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동물과 만남

by 호접몽


제주에 오니 동네 개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일단 이들에게는 대부분 목줄이 채워져 있다. 주인이 있다는 소리다. 가끔 운전하며 길가는 개들을 보면 의외로 활동 영역이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혼자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여럿이 어우러져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인도나 스리랑카에 보면 길에 떠돌이 개들이 많다. 사실 개뿐만 아니라 소, 염소, 원숭이, 가끔은 낙타와 코끼리 등등 다양하게도 돌아다니니 처음에는 신기하다 가도 나중에는 그러려니 한다. 가끔은 신기한 일도 벌어진다. 위험천만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동물들이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인도에서 원숭이가 바나나를 빼앗아가거나, 한라산 윗세오름에서는 까마귀가 커피잔을 들고 날아가 버리는 일 같은 것이 일어난다.



가끔 동물과 교감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문득 그 동물이 하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물론 현지어가 아니라 한글이다. 마음이 통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그때의 내 생각일 뿐일까.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헛소리라 생각 마시고 그냥 그러려니 하시길.



어쨌든 나에게는 여행지에서 만난 동물들은 딱 거기까지였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그 인연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전에 언급했던 말귀 알아듣는 듯한 하얀 고양이를 만난 것도 사실 딱 거기까지였다. 요가 끝나고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더니 기다렸고 한동안 그렇게 우유를 챙겨주다가 여행을 마칠 무렵 '안녕' 인사하고 그렇게 끝났다. 그냥 만났고 그 시간 함께 교감하고, 그리고 헤어짐이 있었다.



이제야 생각해 보니 고양이에게 좀 미안하다. 책임지지도 않을 거면서 마음을 써주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고양이는 어쩌면 한동안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아니다.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 친화력으로 금세 다른 사람을 찾아가 애교 부리며 잘 얻어먹고 살았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한다. 그냥 그 순간 소중한 기억으로 남기고 다른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글쎄, 개가 보기엔 말이야』를 쓴 저자 톰 디스브록의 일화가 생각난다. 그는 심리학자, 심리치료사이다. 남인도 바르칼라 해변에서 만난 개 야콥을 입양하고, 야콥은 그에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는 것이다.



인도 바르칼라 해변이라! 그곳 풍경이 오버랩되며 기억 속의 그곳을 꺼내 든다. 인도 남부의 바르칼라는 바닷가 마을이다. 절벽 위에 상점과 카페들이 일렬로 쫙 펼쳐져 있다. 그곳을 구경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처음 그곳에 가면 보도블록으로 되어 있는 길을 걸어가면서 카페도 구경하고 사람들도 구경하며 걸어나간다. 하지만 그곳에 좀 더 머물다 보면 알게 된다. 사실은 카페에 앉아서 음료수 마시고 있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 중이라는 것을 말이다.



거기 바닷가에 개들도 많고, 소, 까마귀, 백로 등등 온갖 동물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 책의 저자는 거기에서 만난 떠돌이 개와의 인연을 거기에서 끝낸 것이 아니라 그 이후가 대단했다. 다시 인도에 찾아가서 어려운 과정을 거쳐 가까스로 독일까지 힘겹게 데려온 것이다. 어려운 과정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입양을 해낸 점이 대단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특별히 거기에서 만난 개 야콥과의 운명적인 스토리가 내 마음에 와 닿은 책이다.




태어난 지 넉 달 정도밖에 안 돼 보이는 이 작은 개가 내 삶과 나를 완전히 바꿔놓기까지 며칠도 걸리지 않았다. 암울하고 의심 많던 내 생각은 열대의 태양 아래 구름처럼 사르르 자취를 감췄다. 나는 휴가를 대부분 이 작은 친구와 보냈다.

『글쎄, 개가 보기엔 말이야』 17쪽




나도 바르칼라에 갔을 때의 마음이 암울하고 지치고 에너지가 고갈되어 조금도 남지 않은 듯한 상황이었기에 그 마음이 더 공감된다. 중년의 위기를 넘긴 저자와 개 야콥의 대화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져서 읽다 보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이 있다. 쉽지 않은 실행력을 보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 본다.



길 가다가 동물을 만나면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오늘은 문득 그 인연을 길게 이어가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만약 길거리 동물이 나를 졸졸 따라오다가, 집까지 와도 다른 데로 가지 않고, 대문을 열면 먼저 훅 들어온다면, 그렇다면 나는 그 동물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몇몇 에피소드 정도 만드는 걸로 길거리 동물과의 인연이 기억될 것이다. 가끔 떠올리며 '그때 그랬는데….' 생각할 정도로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모두들 인연 따라가는 것을 자연 속에서 배웠다. 지금 곁에 함께 살고 있는 사람 혹은 동물과의 인연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것이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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