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애인과 친구

by 위공

프롤로그

요즘 들어서 새삼스럽게 친구란 말을 많이 생각합니다. 이에 따른 사유랄까, 그런 내막은 이 글 속에 주제와 함께 함유되어 있습니다.

우선, 친구란 뜻이 명확히 뭔지를 알고 그 개념부터 정리하고자 합니다. 사전적 의미로 친구(親舊)는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으로 되어 있더군요. 영어로는 friend, mate 등으로 되어 있어요. 그런데 친하고 오래되었다는 게 애매모호합니다. 10년인지, 20년인지, 소꿉친구, 여자 친구, 술친구 등 친구란 뜻이 광활하고도 포괄적인 것 같아요. 어쨌든 친구란 정이 깊고, 사귀어 온 기간이 오래되었다는 것이 보편적 의미로 해석됩니다.

필자는 어릴 적에 소꿉친구가 딱 한 명이었고, 학창 시절에는 2~3, 직장생활에는 그룹 단위로 조직적으로 같이 했었기에 진정한 친구는 거의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죠. 가정적으로는 부모님들도 생전에 친구들이 거의 없었죠. 자라면서 그런 영향을 받았는데, 그 당시는 몰랐고 지금 친구가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친구 관계도 환경과 시대가 변하면 바뀌는 가 봐요. 특히, 필자처럼 정년 후, 활동이 적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말할 상대와 놀 수 있는 친구가 그립다 할까요. 나이가 들면 혼자 노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데, 오히려 정반대의 현상이 생기는군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어떤 게 바람직스러운 노년의 인생일까 하고요. 또한, 친구는 과연 노년에 필요한지, 필요하면 어떤 친구가 맞는지 등 궁금해요. 이러한 것을 계속 생각하다 보니, 친구라는 것을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올리게 되었어요. 저가 직접 경험한 것을 토대로 엮어 봤어요. 물론 저가 직접 경험한 것이지만, 모두 다 사실은 아니고요. 진실과 사실은 독자 몫으로 남겨 뒀어요.

사람마다 특성이 있고, 경험 또한 다르고, 느끼는 점도 달라, 나름대로 친구의 조각상을 노년의 이미지로 만들었어요.

부디, 공감의 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감히 내놓네요. 감사합니다.



소문

백두대간 호프집에서 보았다. 친구 부인이 왠 젊은 남자와 맥주 한잔하고 있었다. 실로 충격적인 일이다. 일단, 상대가 정확히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예단은 금물이었다. 그냥, 지인이라 애써 누그뜨리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기로 했다.

그런 일이 있었던 후로 서너 달이 지났다.

아침밥 먹고 TV 보며 모처럼 일요일 휴식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오라고 했다. 사원아파트 단지 내에서 같이 살기에 금방 갔다. 친구 아내는 신경이 급속도로 날카로워져 있었다. 흥분한 상태로 보였다. 친구를 닦달하며 추잡한 인간이라고 공격했다. 친구는 사실이 아니라며 진정시키고 있고, 기수는 도대체 무슨 사연인지 들어보자고 부부싸움을 말리며 끼어들었다. 친구 부인은 친구가 사원아파트 맞은편 노래방에서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사는 부인들에게 추태를 부렸고, 부인네들 중 한 사람이 연락이 왔다고 한다. 동네 창피해서 못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자 친구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오해라고 하니, 도대체 기수가 거기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그 해 겨울이었다. 기수는 사원아파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갈려고 짐을 다 싸고 작별인사를 하러 친구 아파트에 갔는데, 박수 강은 기수에게 작별인사를 못하고 우두커니 혼자서 베란다에 나와 담배만 뻐금 뻐금 피우고 있었다. 그래서 기수가 무슨 일이 있냐고 하면서 일단, 집에 들어가자고 했다. 집에 들어가니, 무슨 일이 있는지 몰라도 친구 부인 김소녀는 짐 싸고 마치 집을 나가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기수가 부산으로 이사를 가서 작별인사를 하러 왔는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김소녀는 아무런 말없이 자기 하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박수강이를 데리고 나와 자세한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수강이는 김소녀와 별거하기로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부부간 본 것은 그게 마지막이었고, 곧 얼마 되지 않아 이혼까지 했다고 전해 들었다.

