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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례자 현황 Sep 21. 2021

더 지치기 전에 순례길#20. 마차에 이어 기차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19일 차,  사하군 ~ 레온  -km



기타 타고 고향 가는 기분, 가자 레온으로

 사하군에서 눈을 떴다.

공립 알베르게에서 전날 밤, 모두들 모여 쉼터 잔디밭에 앉아 노래도 부르고 떠들다 보니 시간이 훌쩍. 우리는 늦은 밤을 맞이했다. 전에 같이 걷던 친구들은 오늘 레온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했다. 레온에서 알베르게를 잡고 하루 쉬다 가자는 제안에 다 같이 레온에서 만나기로 했다.


 

사하군을 들어올 때 나는 태권보이와 같이 걷고 있었다. 아마 오리온 알베르게에서 비빔밥을 먹은 이후로 같은 일정으로 함께 걷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마음이 통하였는지, 아침에 걸음을 나와 우린 자연스럽게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 역시 다양한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스페인에서 기차를 언제 또 한 번 타보겠나! 하는 마음으로...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생장으로 올 때 기차를 타긴 했었네)


 대도시가 나올 때마다 연박을 하며 친구들과 모여 각자 걸었던 시간들을 나누고 사진을 교환하는 그 시간이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다른 친구가 보았고 들르지 못했던 마을의 모습을 전해받는 것도 재밌었다. 한정된 시간과 순례길의 일정을 따르다 보면 많은 마을들을 스쳐지나 보내게 된다. 이런 간접 경험으로 아쉬운 마음들을 달랠 수 있었다.

 

레온 대성당

 약 일주일 만에 친구들과 모두 모였다. 레온 대성당 앞에서.


각자 다른 걸음을 걸어왔지만 이렇게 언제든 함께 모여 각자가  가져온 시간을 나눌 수 있음이 너무 감사했다. 순례길이라는 어쩌면 외로울 수 있는 여정을 첫날부터 좋은 친구들을 만나 함께 지내 올 수 있음에 행복함을 느꼈다. 만약 다시 산티아고 까미노 스페인 순례길에 온다고 한다면(물론 반드시 다시 올 것이다) 이런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여러 면에서 잘 맞는 이 친구들을 만나 이렇게 감사하고 행복한 여행길이 될 수 있을까? 조금은 다음 순례길에 두려움이 생겼다. 어쩌면 이번 여행과 비교되어 외로운 걸음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순례길 끝나면... 어디 갈 거야?


 어느덧 우리는 중반부를 넘게 걸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것보다 적게 걸으면 우리의 종착점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한다는 말이다. 끝이 없는 여행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벌써 그 끝을 생각할 때라니 조금은 서운하다. 800km의 걸음이 이렇게 짧은 걸음이었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이 친구들은 모두 순례길 이후 바르셀로나로 넘어갈 생각인 듯하다. 세계적인 축구선수 메시의 경기가 있어 데캄포 경기장을 가야 한다고 한다. 메시의 축구 플레이를 보기 위하여...  그렇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이번 여행은 편도행으로 프랑스에 날아왔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잠시 머물다 다시 캐나다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행이 길어질수록 한국에서 있을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이후의 일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해졌다.







순례길 이후에 대해 여러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확실히 동양에서 온 우리들과 차이점이 보였다.


유럽 친구들에게는 순례길 자체가 휴가였다. 이 길을 걷는 자체가 자신의 베케이션이고, 안식년, 안식월 같은 느낌으로 온다. 반면 아시아에서 온 친구들은 순례길 이후 대부분 특정 국가를 향하는 유럽 여행을 선택한다. 아마 거리에서 오는 차이점과 "휴가"의 의미가 조금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맞고 틀리고 가 아닌 인식의 차이가 다르다는 점이 신기했다. 하긴 생각해보면 그렇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이 평생에 유럽에 나오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업무차를 제외하고는 한 손에 꼽는 경우가 일반적일 것이다. 캐나다에서 순례길을 온 나조차 이후 일정에 대해 고민이 들고 있으니까..


 보통 동양인 친구들은 순례길을 마치고 주변국으로의 여행을 많이들 간다. 프랑스, 포르투갈, 모로코 등이 대다수인 듯.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어쩌면 이젠 어느 곳에서도 이방인이 된 것 같다. 캐나다에서도, 한국에서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 모든 스트레스를 떨치고자, 더 지치기 전에 순례길로 온 이유가 이런 점이었다.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레온에 도착하면서부터 중반부 이상을 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후 내 걸음에 대해 고민이 들기 시작한 것 보면 내가 도망가고 싶었던 생각들에 다시 붙잡히기 시작했다.


