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봉사를 하다
아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녹색 어머니 활동이 있다. 학교버스가 운영되는 시골학교의 경우는 해당사항이 없을 수도 있겠다. 우리 학교는 학교를 중심으로 네 개의 횡단보도가 있다. 시니어 분들의 교통봉사 지원이 있으면 가장 좋겠으나 학교 위치상 이런 봉사자들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학부모들의 지원이 간절하다.
3월이면 교통봉사에 대한 안내장이 나간다. 옆 학교는 교통봉사를 의무화하고 있어 맞벌이의 경우 알바를 쓰기도 한단다. 우리 학교도 이 부분에 대해 매년 밀도 있는 회의를 거치지만 올해도 지원을 받기로 했다. 한 반에 3~4일의 봉사 기간이 주어진다. 1일에는 3~4명의 봉사자가 필요하다.
총 12명의 학부모님들이 지원해 주시면 좋겠지만 3~4명 정도가 더 필요한 경우가 있다. 그러면 안내장을 학급 차원에서 다시 보내거나 알림장에서 강력하게 호소를 드린다. 감사하게도 우리 반은 늘 그 수가 채워지곤 했다. 그 마음을 알기에 나 역시 학부모로서 교통봉사에 자원한다.
어제는 바로 교통봉사가 있는 날이었다. 8시에 집을 나섰다. 봉사를 하게 될 횡단보도만 건너면 학교이다. 교실에 들러 컴퓨터를 켜고 아침 일찍 온 학생들에게 정숙한 아침 활동을 부탁했다. 아침에 오면 아침밥을 짓고 독서하는 것이 룰이다. 나 없이도 잘할 아이들을 믿어본다.
형광색 조끼와 안전봉을 챙겨 횡단보도로 갔다. 반대편에 서 계신 시니어분께 인사를 드리고 가장 아이들이 많이 오는 시간대에 20분 정도만 봉사를 하겠다고 사정을 말씀드렸다. 흔쾌히 괜찮다고 하신다. 중학교와 초등학교가 나란히 있어 먼저 이른 시간에 중학생들이 많다.
횡단보도에서 정차하는 차량도 꽤 많다. 정차가 불법인 곳이다. 사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려줘야 했는데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내리니 아슬아슬 위험해 보인다.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마스크가 일부를 가려줘서 다행이다.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의 안전도 지켜야 하니 차도의 가장 가장자리에 붙어 걷도록 손짓을 했다.
8시 30분 경이되니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아이들이 매우 많다. 이것도 역시 꼬리 잡기라 해야 하나? 초록불이 3~4초 남은 상황에서 아슬아슬하게 뛰는 아이들이 있다. 고학년은 날쌔게 뛰기도 하지만 저학년은 위험해 보여 다음에 건너자고 막아선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비교적 질서를 잘 지키는 편이다. 중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빨간불에도 건너거나 성인이 킥보드를 타고 불쑥 건너는 위험한 상황이 한두 번 있었다. 순간적이라 전혀 막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봐 눈으로 화를 쏘아주었다.
그렇게 학생들이 많이 지나가는 픽크타임이 지났다. 8시 40분경에 시니어분께 인사를 드리고 학교로 갔다. 아침부터 유의미한 일을 한 것 같아 보람이 있었다. 이런 마음으로 매년 봉사를 해주시는 학부모님들께 진심 감사를 드린다. 봉사를 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많은 분들도 계실 것이다.
매년 교통 봉사자를 구하는 입장에서 교사들은 쉽지 않다. 반마다 상황이 다 다르다. 그럴 때면 교통봉사의 의무화가 고개를 든다. 1가구당 1회가 아니라 학생수만큼 1회, 그러면 다자녀는 3~4회를 해야 하나?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것이 공평이 아니냐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시니어봉사자들께서 전체적으로 교통봉사를 해주시면 가장 좋겠다. 그렇지 못할 경우 지금까지의 방법을 전혀 바꾸어 의무화하기에는 학교에서도 부담이 클 것이다. 아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교사와 학부모는 오늘도 함께 협력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