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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몽 Mar 13. 2021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다.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장석주 시인의 마음을 흔드는 세계 명시 100선』에서 이 시를 보았을 때, 나는 알고 있던 시를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이 시 알아. 이 시 좋아.' 뭐 그런 단순한 느낌이 들었다. 흠, 이렇게 쓰고 보니 또 표현의 한계가 확 느껴진다. 역시 감수성은 금세 휙 풍부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마 100일간 매일 시 한 편씩 본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글을 이어나가본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다시 펼쳐들고 보니, 또다시 이 시가 마음에 들어온다. '여행'이라는 단어 때문일 것이다. 지난 여행에 대한 생각은 100일간의 글을 통해 펼쳐 보였고, 이미 그 생각이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 시를 통해 다시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시간 여행 중이다. 여행을 하던 과거, 여행을 떠올리던 과거의 시간과는 또 다른 공간인 과거 어느 순간으로 들어가 이 시를 접했던 나를 만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시를 읽을 때면 진정한 무언가가 아직 남아있다는 희망이 있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라는 글을 읽었을 적에 나는 더 멋진 날들이 내 앞에 펼쳐지리라 생각되었다. 그랬는지 아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이 시를 읽으며 앞으로 최고의 날들이 아직 남아있으리라 기대하기로 했다. 희망을 가져야 살아갈 수 있으니까.




여행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일까. 나는 지금 어디쯤 와있는 것일까.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온갖 질문들이 나를 휘청이게 하는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시작점일까. 온갖 질문들이 나를 뒤흔든다. 이 시를 읽다 보면 미래에 대한 희망이 현재를 살게 하며 미래로 나를 이끌어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야 알았다. 이 책의 결정적인 오타. 즉 시인의 이름이 나짐 '히'크메트인데, '하'크메트로 인쇄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본문에만 그렇지 뒤에 있는 시인 소개에는 제대로 되어 있다. 이 시는 나짐 히크메트가 감옥에서 쓴 시라고 한다.



진정한 여행_나짐 히크메트(Nazim Hikmet)

터키의 혁명적 서정시인이자 극작가로 모스크바 유학시절 마야콥스키의 영향을 받았고 귀국 후 공산당에 입당하였다. 대표작으로는 시 《죽은 계집아이》, 희곡 《다모클레스의 칼》 등이 있다.





이건 그냥 사족.

귀차니스트 정리법은 내가 정리, 청소 이런 것은 자꾸 뒤로 미루기만 하고 하려고 하지 않아서 하루에 한 가지만 15분에서 30분 이내로 해보자는 의미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다. 그렇게 100일이 지난 후 이번에는 여행에 대해 쓰기로 했다. 귀차니스트 여행법은 지난 여행을 정리한다는 것을 미루고 미루다가 꺼내들었는데, 특히 사진 정리는 나중에로 미루다가 포스팅 막바지에 부랴부랴 정리했다. 그것도 귀차니스트여서 그렇긴 하다.



사실 이번에는 귀차니스트를 탈피하고자 그 이름을 안 쓰려고 했는데 솔직 고백을 하자면, 하루에 시 한 편씩 필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면서 미루고 있다. 이왕 할거 좋은 펜과 노트를 먼저 사야겠다는 생각부터 하는 걸 보면 별로 할 생각이 없나 보다. '핑계 그만 대. 그냥 아무 노트랑 펜 꺼내들어서 써!'라고 내면의 말이 들리지만, 또또또! 집에 있는 펜이 글씨가 잘 안 써진다느니, 원래 글씨를 못쓴다느니, 핑계 대는 거 보면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그리고 이건 나만 그런 거 아니라며 내 뇌는 당당하게 오늘도 삽질을 한다. 그래, 내가 졌다. 그냥 오늘은 커피 마시며 책 읽고 서평 쓰고 그러자고 나 자신과 합의 본다. (내면의 소리: 떡볶이 안 해주면 합의 안 할 거야~! → 이 대사 드라마에서 봄) 알았어.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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