기수와 가족들은 부산에 이사를 왔지만, 기수 자신은 더 외로웠다. 사원아파트에서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부산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퇴근하면 술집이나, 집에서 혼술 했다. 그런 생활이 계속되자, 아내 은혜는 동네 배드민턴 동호회에 기수를 가입시켰다. 부부간 한동안 빠져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재미나게 놀았다. 물론 수강은 기수 집에 수시로 찾아왔고, 같이 민턴 동호회에서 경기하며 운동의 즐거움도 누렸다.



또 하나의 친구

장갑용은 부산에서 살고 있었고 수시로 기수 동네에 놀러 오곤 했다. 장갑용은 수강이와 달리, 성격이 쾌활하고 사교력도 뛰어나며 활동성이 강했다. 기수는 이 두 친구와 절친했는데, 진작 이 두 친구는 서로를 꺼려하며 회피했다. 그래서 기수와 함께 세 명이서 만나 놀다는 것은 불가능 자체였다. 기수로는 한 명씩, 따로 만나고 두 사람을 늘 신경을 썼다. 그래도 그렇게 만나며 관계를 유지해 나갔다. 수강은 성격이 내성적이고 거의 말수가 없었기에 기수가 혼자서 이야기를 다하는 편이었다.

수강이가 한번 다녀가면, 그다음에 갑용이가 또 다녀가고 번갈아 기수와 만나 소주 한잔하며 회포의 정을 풀곤 했었다. 수강이는 솔로가 되어 늘 외롭게 보이는 반면, 갑용은 감용의 부인도 내조를 잘해 만사가 걱정이 없어 노는 데만 치중하는 것 같았다.

한 번은 갑용이가 등산 다녀오며, 같이 간 일행인 듯한 아줌마도 데리고 와서 내가 동네 근처에서 대접한 적이 있었다. 갑용은 수시로 등산 다니고 주막집도 자구 찾았다. 그러는 동안 기수는 왠지, 솔로가 된 수강이가 외롭게 보여 갑용이와 함께 다니던 아줌마를 소개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주 가는 술집에 가니, 아니 다를까 그 아줌마들이 자주 왕래하고 있었다. 물론 갑용이 몰래 만나는 것이었다. 경자와 수희란 여자 2명이 기수와 수강이랑 만나 술자리와 노래방까지 다니면서 친분을 쌓았다. 경자는 남편이 배 타는데 이혼했다고 하고, 수희도 역시 남편과 사별로 역시 혼자였다. 수강과 수희는 따로 만나 사귀며 서로 독신을 벗어나기를 기대했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둘은 얼마 안 가 헤어졌다. 기수도 더 이상 경자를 만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2~3년이 흘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수강에게서 전화가 왔다. 송도인데, 술 한 잔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저녁 8시경 송도에 도착하니, 웬 여자랑 같이 횟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사원아파트 동기들과 등산 다니며 만난 여자라는데, 역시 솔로가 되어 그동안 수강과 사귀고 있었다. 수강이가 왠지 기특해 보였다. 2차로 세 명이서 함께 노래방까지 가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3시였다. 물론, 마누라에게 엄청난 바가지를 긁혔다. 그래도 진심으로 둘이 잘되기를 빌었다.

기수의 기대와는 달리, 둘은 사귄 지 1년도 안되어 헤어졌는지, 수강은 혼자서 또 기수를 찾아왔다. 도대체 이유가 뭔지, 외로워서 여자를 만나는 건지, 아니면 성중독인지 모르겠다.

기수와 수강이가 이렇게 만나는 중에, 장갑 용도 수시로 기수를 찾아왔다. 기수가 전출 가는 바람에, 시간과 장소가 서로에게 맞지 않아 자주 어울리지는 못했다.

