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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미 Nov 17. 2020

두 번째 다리 수술

2019년 8월 22일 드디어 수술을 했다.


더운 여름날이라 붕대를 감고 지낼 때도 신경을 많이 쓰고 냉방을 틀어주었는데 수술까지 한다니 걱정이 많았다.

수술 당일 시간에 맞춰 몇 가지 검사를 더 하고 링거를 맞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 전에 의사를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었고 의사의 남편이 마취 담당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 날 나는 삐삐가 수술 전 링거를 맞고 있는 사진을 주치의에게 카톡으로 보내며 

곧 다리 수술을 받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수술을 하고 회복되면 다시 선생님이 있는 병원에 갈 것이라고도 했다.

병원끼리 팩스로 삐삐가 먹고 있는 심장병 약 종류를 알려주며 협조해주었다.


이 병원 의사는 삐삐가 체중이 많이 나간다며 

기도가 좁아지기 때문에  앞으로 살을 빼고 체중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몇 년 전 다리 수술을 받을 때도 체중관리를 잘하라고 주의를 주면서

절대로 사료 이외에는 간식도 먹이지 말라고 했었다.

외과 의사라 그런지 더욱 냉정하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나도 그것이 사랑하는 개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늘 신경을 썼다.


그에 비해서 삐삐 주치의 선생은 체중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물어보면 매번 올 때마다 몸무게가 일정하다면서 아주 잘하고 있다고 나를 격려했다.

주치의 선생님 말로는 심장병이 진행되면 개도 버텨야 할 체력이 필요하고 

자연스레 식욕도 줄어서 음식을 안 먹게 되므로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고

삐삐가 과체중이 아니기에 잘 관리하고 있다고 하였다.


나는 의사 두 명의 말이 다르니 조금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수술을 앞두고  이곳  의사의 말을 믿고 따르는 수밖에 없었고

가끔 삐삐가 켁켁거릴 때가 있었는데 의사 말처럼 기도가 좁아져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어 믿고 따르기로 했다.

삐삐가 뚱뚱한 건 아니지만 사람이나 개나 살찐 것보다 체중이 적게 나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수술이 한 시간 뒤로 늦춰졌다. 삐삐의 간수치가 좀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동안 먹은 간 치료약이 좋은 제품이 아니었고, 먹이던 신장 약 역시 오줌만 빼내는 역할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자기 병원에서 삐삐 심장병도 관리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믿고 맡길 수밖에 없었다.

수술을 이 병원에서 하니 전적으로 따라야 하고 적어도 다시 주치의에게 돌아가려면 다리가 다 낫고 난 이후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수술은 오후 늦게 시작해서 저녁에 끝이 났다.

의사는 수술이 잘 되었다고 알렸고  마취가 덜 깨어난 상태에서 축 쳐져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날은 어쩔 수 없이  입원실에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취한 김에 이도 스케일링했다고 하여 세심한 배려에 감사했다.

다음날은 지난번 수술 후 면회를 가서 먼발치에서 보기만 하고 왔던 것이 너무나 후회스러워 이번에는 안 그러리라 결심을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처럼 면회를 가서 두 시간가량 안고 있다가 집에 돌아왔다.

이틀 만에 집에 데리고 가도 좋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퇴원했다.


링거 맞는 삐삐 / 수술 후의 모습


수술한 후에는 3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약을 먹어야 하며 

붕대를 풀고 드레싱을 하며 체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확실히 지난번처럼 오래 걸리지 않고 간단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약 먹이는 것이 큰 숙제였다.

수술부위가 아물고 통증이 덜하도록 소염 진통제를 먹어야 하는데 

삐삐는 심장병이 있고 그 약과 서로 상충되는 면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최소한으로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때는 그 의사가 하느님 같은 존재라 나는 무조건 의사를 믿고 따랐다. 

의사의 말대로 이전 병원 약은 그만 먹이고 

간 약과 칼슘제, 관절 영양제 그리고 수술 후 먹어야 하는 소염제까지 

하루에 아침과 저녁 두 번으로 새로운 약을 한 보따리 받아왔다.