 다시금 생각이 많아지는 걸 보며 순례길이 상당 부분 지나갔구나... 하는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미래의 호날두와 함께

 숙소를 잡고 근처 놀이터로 나왔다. 테라스에서 애기들이 축구하는 모습에 우린 다 같이 나갔다. 혹시나 우리를 끼워줄까? 싶어서. 동양에서 온 지성팍들은 미래의 호날두에게 게임 요청을 했다. 전 세계 어디나 공놀이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군대에서도 선후임과 같이 친해지기에 빡센 훈련보다 축구 한 게임이 더 도움 될 때가 많았다.


 어린 친구들은 역시 활짝 열린 마음들이어서인지, 우리와 함께 플레이하는데 환영해주었다. 새삼 동네마다 공원이 하나씩 있어 이 친구들이 이렇게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다. 이런 놀이터보단 우리에겐 노래방과 피시방이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온 동네 놀이터와 공원에는 어린 친구들로 가득가득. 어린이들이 무슨 발재간이 이리 좋은지! 같이 볼 차고 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우리가 너무 늙은 것일까...



레온 -> 중국식 뷔페 웍 WOK -> 중국인 마트


 이제는 대도시의 고정 코스가 되어버렸다.

WOK에 가서 그동안 먹지 못한 칼로리들을 섭취하고, 저녁엔 중국 마트에 가서 한국 음식을 사는 (조금 이상하긴 하네) 일상. 보통 라면과 고추장 그리고 소주 정도의 쇼핑(?)


 젊은 2,30대이다 보니 많이 먹기도 하고 또 이때가 아니고선 소주를 접할 수 없으니 자연스럽게 항상 향하곤 한다. 허허허. 술을 먹지 않는 나에겐 한국 과자를 사 올 기회!   캐나다에 나와서 사는 나의 입장에선, 스페인의 한국 식품들과 말로만 듣던 K-pop, K-Drama는 어떨지 정말 정말 궁금했고, 새롭게 사귄 한국 친구들과의 소통이 이렇게 재밌고 소주 한 잔 기울이는 시간이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가능하다면 현지에 있는 한식당들도 가보고 싶었지만 그 정도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래도 WOK 이란 식당은 상당히 신선했다. 이것은 중식당도 아니고 한식당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페인 현지 식당이라 할 수도 없었다. 이것저것 모두 섞인 느낌이랄까? 퓨전!이라고 하면 맞지 않을까?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배불리 먹고 싶은 날 아니라면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 사진을 추리고 추려서 올린 게 이 정도라니. 브런치에 스페인 순례길 기록을 남기기 전에 그날에 대한 사진부터 정리한다. 사진을 정리하고 셀렉하고 보정을 하는데 이 셀렉의 단계에서 참 많인 시간이 걸린다. 이 사진도 보여드리고 싶고, 저 사진도 보여드리고 싶고... 온통 독자분들에게 공유해드리고 싶은 사진들 그리고 추억들 투성이다.  그날의 감정과 기분, 그 분위기까지 전달해주고 싶은 욕심이 가득하다 보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진다. 흐이구


혹시 사진 셀렉에 팁 있다면 댓글로 공유 부탁드립니다 구독자님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2

⭐️⭐️⭐️친구들과 함께 부를 (국가 불문으로) 알만한 노래 하나 준비해 가면 어떨까? 물론 스페인에선 BTS가 정말 크게 먹힌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1

⭐️⭐️⭐️⭐️ 카스트로제리즈 , 오리온, 비빔밥. 3가지 키워드만 기억하면 된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0

⭐️⭐️⭐️⭐️⭐️ 이쯤 걸으니 알겠지? 우린 모두 다른 속도로 걸어. 누군가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속도에 온전히 집중하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9

⭐️⭐️⭐️⭐️⭐️  휴지 챙겨!!!

언제! 어디서! 갑자기 필요할지 모른다. 항상 휴대용 휴지 챙기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8

⭐️⭐️⭐️⭐️⭐️ 기회를 만들어 야간 행군을 강력 추천.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걸어간다는 기분은 조금 더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또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대신 안전제일! 음식 준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7

⭐️⭐️⭐️6,7월 스페인은 정말 미친 듯이 덥고

특히 로스 아르코스 -> 산솔 코스는 자갈길에 그늘 한점 찾기 힘들다. 유의해야 할 코스!! 물 미리 챙기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6

⭐️⭐️⭐️ 반드시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함도 금물, 남과 비교도 금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5

⭐️⭐️⭐️⭐️⭐️ 장 볼 때 필요한 식재료 단어, 수량을 공부해가자! 식탁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4

⭐️⭐️⭐️ 일과 후 에너지가 된다면 알베르게에서 나와 마을을 둘러보자! 어떤 재밌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 단, 무리하지 말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3

⭐️⭐️⭐️⭐️ 허기보다 당이 문제. 캔디류를 챙겨나가길 추천 (청포도 캔디 강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2

⭐️⭐️⭐️⭐️⭐️ 등산화는 등산을 위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

⭐️⭐️⭐️⭐️⭐️발에 열이 찬다~ 느껴지면 한 번씩 멈춰서 신발, 양말 다 벗고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발가락 사이에 밴드로 마찰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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