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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십 Nov 01. 2020

중양절에 살짝 맛본 레이유문 윌슨 트레킹


2020년 10월 25일은
음력 9월 9일 중양절


어제 홍콩은  쉬는 날이었다. 매해  의미 없이 보내다 올해는 마음먹고 찾아보았다. 쉬더라도 이유는 알고 쉬어야지.


                날짜와 월의 숫자가 겹쳐서 “
                숫자가 홀수  양수여서 “
                             그래서 중양절!


3 3 삼짇날, 7 7 칠월 칠석 그리고 9 9일처럼 홀수가 겹치는 날들을 일컫는다고 한다. 중국에서 유래된 명절이며 당송시대 혹은 춘추 전국시대부터 지내기 시작했다고.  한때는 추석보다   명절이었다고 한다.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아주  옛날(동한) 앞날을 보는 도인이   학생에게 중양절에  필시  난리가  것이니 높은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면 재난을 면한다고. 이후 국화주를 마시며 높은 산에 올라가는  중양절의 풍습이 되었다고 한다.



스치듯 지나쳐갈 홍콩의 가을을 

즐기지 못하는 

모두 유죄


이런 전설과 풍습은 1 모른  그저 지나가는 가을 날씨가 아까워 그냥 무작정 나가보았다.

나와 달리  새로운 길에 목말라 있는 남편 덕에 나서는  레이유문(Lei Yue Mun) 윌슨 트레일(Wilson Trail). 사이완호(SaiWanHo)까지  이동해   타고  건너 보기로.

바다 한가운데서 맞는 시원한 가을바람.
머리카락이 눈을 찌르며 헝클어져도 떡이 져도  

그저 좋았다.


레이유문 윌슨 트레일

Lei Yue Mun Wilson Trail


드디어 도착한 레이유문.
레이유문은 사실 해산물 먹으로 많이들 놀러 오는 곳이다. 바다에서  잡은 회를 자릿세 내고 먹는 해산물 식당들이 많다.

그러나 먹은  없이 먹어도  몇십만 원은 훌쩍 넘게 나오는 바가지 시가로도 유명하다. 그다지 깨끗하지도 맛있지도 않았던   번의 기억 때문에 이후 발걸음을 끊었다.

사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곳은 Devil's Peak Battery였지만 너무 늦어져 중간 출구로 빠져나왔다.

전체 윌슨 트레일 코스는  9km 4시간 걸린다고 하는데 3시간이면 넉넉잡을 . 구릉지를 잇는 트레일이라 가볍게 동네 뒷산 정도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언제나 그렇듯 모든 등산이 처음 몇십 분이 제일 힘든  같다. 올라가지 않으면 내려올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아찔한 비탈길 계단에  계단이 이어지고  계단이 이어진다. 끝없는 것처럼 보이는 오르막길에 누군가  계단만 오르면 이제 평지라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 주었다면 조금은 수월했을까.

인생도 마찬가지.
도저히 끝이   같지 않은  어둠의 터널을 지날  누군가 터널  빛을 보고  말해준다면 이제   힘든 여정은 끝이라고 그러니 조금만  힘내라고 다독여준다면 마지막 10m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뛰어갈 수도 있을 텐데.

아이에게 터널  빛을 보고 격려해 주는 부모가 되길 소망한다. 이제  왔다고 그러니 조금만  힘내라고 다음번에는 정말   있을 거라고  너이기에 엄마는 믿는다고.


순간 약수터인가 했지만 모두가 손만 씻고 가는  졸졸 수도꼭지를 지나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조금  걸으니 바다 건너  멀리 센트럴까지 보이고 오를  맺혔던 땀이 식자 처음의 힘듦은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남쪽 바다로  트인 전망대에 서서 양옆을 바라보자니 홍콩의 공원 묘원이  펼쳐져 있다. 언뜻 봤을 때는 계단식 농법인가 했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비석.

도무지  비석과 간격이 없다.

생전에도 좁은  많은 사람에 치이며 살아갔을 홍콩 사람들. 죽어서도 넓은 부지에 혼자 묻히지 못하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에 괜히  씁쓸해졌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풍수와 맥을 같이 해서 일까.   드는 양지바른 언덕에  뚫린 바다를 바라보는 묘원은  풍수를  모르는 내가 봐도 후손 대대 복이  아름 내려질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혼자 앉아 골똘히 사색에 잠기신 아저씨.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걸까.
고독해 보이는 쓸쓸한  뒤로 따스한  햇볕이 어루만져 주는 손길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가는 

다시 레이유문 페리 타는 곳으로 돌아와 
 타고 집에 돌아가는 .

매번 가던 트레일에서 벗어나 새롭게 도전한 윌슨 트레일. 트레일 입구를 찾느라 트레킹  거리보다  많은 거리를 걷고 모기를 무려 8방이나 물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좋았다.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

계획 주의자였다. 미리 말하지 않고 어디 가는   그리 싫었는지. 일상을 벗어나는  귀찮고 성가셨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번 레이유문의 느낌은 오늘과 사뭇 달랐다.

바라만 봐도 현기증 나던 뱃멀미, 선착장 바다  내에 내리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눈조차   없는 강한 햇빛에 그늘 없는 곳은 어디도 가기 싫었고 사진 포즈 취하란 말에도  그냥 대충 찍으라고.

그러던  마음이 변했나 보다. 바다 바람맞으며 사진 찍느라 뱃멀미는 느끼지도 못했고   무렵 선착장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입구를 헤매며 돌고 돌아도 덕분에 여기까지 와봤다며 웃을  있었다. 가려던 Devil's Peak  갔다는 말에 다음을 기약하기까지 했다.

 변했을까  마음. 언제 변했을까.
세상은 그대로인데 바라보는 마음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더니 내가  그랬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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