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골프를 시작한 것은 2006년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선후배 식사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골프 라운딩을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모임 인원 중 골프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 세 명이었다. 그때 본부장님께서 “지점장이 되면 골프는 필수”라며 미리 배워두라고 특별 지시를 내리셨다. 그렇게 예정된 9월의 라운딩, 골프를 배울 수 있는 3개월의 시간이 주어졌다.
강제적으로 일정이 잡힌 상태에서 바쁜 업무로 미루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다급하게 집 앞 골프 연습장에 등록하고, 7월부터 두 달간 골프채를 잡는 것부터 시작했다. 코칭은 10여 분에 불과했지만, 무더운 여름을 닭장 같은 연습장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에 몰두했다. ‘똑딱이’로 시작하는 지루한 반복 연습이었지만, 멋진 드라이버 스윙을 꿈꾸며 기초부터 다졌다. 2주 정도 지났을까, 남편이 골프클럽을 사러 가자고 했다. 장비가 있어야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서둘렀다. 젝시오 드라이버와 아이언 세트, 니켄트 PIPE 퍼터가 첫 장비가 되었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골프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페어웨이 우드와 유틸리티를 추가했을 뿐이다. 장비를 갖췄으니 연습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
두 달간의 준비를 마치고 남편이 *머리를 올려주었다. 본부장님과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라운딩 일정보다 두 주 앞서 연습 라운딩을 했다. 인천 공항 근처 스카이 72(현재 원더클럽 클럽72)에서 첫 골프 라운딩을 했다. 첫홀 티샷은 두려움 속에서 힘차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비록 멀리 나가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공은 하늘을 날아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골프공이 떴다는 것에 고무되어 열심히 공을 치며 그린까지 달렸다. 그린에 올라가서는 퍼터의 힘 조절이 서툴러 홈런을 치기 일쑤였지만, 캐디는 “처음에는 다 그런 것”이라며 격려해 주었고 남편 역시 그린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골프는 공백 기간을 거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점장 시절 거래처 고객과 라운딩에서 있었던 일이다. 인사이동으로 새로 부임한 곳에서 만난 Y는 주말을 이용해 연중 골프를 치시는 분이었다. 추울 때 골프를 쳐 본 적이 없지만, 주요 고객인 Y의 제안에 함께 라운딩을 했다. 2월이라 쌀쌀한 날씨에 단단히 무장을 하고 골프장으로 갔다. 생각보다 샷은 잘 맞았지만 그린에 올라가면 공이 자주 없어졌다. 날씨가 추워 딱딱해진 그린에 올라간 공은 굴러서 그린 밖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전반홀이 지나고 Y는 "겨울철 골프는 그린에 올릴 때 짧게 치는 것이 좋아요"라며 조언을 해주셨다. 덕분에 나의 스코어는 조금씩 좋아졌고, 이후로 그분을 통해 골프를 더 즐겁게 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은퇴 후에는 골프 연습장 정기 회원권을 끊었다. 남편은 골프를 연구하면서 즐긴다. 스코어에도 신경 쓰는 편이라 필드에 나가기 전에 사전 연습도 한다. 별도 코칭을 받지는 않지만, 유튜브를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스윙을 찾고 부족한 부분은 연습을 통해 조금씩 바꿔나간다. 최근에는 드라이버 비거리가 20M 정도 늘었다. 스크린뿐만 아니라 필드에서도 여실히 그 노력이 빛을 발한다. 그에 비하면 난 그냥 즐기는 편이다. 그날의 즐거운 순간을 기억하며 '드라이버샷이 좋았으면 그것으로 만족, 스코어가 좋으면 OK, 멋진 퍼팅이 나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마음가짐으로 골프를 즐긴다. 작년 겨울에는 처음으로 태국 롭부리에서 한 달간 골프 여행을 했다. 따뜻한 날씨 덕분인지 드라이버 비거리가 늘어가는 성과를 경험하며 골프의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연습하는데 드라이버가 생각처럼 맞지 않았다. 태국에서 그렇게 멀리 날아가던 드라이버는 최악의 상태가 되었다. 가끔 선수들이 **입스가 오는 경우가 있는데 꼭 그런 느낌이었다. 거리나 스코어에 별 신경 쓰지 않던 나였지만, 드라이버 채를 잡는 것부터 스트레스가 되었다. 두 달 동안 쉬었다가 다시 연습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샷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거리가 조금 줄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공략법을 터득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골프는 매력적인 운동이라 생각한다. 신체조건이나 나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이며 좋은 동반자와 함께라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골프를 통해 남편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고, 스크린 골프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은퇴 후에는 자주 골프 갤러리로 가는 것도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선수들의 멋진 샷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과 잘 가꾸어진 푸른 잔디와 맑은 공기를 즐기며 18,000보 이상을 걷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며 힐링의 시간이다. 건강이 허락된다면 오랫동안 골프를 하며 즐거움과 활력을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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