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접몽 Mar 14. 2021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김용택 시인이 고른 시를 모은 책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두 권으로 되어있다. 한 권은 며칠 전에 올린 필사책이고, 다른 한 권은 질문과 답변의 책이다. 그러니까 책에서 질문을 던지고 독자가 자신만의 답변을 채워나가는 형식이다. 이 책이 바로 질문의 책인 것이다.



빨간 책과 하늘색 책, 즉 두 권의 책을 2017년에 한꺼번에 구입했다. 예전 글에도 적었지만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필사책, 즉 빨간색 책은 그 당시 73쇄 인쇄본으로 구입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20쇄다. '에이, 이건 별로 안 팔렸네'라고 생각하기에는 사실 꽤 많은 분량임에도, 이상하게 그렇게 생각된다. 세상 모든 일은 상대적인 건가 보다. 20쇄가 적어 보이다니!



어쨌든 두 권의 책으로 나는 힘든 시기를 잘 건너왔다. 힘든 상황의 한가운데에서는 책 한 줄 읽기 힘들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 시기를 조금 벗어났을 때에는 책이 큰 도움을 주었다.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고, 특히 짧으면서 힘이 있는 글은 내 안에 새겨놓을 수 있었다.



'한 편의 남의 시와 한 줄의 내 글'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시도 그렇고 어떤 작품이든 작가가 일단 글을 써서 책으로 인쇄되어 나오고 나면 더 이상 그것은 작가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다. 그 글을 읽고 감동받는 사람도 있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고,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 대해 뭐라고 하지는 말자. 그 시간 그 작품을 읽는 독자의 마음까지 맘대로 좌우하려고 하지는 말자.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다.




오랜만에 이 책을 꺼내들어 읽어나간다. 그러면서 지금의 내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건져본다. 가끔은 그렇다. 예전에 읽었을 때 좋다고 표시해놓았는데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좋은 거였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는 잘 표시해두지 않는 편이다. 특히 남에게 빌린 도서라면 표시 좀 안 하면 좋겠다. 특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을 때 누군가가 줄을 그어놓은 책을 만나면 정말 화가 난다.



어쨌든 지금 나의 눈길이 머무는 시는 이거다.



머물지 마라  / 허허당

불이 나면 꺼질 일만 남고
상처가 나면 아물 일만 남는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



마음도

다 두고 떠나는

이사가 필요합니다.

살면서 받은 상처와 마주하는 순간

상처는 이미 떠날 준비가 다 된 상태입니다.

상처받은 순간을 글로 적어보세요.

세상에 상처 없는 영혼은 없습니다.

- (출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플러스 중에서)


김용택 시인은 말한다. '시가 삶을 완전하게 해주진 않겠지만 지금 이 시간, 잠시 잠깐 위로가 됩니다.'라고 말이다. 잊고 있었다. 시가 위로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하루에 한두 편, 잠깐만이라도 멈춰서 시를 들춰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책 속에 담겨있던 나의 생각과 시간이 그동안 멈춰있다가 이 책을 펼쳐 드니 훅 뛰쳐나온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지나고 보면 다른 이들 때문에 속상하고 열받으며 보낸 시간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안 그래도 하루 24시간은 모자란데, 일주 이주 휙휙 지나가버리는데, 굳이 누군가를 미워하며 상처를 곱씹으며 보내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다. 오늘은 내 슬픔은 별들보고 다 가져가라고 하고, 좀 가벼워진 마음으로 지내야겠다. 오늘은 더하기보다는 빼기가 필요한 날이다. 물건도 마음도 덜어봐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