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차이가 있을까?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의 교원 대표, 학부모 대표 및 지역사회 인사로 구성된다. 주로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 예산안과 결산, 교육과정의 운영방법, 교과용 도서와 교육 자료의 선정, 졸업앨범 등 학부모 경비 부담 사항, 교육활동 및 수련활동 등에 대해 심의 및 의결한다. 우리 학교는 교사 3명, 학부모 5명, 지역위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나는 교사위원으로 참석하고 있다.
2월 주요 안건은 우유급식과 현장체험학습이었다.
학교에서 우유 급식을 하는 이유는 주로 학생들의 건강과 영양 섭취를 위함이다. 1970년도에는 낙농업의 발전을 위함도 그 목적에 있었다. 영양 교사는 안건을 제안했다. 우유 급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 때 신청자가 미미하다. 따라서 올해는 우유급식을 실시하지 않고자 한다고 말이다.
학부모위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유급식 추진을 원했다. 신청자가 미미하더라도 신청자를 존중해야 한다. 학생수가 1000명이 넘는 학교에서 신청자 약 300명은 많은 수이다. 1시에 급식을 먹어야 하는 3, 4학년의 경우는 더욱이 우유가 필요하다. 과반수가 안되더라도 우유급식을 실시하자.
교사위원들은 학교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11시 20분에 급식을 시작하는 1, 2학년의 경우 우유를 먹으면 식사가 어렵다. 우유를 먹고 배가 아프다는 학생도 있다. 한 반에 10명 남짓 되는 우유급식 학생을 위해 모두가 돌아가며 우유통을 옮기는 당번을 해야 한다. 또 우유가 교실에 쏟아지면 냄새가 심하다.
각각의 의견이 다 옳다. 이런 경우 결정이 참으로 어렵다. 신청자가 적으니 추진이 어렵다는 학교와 신청자를 존중하여 추진하자는 학부모의 의견이 첨예했다. 우리 학교의 학부모이면서 교사인 나는 머릿속이 매우 복잡했다. 어떤 결정이 가장 합리적일까?
요즘 아이들은 영양적으로 우유급식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소수의 학생들을 존중하여 우유급식을 실시하기에는 효율성이 크지 않다. 특히 저학년의 경우 본인의 의지 보다 학부모의 의지가 큰 편이다. 급식을 실시하는 학생을 위해 다른 학생의 봉사가 따르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우유를 교실로 배달이 된다던지, 우유 급식자가 스스로 우유를 가지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따라서 우유냉장고에서 우유 신청자만큼의 우유를 가져가야 한다. 우유가 상하기 전에 되도록 오전에 마셔야 한다. 때로는 우유 개수가 맞지 않기도 하고, 결석자가 생기면 우유가 남기도 하는 등 문제가 많다.
아이가 올해 3학년이어서 1시에 식사를 해야 한다. 그 중간에 우유를 먹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마시는 우유는 그 값도 절반 가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우유급식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충분한 의논 끝에 미실시로 결론이 났다.
2022년 11월 속초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체험학습에 참여한 한 초등학생이 사망했다. 2025년 2월 법원은 담임교사에게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주차가 완료되지 않았는데 학생을 하차시킨 후 보호하지 않았다는 혐의였다.
그동안 현장체험학습 관련으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가! 세월호 사건 이후 수학여행도 2박 3일 혹은 1박 2일 하던 것은 1일로 축소했고, 10개 반 모두 가지 않고 몇 개 반씩 나눠 장소 혹은 날짜를 변경해서 가는 방향으로 하였다. 그렇다고 사고를 피할 수는 없다.
현장체험학습 중 사고가 발생하면 학생 보호·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교사가 법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20명이 훨씬 넘는 학생들과 현장체험을 가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교사는 책임을 져야 한다. 과연 학교는 이런 상황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계속 추진할 수 있을까?
1학기 체험학습은 이미 계약이 완료된 상태였고 지금 취소를 한다면 손실액에 심각하다 하였다. 따라서 우리 학교는 1학기 체험학습은 실시하되 2학기 체험학습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는 전면 취소를 원했고, 5학년과 6학년은 학생들은 성장했기에 체험학습 실시가 가능하다 하였다.
학부모위원들께서는 매우 안타까워하셨다. 우리 아이들이 반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없다는 현실이 속상하다 하셨다. 나 역시 현장학습 간다고 들뜬 아이의 김밥을 싸며 행복했었다. 때로는 그 하루가 한 학기의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안다.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을 위해 추진했던 현장학습이었다. 오늘날에는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하여 가정에도 언제든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에게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아이 담임선생님이 물어야 한다면 학부모로서 퍽 곤란할 것이다. 국가가 안전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는 기다려야겠다는 판단이 선다.
2학기 현장체험학습은 1~4학년 전면 취소로 가결되었다. 4학년 담임교사인 나는 동학년 협의를 통해 학교 옆 공원에서 마라톤을 계획하였다. 현장체험학습이 꼭 아니더라도 대체 활동이 가능하고, 그것을 통해 추억을 쌓을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장체험학습 안전대책 방안은 초미의 관심사다.
학부모와 교사, 각자의 입장이 전혀 다를 것 같지만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얼마나 다른 입장을 충분히 수용하고 존중할 수 있는가 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할까? 결국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생활을 바라는 같은 마음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