수강은 수시로 기수를 찾아왔는데, 늘 오면 같이 둘이서 당구 한 게임치고 술 한잔 먹고, 2차 노래방에 가서 여자들과 놀았다. 결국 수강은 여자를 즐기기 위한 것이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데리고 살 여자로, 만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기수는 순진하게도 친구를 위한다는 구실로 봉사활동에 적극 가담하는 꼴이 된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사귀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기막힌 우연

기수는 사하구에서도 오지인 장림 골짜기 어떤 업체에 물품검사를 나가게 되었는데, 업체에 들어선 순간 너무도 놀라 몸이 얼어붙은 듯 충격을 받았다. 수강과 이혼했던 김소녀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업체 사장과 재혼을 했는지, 부부처럼 보였다. 김소녀는 사장과 함께 물품검사를 무덤덤하게 받고 있었다. 김소녀는 기수를 알고도 애써 모른 체하는 것 같았다. 기수는 어떻게 여기서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다. 잠시 동안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 업체에서 나와서 길을 걸으며 이 사실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지 무척 신경이 써였다.

집으로 와서, 기수는 아내 은혜에게 오늘 일어난 사실을 말했다. 은혜는 절대 모른 체하라고 했다. 김소녀는 업체 사장과 만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데, 더 이상 그 사람의 인생에 간섭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수강과 만나면서 기수는 마음속에 진실과 갈등의 번민이 항상 울렁거렸다. 과연 수강은 헤어진 부인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오히려 김소녀를 원망하면서 배신감으로 엉뚱한 여자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심리적인 복수 행위일까? 상당히 두고두고 이 혼란스러움이 늘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기수는 아내의 의견과 달리, 어느 순간에는 진실을 알려야 된다고 생각이 들었고 다만, 수강의 진심을 알아보려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려 했다.



쾌락의 소굴

최근에 또 다른 술집에 수강과 자주 들렀다. 이 술집 여주인은 초선이라는 여자인데, 기수보다 2살 연상이었다. 기수는 수강의 부탁으로 여주인에게 여자 친구 하나 소개해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초선은 기수만 필요하니, 수강의 부탁은 관심이 없었다. 수강이가 필요한 건 여자 친구인데, 기수는 할 말이 없었다.

수강은 그 뒤로 부산에 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기수도 한동안 가질 않았다.

반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초선에게서 전화가 왔다, 놀러 오라고 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초선에게 갔다. 둘이서 대낮에 한잔하며 이야기하다 보니, 술기운이 오르며 기수는 슬며시 초선의 젖가슴을 만지며 애정을 표했다. 초선은 가만히 있었고, 가슴이 뛰고 숨이 차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사랑하자고 했더니, 초선은 단호히 안된다고 말했다. 단지 우리 친구 사이로 지내자고 했다. 기수는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머쓱했다. 그리고 술값을 두 배로 줬다.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수강도 아마 나와 비슷하게 이런 쾌락을 잠깐이나마 즐기는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성중독이든, 쾌락이든 수강은 그 대상을 사원아파트 부인들에게 한 것이 결정적인 실수가 되었다.

기수는 아내 은혜 전화를 받고 빨리 집으로 갔다. 이 야밤에 뭐 하고 있냐고 난리를 치며 불벼락이 떨어졌다. “도대체 요즘 뭘 하고 다니니? 바람났나?” 하며 몰아세웠다. 얼떨결에 아무 관계도 없는 장갑용을 들먹였다. 박수 강을 이야기하면 들통날 것 같았기에, 급한 김에 그렇게 둘러댔다. 그러자 아내가 서슬 퍼런 칼을 내리치며, “ 그 인간과 절교해! 인간 같은 것과 사귀야지!” 하며 바로 잘라버렸다. 결국, 죄 없는 장갑용과 절교하게 되어 버렸다. 장갑용은 등산 다니며 데리고 다니는 여자가 많은 관계로 소문이 났기에, 아내가 그렇게 평소 생각을 해왔고 기수도 그렇게 말한 것이다. 물론 본인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전화를 안 받고 해서, 도무지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내게 쉴 새 없이 전화를 해 왔지만, 일체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강갑용은 그렇게 죄 없는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기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아내가 이혼한다며 아이들에게 전부 아빠 따라가라고 했다. 딸들은 엄마 따라가겠다고 했고, 남은 아들의 선택이 남았다. 그런데 혹시나 했더니, 아들은 매정하게도 아무도 따라가지 않고 혼자 살겠다고 했다. 어쨌든 남자의 의리인가 싶다.