그동안 먹던 사료도 모두 바꾸라고 해서 사료와 캔도 새로 샀다.

처음에는 간단히 생각하고 약과 캔을 섞어서 주었는데 입에 대지도 않았다.

두 번이나 모두  버리고 나니 걱정이 되었다.

당장 약을 안 먹일 수 없을뿐더러 전혀 입에도  대지 않으니 큰일이었다.

할 수 없이 병원에 전화를 해서 물었다.


병원은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매일 아침과 저녁 약을 먹이러 병원에 출퇴근을 하거나  

약 먹이는 3주간 입원을 시키거나 그것도 안 되면 주사기로 약을 먹이는 방법을 배워 직접 먹이라고 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3주간 삐삐를 병원에 떼어 놓을 수 없을뿐더러 아침저녁마다 병원을 들락거리는 일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니

결국 병원에 가서 얼굴을 붙잡고 억지로 주사기로 먹이는 방법을 배워 직접 하기로 했다.


처음엔 모두 뱉어버렸다.

나 혼자는 도저히 할 수 없어 남편이 붙잡아 안고 내가 주사기를 입에 넣고 천천히 밀어 넣었다.

아침저녁마다 작은 전쟁이 벌어졌다. 

처음엔 서툴러서 삐삐가 약을 뱉어내고 남편 옷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남편은 북경에 볼 일이 있었는데 약을 먹이는 3주간은 떠날 수 없었고 

힘겹게 매일매일 약에 꿀을 섞고 적당히 물에 개어 주사기로 넣어 먹여야 했다.


딱딱하게 감은 붕대를 풀고 나중에는 느슨하게 묶었던 붕대까지 풀었다.

사진을 찍고 검사를 받고 점 점 다리도 회복되었고 곧잘 걸었다.

집안에서는 바닥이 미끄러운지 다리를 땅에 딛지 않고 깽깽 발로 뛰어 걱정을 했는데 밖에 나가면 잘 걸었다.

의사에게 집에서 걷는 영상을 찍어서 보여 주었더니 밖에서 잘 걸으면 괜찮다고 하며 

집 바닥이 미끄러워서 겁을 내는 것이니 매트를 깔아 주라고 했다.

집안 전체를 매트로 깔고 살 수가 없어 손녀가 쓰던 매트를 일부 깔아 두었으나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니 어쩔 수 없어서 일부분만 깔고 생활했다.


약을 먹이는 3주간은 목에 칼라를 채워야 하는데 첫 번째 수술 때는 칼라를 몹시 힘들어했다.

깔때기 모양의 딱딱한 플라스틱을 목에 채우니 불편해했다.

또 방향 감각도 떨어져 이리저리 부딪고 밥을 먹을 때는 입이 더 나오도록 빼주어야 했고

물 먹는 것 도 바닥에 물그릇을 놔둘 수 없어 어릴 때 서서  핥아먹던 물그릇을 다시 내놓았다

개가 붕대를 뜯고 수술한 부위를 핥기 때문에 칼라를 채우는 것이 당연했지만

불편한 삐삐를 보는 것이 마음이 아파 나 역시도  함께  벌을 서는 것처럼 고역스럽고 힘들었다.

지난번에도 남편 모르게 슬그머니 칼라를 빼주곤 했는데 이번이 두 번째라 그런지 삐삐는 적응을 잘하는 것처럼 보였다.

많이 차분해지고 철이 들었지만 정작 지켜보는 나는 힘들었다.

그래서 낮에는 주로 풀어주었는데 지난번과 달리 붕대를 감은 부분을 물어뜯지도 않고 관심을 갖지 않았다.

늘 집에서  지켜보니 사실 칼라를 안 씌워도 되지만

남편은 혹시 모르는 일이라고 성화를 부려서 풀어주고 씌우고를 반복했다.

