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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몽 Jun 06. 2021

나즘 히크메트 「옥중 서한」

케팅을 참 잘했다. '백석이 사랑한 시'에 강조를 한 것 말이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나즘 히크메트의 시가 한 편밖에 없어서 그의 다른 시도 읽어보고 싶었는데, 백석이 옮겼다는 점도 그렇고, '터키 로맨티스트 혁명시인 나즘 히크메트의 국내 첫 시집'이라는 점에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오늘은 그의 시 중 「옥중서한」 몇 편을 살펴보려고 한다.



나즘 히크메트 (1902~1963)

본명은 나즘 히크메트 란으로, 터키를 대표하는 혁명적 서정시인이다. 그는 몰락하는 오스만 제국의 영토였던 현 그리스 땅 셀라니크에서 태어나 이스탄불의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

프랑스혁명 이후 전 세계에 전파된 자유, 정의, 평등, 인권 등 새로운 사상의 영향 아래서, 나즘 히크메트는 1921년 터키 독립 전쟁에 동참하기 위해 아나톨리아의 이네볼루로 가던 중 헐벗고 굶주린 민중의 현실과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목격하게 된다. 이어서 독일에서 온 스파르타키스트 터키 청년들을 만나 러시아 10월 혁명 등의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을 바꾸어 러시아로 떠난다. 러시아 '동양 근로자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창작했고, 러시아 시인 마야콥스키와 같은 무대에서 시 낭독을 한 것을 계기로 시인으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1924년 비밀리에 터키에 입국하여 터키 공산당에 입당했고, 이듬해 정부의 대대적인 공산주의자 검거를 피해 다시 모스크바로 갔다. 1928년 다시 터키로 돌아온 후로는 체포와 구금이 반복되는 삶을 살았다. 1928년 바쿠에서 첫 시집 『해를 마시는 사람들의 노래』를 발표한 이래 1929년 터키에서『835행』을 출간해 문단의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후『자콘두와 시-야-우』,『밤에 온 전보』,『베네르지는 왜 자살했나?』등을 출간했다. 옥중에서 쓴 유명한 작품으로는 터키 문학사에 길이 남을『쿠바이 밀리예 서사시』,『내 나라의 인간 풍경』등이 있다. 시 창작 외에 번역, 희곡 및 시나리오 집필도 했으며, 극단 창단, 영화감독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1938년 '군대 반란 조장죄'로 28년 4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로써 일생 동안 총 55년의 형을 언도받고 실제로는 17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1944년 국내외에서 나즘 히크메트 석방 운동이 시작되었고, 이에 힘입어 1950년 7월 일반 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같은 해 11월 그는 파블로 피카소, 폴 로브슨, 반다 야쿠보프스카, 파블로 네루다와 함께 세계평화위원회가 수여하는 '국제평화상'을 수상했다. 1963년 긴 투옥 생활로 얻은 지병으로 모스크바에서 숨을 거두었다. 생전에 그의 시집은 34개국어로 번역 출판되었으나 정작 터키에서는 출판이 금지되었다가 사후에 출판되기 시작했다. 1951년 박탈되었던 그의 국적은 2009년 회복되었다.

(출처: 『백석이 사랑한 시, 나즘 히크메트』 중 나즘 히크메트 소개 전문)


옥중 서한은 제1신부터 제27신, 총 27편으로 구성된다. 1942년부터 1950년 사이에 옥중에서 씌어진 것으로, 이 선집에서 처음으로 통일된 연시로서 수록되었다고 한다. 주로 시인의 아내에게 보내는 서한들로 이루어졌다. 이 중 11신과 19신을 감상해보아야겠다.



옥중 서한



-제11신





바람은 부노나



바람은 지나가노나.



같은 바람은 두 번 다시



같은 가지를 흔들지 않으리라.



나무에선 새들이 지저귀노나 -



날개들은



날아야만 한다고……



문은 닫혔고나,



그러니 억지로라도



그것을 열어야 하리라.



사랑하는 사람아, 내게는 그대가 있어야만 하겠노라!



내게는 있어야만 하겠노라,



생활이 그대같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그대가 친구요 사랑하는 사람이던 것같이.



진실로 나는 아노라-



고난의 잔치가 끝나지 않았음을,



그러나 새벽과 함께 그것이 끝날 것임을!




옥중 서한



-제19신






아름다운 중에서도 아름다운 바다는 -



아직 지나가지 않은 바다.



아름다운 중에서도 아름다운 아이는 -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



아름다운 중에서도 아름다운 세월은 -



아직 오지 않은 세월.



그대에게 내 말하고 싶은



아름다운 중에서도 아름다운 말은 -



아직 입 밖에 내지 않은 말.



참고: 나즘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일까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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