어쨌든, 무사하게 위기를 넘겨 이혼은 하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에 기수는 친구를 잃었다.

기수는 원래 성격이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소심하고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다 보니, 친구들이 많이 없었다. 그래서 친하고 유일한 친구가 딱 두 명이 여태까지 겨우 연명하고 있었는데, 장갑용은 색을 너무 밝히고 문란한 사생활로 마누라가 절교 명령까지 내려 할 수 없이 연락을 하지 않아, 멀어져 버렸다. 박수강 역시, 비슷하고 별 차이는 없지만, 큰딸이 하는 말, “ 아빠가 마지막 친구 하나밖에 남았는데, 좀 봐주라!”라고 해서 살아남았다. 어떻게 보면, 딸이 보기에도 불쌍했을 것이다. 친구가 한 명도 없다면 얼마나 인생이 삭막하지 않을까.




애인과 친구

요즘 친구란 개념을 좀 달리 생각해 본다. 여태껏 싫거나 좋거나 오랜 기간에 정을 쌓고 관계를 유지하면, 그게 친구라 생각했지만, 아내도 카톡에 나를 영원한 친구라 닉네임을 만들고, 초선이 도 나와 친구로 지내고자 하니, 과연 친구는 어떤 게 진정한 친구인지, 나이가 들면 대화가 필요하고 늘 곁에 있어 줘야 하는 게 친구인지 그런가 싶다. 나이가 들면 친구도 여자 입장에서 보면 그리 필요치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혼자 사는 여자가 많은지도 모를 일이다. 어머님 생전에도 이와 같은 말씀이 있었다. “ 남자는 껍데기야! 늙을수록 쓸모없는 빈껍데기!”라고 말씀하셨다.

옛 속담에서도 비슷한 것을 찾을 수 있다. “ 과부 삼 년이면 깨가 서 말이고, 홀아비 삼 년이면 이가 서 말!”이라고 했다. 결국 남자는 어떻게 보면 나이가 들면 외롭고 처량하다. 더욱이 혼자 살 능력이 없으면 끔찍하다. 그래서 애인보다는 친구란 말이 더 어울리는 단어이기도 하다.

언젠가 읽은 책에서 우정에 대한 말이다. ‘우정이란 누군가에 의해 행복했다는 기억되는 것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하며,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을 때 거창하게 생각을 말라고 한다. 서로 부담 적게, 그리고 나누기에 좋은 것을 생각하라고 했다.

끝으로, 수강이를 만나면 꼭 이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애인이든, 친구든 좋은 여자 만나 이제는 남은 여생을 남 못지않게 행복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나?라고, 또 더 이상 과거라는 지나간 터널 속을 생각지 말고 앞으로 어떤 사람이라도 진심과 진실로 대하며, 찬란한 태양과 노을과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되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친구라는 시를 너에게 선물하련다.



친구


위하자 이겨레

일하자 지성껏

앞서자 기술로

우리는 이러한

청운의 뜻을 배우며 만났었다


지난날에 통기타 치며 바다를 누비고

용두산에도 올라

노래 부르며 가수 꿈도 키웠었다


어려운 현실에 우리의 꿈은

한때는 주눅이 들고 방황도 하며

술과 장미로 나날을 보냈었다


인생 후반기를 넘어서야 사랑을 느꼈다는

어느 성직자의 말처럼

우리에게도 우정인지 사랑인지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기까지 긴 세월이 걸렸다


친구야

이제는 천천히 가자

조용히 마음 깊은 곳을 보자

무지가 변하여 지혜가 되고

미움이 사랑으로 변하는

진정한 동반자로

절절한 친구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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