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스님은 어디 가셨나~보이 지를 않네요."
"네~에! 중국 성지순례 가셨어요."
"그래요? 저도 여행 다녀왔는데~~"
"어디에 다녀오셨어요?"
"가족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어요."
"제주여행은 처음이세요?"
"아니죠, 36년 전에 신혼여행 때 처음 갔었어요."
"아~그랬군요, 그런데 바다를 좋아하세요?"
"네~에! 바다가 고향인 부산 갈매기이죠."
총무와 이야기를 나누고 보살님들도 이야기에 끼여 들었다.
"가족여행이라면.........."
"우리 가족 모두이지요."
보살님들에게 제주도 여행을 자랑하며 이야기보따리를 본격적으로 풀었다.
이번 여행이 너무나 즐겁고 신났기에 자신도 모르게 수다를 떨었다.
가족들과 여행을 하면서도 즐겁고 신나는 기분을 그대로 표현했다.
"오늘 제주도 비 온다고 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네~ 부처님 은덕이야."
"아빠~ 어제는 날씨가 흐려서 덥지 않다고 좋다고 했어, 호호호!"
막내가 신난 아빠의 모습을 보며 웃는다.
"그렇지! 비가 오면 맛있는 요릿집 찾아다니고, 삼겹살과 커피는 비 올 때 먹으면 일품이지."
"저~ 긍정맨, 아빠는 모든 것을 긍정으로 말하네."
정공은 사실 불교에 입문하면서 완전 긍정적인 자신을 느꼈다.
괴롭고 힘든 과거에는 항상 부정적인 생각이 늘 자신을 묶어 놓았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고민, 긴장연속, 온갖 번뇌로 점철되어 온 나날이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온 직장생활 때문이었다.
한시라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자는 순간, 잘 때만이 그래도 유일한 자유와 평화였다.
물론 자신뿐만 아니라 아내도 오로지 생계와 자식들 교육에 전부를 바쳤다.
정말이지, 그 당시 생활은 절대적 빈곤으로 어려운 시절이었다.
"오랜만에 뵙겠군요."
"네~에~ 스님! 성지순례는 잘 다녀오셨습니까?"
"그래요, 거사님도 재미가 있었나요?"
"예! 아주 즐겁고 신나고 그랬어요."
"오호라~ 그랬다니 참으로 좋았겠군요."
"그냥 좋은 게 아니었어요."
"그럼 어떤 점이 어떻게 좋았나요?"
"제주도가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웠어요."
정공은 스님께 멋지고 아름다운 제주도를 여태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스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냐고 물었다.
정공은 가족여행으로 제주도 온 소감이 한마디로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신혼때와 가족여행에서 어째서 이번에 그렇게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스님! 참으로 이상하지요, 똑같은 제주도였는데......."
"깨달음이죠."
스님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씀을 했다.
"깨달음이라고요?"
"깨달음은 마른번개처럼 갑자기 찾아오질 않는 거지요."
"..................."
"거사님은 신혼여행때와 이번 가족여행이 같은 제주도였지만 느낌이 다르다고 했죠."
"네~에! 달라도 아주 달랐죠."
"거사님은 지금 자식들을 훌륭히 키웠고, 자식들은 독립인격체로 제각기 국가와 사회에 나름대로 제 역할을
다 하겠죠"
스님은 정공의 지나온 세월을 아는 것처럼 말씀하셨다.
"고생을 하고 힘든 나날들이 지금은 행복한 가정으로 되었고,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지금 저에게는 아무런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그렇지요, 바로 그것이 최상의 깨달음이지요."
정공은 스님 말씀을 듣고 자신이 가장 즐겁고 행복하며 더 이상 바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불교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쉽게 받아들이세요."
"..............."
"혼자서 입산수도하여 도를 닦고 수행 끝에 깨닫는 것은 스님들의 방식이죠.
불교는 생각보다 쉽고 일상생활에서 깨달음이지요.
불교는 과학적이고 아주 현실적이죠. 그리고 자력과 타력이지요."
"자력과 타력?"
"그렇죠! 자력은 자신이 자각, 즉 자신이 직접 깨닫는 것이고 타력은 부처님의 지혜를 의지하는 것이죠."
"그럼, 지금 저 자신이 행복한 것도 자력인가요?"
"거사님이 그동안 처자식을 위했던 자신을 위했던 무수한 공덕을 쌓아 왔었고, 내면에 많은 복덕을 채웠죠.
그리고 지금 그것을 행복으로 깨달은 것이지요."
"저도 열심히 살아왔지만, 아내와 아이들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래요, 부처님은 보살님들이 보좌를 잘하시기에 걱정이 없습니다."
스님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이어서 말씀을 하셨다.
"구름이 모이면 비가 오듯이, 공덕을 많이 쌓으면 복덕이 채워지는 거지요.
그리고 비가 그치면 광명이 솟아나듯이, 깨닫게 되면 바로 부처가 되는 겁니다.
스님은 부처님이 설한 법문을 인용하며 말씀을 했다.
"지혜는 깨달음을 드러내는 까닭에 발단이고, 수행은 덕을 성취하는 까닭에 끝맺음이다.
공양간 보살님들도 나름대로 공덕을 쌓아, 지혜를 깨닫고 수행을 하고 있는 거지요."
그리고 스님은 다시 정공에게 말씀을 했다.
"반야심경에도 나와있죠, 삼세의 모든 부처님도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최상의 깨달음을 얻는다고......."
스님은 정공에게 깨달음에 대하여 자세히 전하며, 거사님이 가족을 의지하여 최고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이 말씀은 곧 최고의 행복함을 채웠고, 그것으로 모든 번뇌가 다 사라지고 비워졌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깨달음, 지혜의 완성이라고 했다.
"스님! 그럼, 깨닫기 위해서 좋은 방편이 있나요?"
"바른 마음, 좋은 생각을 하는 거예요.
망상은 비우고 명상을 채우고
욕심은 비우고 지혜는 채우고....................."
"스님! 좋은 생각이 곧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 명상이 아닙니까?"
"그래요, 광명이지요. 하늘에서 태양이 눈부시게 세상을 밝히지요."
정공은 경전 공부를 하면서, 세상에 대한 모든 해답이 들어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은 바로 경전을 통한 길임을 직시하였다.
<화엄경> 의상조사 [법성게]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 시고행자환본제(是故行者還本際) 행자여 돌아가라 진리의 고향으로
파식망상필부득(叵息妄想必不得) 망상을 쉬고 가라 헛길을 가지 말라
무연선교착여의(無緣善巧捉如意) 교묘한 절대방편 그 길로 찾아가라
귀가수분득자량(歸家隨分得資糧) 여의주 노자 얻어 부처님 고향으로
이다라니무진보(以陀羅尼無盡寶) 끝없이 쓰고 쓰는 다라니 무진보로
장엄법계실보전(裝嚴法界實寶殿) 불국토 법왕궁을 한바탕 꾸미고서
궁좌실제중도상(窮坐實際中道床) 중도의 해탈좌에 앉으면 깨달으리
구래부동명위불(舊來不動名爲佛) 예부터 그랬었네 이름이 부처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