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 참 그렇다. 어떤 때에는 이것도 저것도 죄다 모자람 투성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떤 때에는 '이만하면 족하도다' 하면서 스스로 만족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문득 이 시를 집어 들었다. 꿈틀대던 욕망이 사그라드는 느낌이랄까. 사실 나, 살면서 그렇게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그렇게 살면 바보가 될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었지 무언가.
어쩌면 이런 마음을 잊는 것이 더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기저기 휩쓸리지 말고, 이렇게 가끔은 이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은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를 감상해본다.
일본의 대표적인 동화작가이자 시인, 농업과학자인 미야자와 겐지는 1896년 일본 이와테현 하나마키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을 가져 10대 때는 일본의 시조인 단가를 짓기 시작했고 어른이 된 뒤에는 동화를 창작하며 농업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생전에 출판된 책은 단 두 권으로 동화집 《주문이 많은 요리점》과 시집 《봄과 수라》가 있습니다. 겐지가 살았던 당시 일본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전체주의와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때였습니다. 그랬기에 소박한 삶, 타인을 위한 삶을 노래했던 겐지의 작품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살아생전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렸고 결국 1933년 서른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급성 폐렴으로 생을 마치게 됩니다.
그 뒤 겐지의 동생이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한 수첩에 그가 생전에 썼던 100여 편의 동화와 400여 편의 시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중 <비에도 지지 않고>는 그가 죽기 2년 전 수첩에 담담하게 적어둔 것이었지요. 동생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의 마타사부로》 《첼로 켜는 고슈》 《카이로 단장》 등 많은 유작을 출간했습니다. 살아생전 빛을 보지 못했던 그의 작품들은 세월이 지나 재평가돼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줬습니다. 예를 들어 《은하철도의 밤》은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프가 된 작품입니다.
(출처:비에도 지지 않고, 언제나북스, 42~43쪽)
'튼튼한 몸과 욕심 없는 마음으로'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러면 좋겠다. 욕심 없는 삶을 들여다보며 한 수 배우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