밤에 잘 때는 내가 계속 지켜볼 수가 없으니 채우고 잤는데 새벽에 눈을 뜨면 바로 풀어주었다.

그렇게 3주를 잘 견디고 칼라도 졸업을 했고 진통제도 끝이 났다.


의사는 수술이 끝나고 나면 무상으로 침과 보약을 주겠다는 달콤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 말을 믿고 수술 후 침을 맞으러 매주 병원에 갔다.

언젠가 방송에서 디스크나, 신경 치료를 위해 침을 맞는 것을 보았는데 꽤나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의사의 남편은 침 치료 후  다리 근육을 줄자로 재어 전 후를 비교해서 확인시켜 주었다.


침 치료를 하는 삐삐


꾸준히 산책을 하고 재활 치료 겸 걷도록 했지만 붕대를 감고 일주일, 

그리고 수술을 하고 지내는 동안 반대쪽 다리에 비해서 근육이 준 것이 눈으로도 차이가 확연히 났다.

당연히 처음부터 산책 코스를 다 걸을 수는 없어서 조금씩 늘려 나가는 방법으로 조금만 걸었다. 

계단은 높지 않은 4계단뿐이었지만 삐삐 다리가 걱정되어 안고 지나갔다.

삐삐도 그것을 알고 문 앞에 서면 의례히 안길 태세를 하였고 난 기꺼이 삐삐를 안아주었다.


삐삐는 6.5 킬로 정도의 체중이 나갔다.

자기 종에 알맞은 무게였는데 거기서 크게 변화가 없었다.

수술 후 체중이 많이 빠졌었는데 우리는 다이어트의 결과라고 좋아했다.

의사가 간식을 절대 금지했지만 3주를 다 채우기 전부터 나는 조금씩 닭고기와 양배추 등을 섞어 먹였다. 

가여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어느 정도는 내가 관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힘들게 약을 삼키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워 그 상으로 북어 채도 꼭 하나씩 주었다.

옛날에는 사료도 없고 개가 사람 남긴 음식을 먹였는데 북어 대가리를 삶아서

먹이면 약이 된다고 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생각해봐도 북어포는 짜지 않고  강아지에게 좋은 것 같아 늘 챙겨주었다. 삐삐도 북어를 아주 좋아했다.

삐삐는 사료와 닭고기 살, 데친 양배추, 당근, 브로콜리, 고구마와 북어, 사과를 매일 조금씩 먹였는데

그걸 한꺼번에 뚝 끊을 수가 없어 수술 첫 주가 지나고 조금씩 주었지만 다행히 체중은 늘지 않았다.


병원에서 보약이라고 준 것은 작은 알갱이 과립 형태로 물에 개어서 먹이는데 한약 냄새가 났다.

의사는 먹여서 배탈이 나면 안 맞는 것이고 아니면 먹이라고 했는데 

삐삐가 의외로 잘 먹었다.

개는 미각보다는 냄새로 판단해서 먹고  안 먹고 한다고 했다.

아무래도 후각이 발달했으니  다른 음식을 섞어도 알아차렸다.

그래서 다른 약은 통조림에 섞으면 잘 먹는데 유독 소염 진통제를 안 먹었고  

그것만은 주사기로 억지로 먹이느라 고생을 했다.


병원에서 침과 보약은 일주일 치를 주었는데 그 이후부터 우리에게 돈을 내라고 했다.

침은 전기 침으로 빨간 불을 쬐는 열 치료와 함께 진행하는데 보통 30여분이 걸렸다.

침을 맞는 동안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병원에서는 침 치료를 받고 있는 삐삐를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일주일 간격으로 3회 맞았는데 공짜 침 한 번을 합쳐 4번을 맞은 셈이었다.

그러나  4번째 침 치료를 한 후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고

침 몸살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해서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다. 가격도 너무 비쌌다.

한번 맞는데 열 치료와 함께 거의 15만 원이 드는데 돈도 돈이지만, 

과연 침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의심이 들었다. 

