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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ctober Oct 16. 2020

불완전과 불안

변하지 않는 건 매번 찾아오는 밤일뿐이었다.

베를린, 어느 피자집




불완전과 불안 사이에서 오늘도 밤이 찾아온다. 무엇일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무엇일 수 있을까. 어느 것 하나 답을 찾지 못한 채 맞이하는 밤이다. 깨달음의 순간도 찰나의 순간이라는데 그 찰나가 내겐 너무 먼 탓일까. 불완전과 불안에 휘감아져있는 탓일까.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무엇일 수 있을까. 무엇이 되기 위한 것일까. 하루에도 수십 번 되묻지만 여전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이곳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를 마주한다. 무엇이고 싶고 무엇이 되고 싶고 무엇일 수 있을 것만 같던 그 시절의 내가 마치 사그라드는 불꽃처럼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져간다. 지나친 열심도 열정도 사라져 어느 순간 이게 난지, 그 시절의 내가 난지 의문이 들 뿐. 불안과 불완전이 나를 만들었는데 불안과 불완전이 나를 흔든다. 그런 잦은 흔들림 속에서 여전히 밤은 찾아온다. 변하지 않는 건 나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고, 세상도 아니고 그저 매번 찾아오는 밤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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