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으로 집안 구조하기

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by 호접몽

올해 초 어느 순간의 일이 문득 떠오른다. 불시에 손님을 맞이할 일이 있었는데, 그 이전과 이후를 통틀어서 그렇게까지 낯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다. '내일 해야지, 나중에 해야지' 하면서 정리를 미루고 또 미루고 지냈는데, 그 당시 5분에서 10분 정도 눈 가리고 아웅 하며 후다닥 치울 틈도 없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정리는 미루며 방 하나를 커다란 수납장처럼 사용하던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그 방을 열어야만 하는 상황이 오고 말았으니 지금 떠올려보아도 부끄럽기만 하다.


정리 초보, 정리 귀차니스트는 집안 살림에 재능과 취미를 내보일 힘이 있으면 그 힘으로 다른 일을 하고 싶게 마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대치를 확 끌어내려 낮춰야 한다. 요즘 미니멀리즘 살림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엄청 부럽기도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나는 내 방식대로 해야 오래간다는 점이다. 더 이상 '대청소'라는 것을 하면서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나가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어떻게 자신을 변화시킬 것인가』를 읽다가 발견한 유용한 방법을 떠올린다.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전력 질주하듯 정리하는 방법이다. 살다 보면 정리를 하기 싫다고 미루고 미루다가도 정말 급하게, 할 수 없이라도 정리를 해야 하는 순간이 있으니, 바로 손님의 급작스런 방문이었다. 뭐, 시어머니가 급습하신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막상 하면 할 만한데, 그렇게 미루게 되는 것이 청소와 정리이니 나름 유용한 계기가 된다.


시계 타이머를 5분에 맞추어놓고, 집안에서 손님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부터 물건을 치우기 시작한다. 타이머가 5분이 지났음을 알리면 아무 미련이나 죄책감 없이 청소를 멈춘다.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 주변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집안이 빨리 깨끗해지는 것을 보고 놀랄 것이다. 또 자신이 해낸 것을 보고 뿌듯함과 대견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떻게 자신을 변화시킬 것인가』163쪽


손님이 오고 나면 어찌 되었든 청소를 멈추어야 하니, 상황 설정을 해놓고 그 긴장감으로 몰입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손님이 온다고 하면 그때부터 신기하게도 바로 몸을 일으켜 청소부터 하게 되니, 행동에 옮기는 데에는 손님만 한 것이 없긴 하다. 호랑이 곶감 같은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얼마 전 읽은 책『하루 10분 꼼수 살림법』에서도 이런 말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깨끗한 집'이 아니라 '내가 원할 때 언제든 깨끗한 집을 만들 수 있느냐'라는 것이라고. 사람 사는 공간에서 항상 깨끗함을 유지하기는 힘들어도 내가 원할 때 그렇게 만들 수 있으면 된다. 내가 원할 때 공간을 금세 정돈하여 몸과 마음을 리셋할 수 있다면 바로 뭐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깨끗한 집'이 아니라 '내가 원할 때 언제든 깨끗한 집을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죠. 어떤 집이든 생활하다 보면 지저분해지고 어질러지기 마련이에요. 그러니까 우리에게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힘들이지 않고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집, 즉 '회복탄력성이 높은 집'을 위한 노하우가 필요해요. -『하루 10분 꼼수 살림법』16쪽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고, 내가 이 공간의 주인이다. 그래야 여기에서부터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더 이상 물건에게 방을 내주거나, 정리를 하느라 영혼이 탈탈 털리는 일은 이제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 공간은 지금 이 순간,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구조하면 된다. 일단 정리를 하겠다고 마음먹는 것과 타이머를 맞춰놓고 후다닥 치우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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