근육이 하루아침에 붙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서 늘어나는 것이니 침 치료는 그만두자고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병원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무너졌고 점점 확신이 안 생겼다.

어쩔 수 없이 수술 때문에 병원을 옮긴 것이지만 이 병원에 많은 부담감이 느껴졌다.

사실 삐삐를 위해서라면  돈이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그 정도의 경제적 부담은  질 수 있는  마음의 준비도 했다.

그러나  통조림과 사료도 모두 바꾸고 갈 때마다 사야 했고, 

간수치는 조금 올랐지만 한 달 더 먹이라고 하는 바람에 간 약과 관절 영양제 칼슘 등도 계속 먹였다.

약도 비쌌고 부담이 되었지만 우리는 삐삐에게 아까울 것 없다는 생각으로  참았고 의사 말을 따랐다.


예전 주치의가 있는 병원은 큰 병원이고 월급을 받는 의사라 혹시 싼 약을 쓰는 게 아닌지 의심도 했다.

이곳은 자기 병원이니 알아서 마음껏 비싼 약도 쓰는 것인가 했지만 여러모로 신뢰가 가지 않았다.

사실 수술받기 전 심장약이 10일 치 정도 남아 있는 상태였는데 

수술한 의사는 자기네가 알아서 하고 있으니 이전 약은 먹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미 그때는 수술 때문에 많은 약을 받았고 그것을 한꺼번에 다 먹이는 것도 쉽지 않았는 데다 

이 병원에서 간 약을 또 썼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하리라 믿었다.

더구나 전 병원 약을 싸구려 취급하며 오줌만 빼내는 콩팥 약 이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었다. 

나는 이 의사를 믿었고 새로운 약으로 대체해서 먹였지만

1년 6개월 동안 먹은 심장약을 하나도 주지 않으려니 걱정되었다. 


또 이 병원은 개인 병원으로 의사가 남편과 두 명이고 밤에는 문을 닫고 퇴근을 한다.

수술한 개의 경우, 밤에도 의사와 전화 연결이 되고 위급한 상황에는 의사가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수술하고 며칠 후 삐삐 발이 부었던 적이 있는데  

의사가  발이 붓거나 이상이 있으면 연락을 하라고 주의를 주었기에 혹시나 하며 저녁 9시가 넘어 전화를 했다.

발이 부은 것은 물론 발에서 열이 나니 냉찜질을 하다가 너무나 걱정스러워 망설이다 한 것이었다.

한참 후 의사가 전화를 받더니  붕대를  감아서 피가 안 통하는 경우라며  

붕대 끝을 조금 가위로 잘라 주고 발을 주물러 주라고 설명을 했다.

급한 일은 해결되어서 다행이었지만 한밤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호텔도 마음에 걸렸는데 추후에 맡길 상황이 생기면 

이곳은 모두 퇴근하고 문을 닫아버릴 테니 밤새 개들이 어찌 지낼지 걱정스러웠다.

사실 심장병 발병 이후 병원에 맡길 일이 벌어지면 더욱 괴로웠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이런 고충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번은 피치 못한 일로 2-3일을 맡긴 적이 있었는데 

삐삐가 밥도 안 먹고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많이 속상했다.


처음 수술을 하러 올 때는 수술이 끝나고 다 회복되면 다시 주치의에게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도무지 판단이 안 섰다.

남편은 진즉에 다시 예전 의사에게 가자고 했고, 

나는 왠지 이 병원이 불편하고 의심스러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두 곳 중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결정을 할 때가 된 시점이었다. 


마침 둘째 딸 가족이 서울에서 내려와 사위에게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사위는 나에게 “어머니 마음 편한 병원에 가세요.”라고 했다.

남편도 원하고 나 역시 사위의 말을 듣고 다시 주치의가 있는 병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남편은 일단 예전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 비교해 보자고 했다.

당장 병원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검사를 해보고  결과가 같은지 보자는 말이었다.


그렇게 결국 3개월 만에 다니던 병원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초음파 예약을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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