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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시타임 May 27. 2023

부동산 매도의 기술

2023.05.27

아들에게


오늘 아빠는 정들었던 집을 팔았어.

막상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정이 많이 들었나봐.

여자친구랑 헤어진 느낌이었는데


오랜만에 헛헛한 느낌을 받았네


막상 집을 팔게되면서 느낀 점이 있어서 아들도 나중에 평생 한번쯤은 집을 팔게 될 수 있을 거 같아서


이렇게 남겨볼게


먼저 집을 매도 한다는 건 매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해


내 이름 석자가 등기부등본에 박힌 집은 아무래도 애정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이 집에서 실거주도 했다면

동네에서 우리집이 제일 좋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어. 그래서 지금 거래되고 있는 가격보다 1억이고 2억이고 더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지.


그런데 말이야 세상 일은 뭐든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하는 거 같아.

면접도 그렇고 사랑도 그렇고 

하물며 돈이 오가는 거래는 당연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겠지?

그래서 말인데 만약 너가 집을 팔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먼저 매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게 아니라 매수자의 입장에서 가격조사를 해봐.

네이버부동산이나 호갱노노에 올라온 가격들은 참고만 먼저하고 진짜 매수자의 입장에서 부동산을 찾아가봐. 그리고 여기여기 집을 사려고 하는데 부동산 사장님한테 브리핑을 먼저 받아봐.


신기하게도 부동산 사장님들은 매도자가 찾아 왔을 때랑 매수자가 찾아 왔을 때 다르게 대응한다는 걸 알 수 있단다. 근데 사람 마음이란 게 매도자 입장에서는 비싸게 팔고 싶고 내 물건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동산에서 내 물건을 폄하하거나 저평가 한다면 기분이 나쁠 수 있잖아? 하지만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어 왜냐면 부동산에서는 거래 그 자체만을 중개해주는 분들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매수자에 입장에서 가격조사를 해보면 그동안 내 눈에 씌였던 콩깍지도 벗겨지면서 우리집이 어떤 게 부족한 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단다.


매도란게 신기한게 아무리 매도하고 싶어도 안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에 진짜 이 집이 마음에 들어서 제발 팔아달라고 애원하는 경우도 생긴단다. 아빠도 2년동안 집을 팔려고 노력했는데 신기하게 풍수지리에 밝은 할아버지한테 팔았단다. 그 할아버지는 처음에 깎으려고 무지하게 노력했는데 우리는 안 팔 생각으로 제 값 다 받겠다고 했거든. 그래도 너무 마음에 드셨는지 그 자리에서 계약금 보내서 계약 했단다. 

하지만 이건 있는 거 같아.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라는 게 맞는 말인게. 사람 심리라는 게 남들이 좋다고 하면 남들이 사고싶어하면 덩달아서 나도 사고 싶어지는 게 사람 심리인 거 같더라구. 그래서 우리도 GTX가 들어온다는 호재가 생기자마자 매수세가 들어왔었거든. 그 때 팔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지만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야겠지?


마지막으로 실거주 주택은 꼭 유지하면서 매도했으면 좋겠어. 아빠는 1가구 2주택이었는데 아무래도 실거주하고 있는 집이 있어서인지 조급하지 않게 매도 할 수 있었던 거 같아. 왜냐하면 내가 지금 살고있는 집에서 편하게 거주하고 있고 내가 팔아야 할 집은 건물은 연차가 계속 들어가긴 하지만 토지라는 것은 그 가치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기 때문이지. 이건 주식이나 비트코인과는 다른 부동산의 장점이기도 한단다. 물론 여기서 세금적인 문제 예를 들어 일시적 1가구 2주택 비과세는 꼭 염두해두어야 하는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또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에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거 같아. 주식이 됬든 부동산이 됬든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 그때부터 다른 단점은 하나도 안보이고 장점만 보이기 시작하면서 남에게는 주기 아까운 내 자식과도 같게 된단다. 그때부터 적정가치를 알지 못하게 되고 부동산 사장님한테 후려치기를 당하거나 계속해서 호가만 올리게되면서 제때 팔아야 할 때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단다.


이렇게 오늘은 정들었던 집을 팔면서 느꼈던 점을 적어봤는데 어때? 생각보다 신경 쓸 일도 많고 기대보다 못미치는 경우도 많이 생기는 데 아들도 인생에서 몇번이나 집을 팔 수 있을지 생각해보면 한번이 될 수도 있고 수십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번이 되더라도 제대로 매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적어서 남겨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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