐는 등의 대화를 했다. 이때 사진들도 받았고, 또 나 때문에 발이 더 무거워졌다면 미안하다고 했다. 다행히 친구들은 달려가는 마차의 모습에 신기하고 또 얼른 붙잡아서 사진을 보내주려고 더 빨리 걸을 수 있었다고 한다 :-) Nice guys


바에 머물며 우리가 지나쳐온 친구들을 만났고, 한창 마차로 지나간 우리에 대해 수다 타임이 이어졌다. 누나 덕분에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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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인지 몰랐던 중간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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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왠지 멋있는 기둥 두 개가 나왔다. 마치 새로운 관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생겼다. 후에 이곳에서 더 많은 사진을 찍지 않은 것을 후! 회! 하게 되었다. 다시 간다면 꼭 저 앞에서 멋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


아~주 나중에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다가 알게 되었다. 바로 이곳이 산티아고 까미노 프랑스길의 중간지점을 표시한 기둥이라고 한다. 프랑스 길이 대략 800km 정도니, 400km 기념비라고 하면 될까? 다음에 산티아고 까미노를 다시 간다면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1. 스페인어 공부해가기. 주민들과 더 많은 소통을 하고 싶다.

2. 400km(중간) 기념 비 앞에서 멋있는 사진 찍기


이번 순례길 여행은 아무것도 모르고 바람처럼 닥치는 대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여행이기에 만족스러운 마음만큼이나 아쉬움도 크다. 미처 알지 못하고 지나친 수많은 것들을 다음엔 다시 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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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군... 살아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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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내 우리는 사하군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조용했다. 아니 요 근래에 지나온 대부분의 마을들이 인기척이 드물었다. 점점 우리는 시골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사람 냄새보다 자연의 냄새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용한 사하군, 어느 한 알베르게에 우리는 짐을 풀고 전보다 조용한 저녁을 맞이했다.


오늘은 스페인 발렌시아 주에서 레온 주로 넘어오게 되었다. 순례길에서 어느덧 레온 주. 이제 레온 마을 앞을 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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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2

⭐️⭐️⭐️친구들과 함께 부를 (국가 불문으로) 알만한 노래 하나 준비해 가면 어떨까? 물론 스페인에선 BTS가 정말 크게 먹힌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1

⭐️⭐️⭐️⭐️ 카스트로제리즈 , 오리온, 비빔밥. 3가지 키워드만 기억하면 된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0

⭐️⭐️⭐️⭐️⭐️ 이쯤 걸으니 알겠지? 우린 모두 다른 속도로 걸어. 누군가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속도에 온전히 집중하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9

⭐️⭐️⭐️⭐️⭐️ 휴지 챙겨!!!

언제! 어디서! 갑자기 필요할지 모른다. 항상 휴대용 휴지 챙기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8

⭐️⭐️⭐️⭐️⭐️ 기회를 만들어 야간 행군을 강력 추천.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걸어간다는 기분은 조금 더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또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대신 안전제일! 음식 준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7

⭐️⭐️⭐️6,7월 스페인은 정말 미친 듯이 덥고

특히 로스 아르코스 -> 산솔 코스는 자갈길에 그늘 한점 찾기 힘들다. 유의해야 할 코스!! 물 미리 챙기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6

⭐️⭐️⭐️ 반드시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함도 금물, 남과 비교도 금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5

⭐️⭐️⭐️⭐️⭐️ 장 볼 때 필요한 식재료 단어, 수량을 공부해가자! 식탁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4

⭐️⭐️⭐️ 일과 후 에너지가 된다면 알베르게에서 나와 마을을 둘러보자! 어떤 재밌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 단, 무리하지 말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3

⭐️⭐️⭐️⭐️ 허기보다 당이 문제. 캔디류를 챙겨나가길 추천 (청포도 캔디 강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2

⭐️⭐️⭐️⭐️⭐️ 등산화는 등산을 위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

⭐️⭐️⭐️⭐️⭐️발에 열이 찬다~ 느껴지면 한 번씩 멈춰서 신발, 양말 다 벗고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발가락 사이에 밴드로 마찰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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