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궁금해.
학부모상담은 학생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다. 자녀를 애정하는 학부모님들의 교육철학과 학생의 가정생활에 대해 듣는 것은 학생 지도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상담은 의미가 있다. 물론 학부모 입장에서도 우리 아이의 담임교사가 얼마나 궁금할까? 주어진 짧은 상담시간은 서로를 탐색하는 밀도 있는 시간이다. 아이를 중심으로 교사와 부모는 한 마음으로 아이의 학교생활을 응원하게 된다.
근무교에 아이가 입학을 했다. 아이도 담임선생님도 같은 학교일 때 조심스럽다. 최대 만나지 않는 것이 좋긴 하다. 상담주간을 맞이해서 고민이 되었다. 아들은 학교생활에 대해 잘 이야기해 주지 않는다. 느껴지기에는 무난한 것 같다. 담임선생님도 파악이 된다. 1학기 상담을 신청하지 않았다. 2학기 상담은 학교 사정으로 취소가 되었다. 결국 상담을 못하고 1년이 끝났다.
교사인 친구는 상담을 하고 내 아이의 몰랐던 학교생활에 대해 인지했다고 했다. 초등학교에 와서도 친구의 학습을 돕고자 자리에서 일어나 이동을 한다고 담임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단다. 이렇게 때로는 내 아이의 문제를 꼭 꼬집어 말씀해 주시면 가정에서 정확하고 강력하게 지도할 수 있다. 확실하게 변화가 필요한 부분은 이야기를 나누어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상담 내용은 크게 학습 태도, 주변 정리, 친구 관계와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의 경우 친구관계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신다. 상담은 진실할까? 어디까지 진실할 수 있을까? 교사들은 고민이 많다. 물론 학교 생활에 대해 사실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에서 8할은 긍정적인 면을 나눈다. 물론 2할도 부정적인 면을 말할 부분이 없는 학생도 있다. 2할을 말해서 고치기보다 8할의 긍정적인 면을 더 부각해서 2할을 상쇄시킬 수 있는 것도 교육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정말 행동 교정이 필요할 때는 따로 전화를 드린다. 상담주간도 아닌데 담임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면 심각하게 자녀와 대화해 볼 필요가 있다. 주로 친구들을 말이나 행동으로 자주 괴롭히거나 수업 태도가 심하게 좋지 않을 때 전화하게 된다. 가정에서 부모가 학생의 생활 습관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더욱더 빠르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다음은 6학년이었던 우리 반 상담 사례이다.
# 헤어졌단다.
우리 반 똑순이가 반장과 사귄다. 학원에서 만나니 그리 된 것 같다. 초등학생들이 아무리 사귄다고 해도 따로 만나는 것은 아니다. 카톡으로 연락을 하는 정도이다. 상담을 오신 학부모님이 보시기엔 어딘가 산만해 보이고, 폰 보는 시간이 늘었다고 하셨다. 이런 사실을 말씀드리고 초등학교 때, 사귀었던 학생들은 중학교에 가면 공부만 하더라 말씀을 드렸더랬다. 엄마와 선생님이 같은 마음인걸 알아서였을까? 마침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나? 그날 저녁 바로 이별을 했단다. 상담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결국 결정은 너의 몫이기에 조용히 지켜보았다.
지금은 4학년 담임교사다. 이제 사귄 지 이틀 된 아이들이 있다.
"선생님, 우리 엄마한테는 절대 이야기하시면 안돼요."
지금까지는 비밀을 지키고 있다. 때로는 말씀드려야 할 타이밍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의 비밀도 중요하다.
# 서울로 가라.
중학교 배정이 곧 이뤄진다. 이미 등본도 받았고, 부모님 모두 주소에 없는 경우엔 사유서도 받았다. 이 남학생은 아빠께서는 서울에 계시고 형도 공부하러 갔다. 엄마 직장 때문에 가족이 이별을 한 경우다. 형은 스스로 공부를 위해서 서울을 택했다. 형이 동생에게 이제 올라와서 공부할 때라고 권했다고 한다. 형은 이제 고입을 앞두고 있는데 서울 분위기는 고입인데 마치 대입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그래서 어머님은 둘째도 서울을 보내고 싶다고 하셨다. 공부도 잘하는데 놀기도 잘하는 아이라... 서울에 가면 공부만? 어쨌든 나도 그 설득에 합류하기로 했고 결국 서울로 갔다.
가정과 학교에서 한 마음으로 지도하면 변화가 빠르다. 학생은 여러 곳에서 같은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삶의 안정을 느낀다. 상담을 통해 학부모의 교육철학을 듣노라면 학교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지도할 수 있다.
# 우리 아이가 요즘 너무 돈에...
1학기 사회 시간, 1단원이 정치이고 2단원이 경제였다. 우리 반은 세금 내는 아이들 체제로 운영이 되어서 학급에서 각자의 직업도 있고 월급도 받는다. 최근, 직업 교육을 하며 구글의 평균 연봉이 4억 6천이라는 것도 회자되었고, 삼성도 근무환경이 좋아 인기가 높아진다는 이야기도 나누었다. 집에 와서도 돈 이야기를 많이 하는 아들이 낯설다 하셨다. 5학년 때까지 학원도 돈 안 내고 그냥 가는 줄 알았다고... 정말 공부만 하는 범생이, 착하기까지 해서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런데 어머니와의 상담이 여운이 남는다. 6학년인데 경제관념이 전혀 없어도 괜찮을까?
학부모의 철학을 모두 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대한 존중한다. 순수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 땅에는 필요하지 않겠는가.
# 책 취향이 달라서요.
학급 학생이 28명이고 대부분 상담을 신청하는 학군이다. 일주일이라는 상담주간에는 전화상담이든 대면상담이든 주어진 시간은 15분이다. 그런데 처음 상담부터 30분을 넘겨버렸다. 이유는 독서교육 때문이다. 유일하게 우리 반에서 꾸준히 책 읽는 아이. 어머니께서 책을 읽히기 위해 아이의 취향이 뭔지 고려하고, 여러 책을 조사하고, 거실에 책을 깔아주고, 도서관에 데려가고. 그 모든 노력을 들었다. 끊임없는 노력에 감탄하기도 했고, 그렇게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역시나 교육은 장기전이구나. 학부모님과 책 취향이 같아서 하하 호호 웃으며 책 이야기 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교실문 앞에 다음 상담 학부모님께서 서 계셔서 서둘러 상담을 정리했다.
상담 이야기를 쓰자니 끊임 없다. 학생을 두고 학부모님과 소통하는 시간은 그리 싫지 않다. 그러나 일주일 내내 여유가 없었다. 돌아서면 퇴근이다. 고도의 집중력과 정신력을 요구하지만 퍽 유의미한 시간이다. 학습도 교우관계도 복잡해질 4학년에는 꼭 용기를 내어 학부모 상담을 받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