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것에 대하여

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by 호접몽


정리 정돈을 생각하다 보면 환경까지 생각이 뻗어나간다. 그러면서 스스로 무기력함을 느낀다. 나 하나만의 노력으로 세상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겠다는 것을 짐작하니 말이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운동이 펼쳐지면 동참하겠다는 의지가 있긴 해도, 하루아침에 우리가 누리던 편리함을 반납하자면 그 또한 마음이 불편한 일이다.



예전에는 냉장고가 큰 편이었다. 냉장고 속에 들어있는 음식 중에 상해서 버려지는 것들도 종종 있었다. 다 먹어치우는 것도 능력 밖의 일이라 이사할 때에는 아예 냉장고 크기를 줄여버렸다. 물론 냉장고를 사러 들른 상점마다 작은 걸로 사면 후회할 거라며 큰 냉장고로 구입하라고 권했지만 나의 생각은 확고했다. 스타일도 딱 하나뿐이었던 하얀 냉장고를 사서 사용 중이고 이제는 버려지는 음식은 거의 없다. 뿌듯했다.



그것으로 음식 낭비를 줄인다고 생각했고, 나 하나의 실천으로 환경이 오염되는 것도 줄인다고 내심 뿌듯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나는 정말 어리석었다. 바로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를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질까? 나는 그동안 소비자 입장에서만 생각한 것이다.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쓰레기로 버려지는 식품들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유통기한을 넘겨서 상하지도 않았는데 쓰레기로 버려지는 음식들과 소비자의 손에 들어갔지만 포장도 뜯기지 않은 채 음식물쓰레기로 유유히 사라져 버리는 식품까지, 그 양이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유럽은 매년 300만 톤의 빵을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이는 에스파냐 국민 전체가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전 세계 물소비의 4분의 1은 나중에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식품을 생산하는 재배지에 들어간다고 한다. 영국의 가정에서 매일 버리는 쓰레기는 포도 1320만 개, 빵 700만 조각, 감자 510만 개, 사과 440만 개, 토마토 280만 개, 바나나 160만 개, 버섯 140만 개, 개봉하지 않은 요구르트 130만 개, 소시지 120만 개, 햄 100만 조각, 자두 100만 개, 초콜릿 70만 개, 달걀 66만 개, 완성된 요리 44만 가지라고 한다.



영국인들은 해마다 자신의 몸무게에 해당되는 양만큼의 식량을 버렸다는 것도 놀라운데, 이 식료품 가운데 40퍼센트는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고, 적어도 10퍼센트는 유통기한이 끝나기도 전에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식량의 낭비는 고기와 생선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기의 경우 쓰레기의 양에서 20퍼센트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가축의 사료로 주기 위한 곡물을 재배하는 땅은 낭비되는 경작지의 91퍼센트를 차지한다. 책 속에 첨부된 사진을 보면 파리의 헝지스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농산물 시장의 생선 쓰레기를 볼 수 있다. 그날 팔리지 않은 식품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 책을 읽었을 때가 2013년이었는데, 지금이라고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불편한 현실을 맞닥뜨리고는 불편한 마음으로 노력해보겠다고 생각하다가 금세 잊곤 한다. 죄책감으로 세상을 구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세상에 처음부터 쓰레기인 것은 없습니다. 캔은 그 이전에 알루미늄이란 자원이었고, 석유에서 뽑아 만든 플라스틱은 오래전 지구에서 살던 나무 등 다양한 유기체였으며, 나무젓가락은 적어도 20년을 살던 나무였습니다. 화장실 풍경은 또 어떤가요? 수도꼭지를 세게 틀어 놓은 채 거울을 쳐다보며 머리를 매만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휴지를 엄청나게 뽑아 손을 닦기도 합니다. 무턱대고 당겨서 바닥까지 닿아 있는 휴지도 자주 보게 됩니다. 그 휴지들도 과거 언젠가는 울창한 숲의 한 구성원이었을 나무였습니다. 이러한 자원과 에너지를 순식간에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비효율적인 문명을 어떻게 수준 높다고 할 수 있을까요?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14쪽



째깍째깍, 시간이 가고 있다. 『누가 지구를 죽였는가』에 보면 '그 진실이 너무 가혹하면 우리는 종종 그것을 외면하거나 왜곡하기도 한다'라고 언급한다. 지구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 들어선 지 한참 지났지만, 그리고 이미 늦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긴 하지만,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루를 살아간다.



오늘도 내가 구입하는 식료품을 포장하는 데에 쓰이는 플라스틱과 비닐, 종이 등은 더 이상의 쓸모를 잃은 채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것이고, 간식으로 먹을 두유는 컵에 따라 마실 예정이라 두유 포장에 붙어있는 빨대는 완전 새 것인데도 바로 쓰레기가 될 것이다. 환경에 해가 되기 싫으면서도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생활은 불가능하니, 이를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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