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by 호접몽

미니멀리즘을 지향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현실은 맥시멀리스트로 살아가고 있다. '다들 물건들을 위해 방 하나쯤은 내드리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며 당당한 나는 정리 귀차니스트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귀차니스트'라고 해서 모든 일이 다 귀찮아서 손가락 하나 까딱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나에게 시간이 주어지면 그 시간에 정리는 미루고 다른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동안 정리에 소질을 발휘할 시간도 부족했고, 나에게 혹시 숨겨진 재능이 있다고 해도 발견할 틈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약간 구차하기도 하고 변명 같지만, 나도 나름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단지 정리나 살림 쪽에서는 어리바리 초보티를 팍팍 내고 살아갈 뿐이다. 정리에 관해서라면 '나중에 해야지' 라며 미루고 또 미루는 사람들도 많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좀더 당당하게 글을 써본다. 그래야 나도 계속 글을 써나갈 힘이 날테니 말이다.


사실 정리에 관해서는 나만 잘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방송 <신박한 정리>를 보며 '잠깐만 방'이라고 소개하던 개그맨 황제성의 집에 있는 방을 보며 공감했다. 누구에게나 그런 기억 하나쯤은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신박한 정리> 공간 전문가 이지영의 책『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에도 이런 말이 있다."그 방은 안 쓰는 방이야."라는 제목의 글인데, '보통 집에는 일명 '창고방'이라고 불리는 방이 꼭 하나씩 있습니다(43쪽)'라고 말이다.


세상 일을 주로 책으로 배운 데다가 특히 정리도 책으로 배운 정리 초보 귀차니스트로서 정리 관련 서적은 내 공간 정리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 책들이 아니라면 아마도 지금 나는 쓰레기더미 안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리에 동기부여를 하는 데에는 책이 최고였다.


하지만 분명, 다 내가 들인 물건들일텐데, 언제부터 이렇게 쓸데 없는 잡동사니로 자리잡은 것일까. 분명히 먼지를 털어낸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데 언제 다시 뽀얗게 쌓인 것일까. 정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긋지긋한 생각이 들면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일은 더이상 그만!


얼마 전까지도 '나 좀 정리하게 해 줘.'라면서 정리에 관한 새로운 책을 갈망해왔지만, 생각해보니 이미 나는 충분히 많은 책을 읽어왔고 그 책들의 도움으로 청소를 돌입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 책들만 잘 떠올려서 다시 정리에 돌입하면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이득일 것이다. 이제 실천할 일만 남았다.


'실천'을 계획했다고 마음 먹는 것만으로 무슨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하루종일 시간을 저당잡혀서 몸이 부서져라 정리를 할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루에 15분 정도, 30분 이내의 정리를 꾸준히 해낼 것이다. 그정도는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는 어쩌면 원하는 분위기로 탈바꿈하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만의 속도로 조금씩 하면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이미 읽었던 정리 관련 책을 뒤적거려보았다. 새로운 정리 서적을 찾기 전에 이미 읽었던 책 중에서 실행에 옮길 내용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충분히 움직였다. 정리를 하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고 엄두가 나지 않을 때에는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의 내용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전에 한 친구가 물건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우선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가방 속처럼" 이라고 조언을 해주었어요.
몇 개월 후에 그 친구를 다시 만났는데 "만만한 가방 속부터 시작하길 잘했어. 가방정리를 하고 나니 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집 안까지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어." 라며 기뻐했습니다.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50쪽



일단 가방을 열고 소지품을 다 빼낸다. 잠깐 넣어두었다가 버리려던 쓰레기가 눈에 띈다. 시간 내어 정리하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했을 물건들을 떠나보내는 것만으로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특히 지갑 속에 있는 영수증은 굳이 매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전혀 없는 물건 아닌가. 가방 속 물건들을 모두 꺼내두고 가방 속 먼지를 탈탈 털고, 꼭 필요한 물건들만 다시 담으면 된다. 아무리 바빠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으니 기본 중의 기본 정리법이다.


'정리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행동에 옮기려고 한다면 거창한 계획 말고 작은 것부터 해내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버린다'는 것에 대한 반발심으로 물건을 없애는 데 저항감이 있거나, 바빠서 시간을 내기 힘들 때에는 제일 먼저 가방이나 지갑처럼 작은 장소부터 정리를 시작하기를 권한다. 그래야 그 성공을 발판으로 본격적인 정리에 돌입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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