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5. Chat GPT를 이길 당신의 문장력

by 이지영

예전보다는 출판의 문턱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내 가족이나 이웃의 이야기를 언제든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길고 깊은 수다에서 그의 인생을 이해할 만한 단서 한 조각을 건져낼 수는 있지만, 그들이 스스로 일기나 자서전, 수필을 쓰지는 않습니다. 어쩌다 한 권, 아니 한편이라도 글을 써보라고 하면, 학창 시절 이후로는 글쓰기와 담을 쌓았다며 손사래를 칠 것입니다.


이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예술 창작 영역에도 Ai가 쓰이는 모습을 흔히 발견합니다. Chat GPT가 만든 음악, 그림, 도서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Chat GPT가 내놓는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에 오른 책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Chat GPT가 쓴 글을 읽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학창 시절에 늘 끼고 살았던(?) 교과서나 ‘2023년도 OO 운영계획’과 같은 문서를 읽었던 경험을 떠올리셔도 좋습니다. 우리는 왜 교과서를 읽으면서 그렇게도 졸음이 쏟아졌을까요? 처음 집필할 때부터 최대한 ‘사적인 생각’을 배제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는 재미있고, 교과서 이야기는 지루하기만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사적인 이야기는 재미있고, 공적인 이야기는 재미없습니다. 인간미가 있는 이야기는 재미와 감동이 있지만, Chat GPT가 하는 이야기는 색깔도 냄새도 없습니다. 신기술의 신기함, 새로운 정보의 신선함. 과연 그 이상의 재미와 감동이 있을까요?


우리가 에세이를 써야 하는 이유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있음을, 동굴에 벽화 그리듯 나만의 색칠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퇴고를 거쳐 그 존재가 명확해지며, 더욱 강한 자아를 만날 것입니다. 우리는 그러기 위해 나만의 언어를 소중히 키우고 사랑해 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나만의 언어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조금 특별한 언어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문가의 입에서 나오는 전문용어가 섞인 말들이 그러하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의 시각에서 나온 말들이 그러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의 언어체계가 특별할까요? 세상의 풍파를 강인한 정신력으로 살아내다 말투도 함께 거칠어지신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의 CF를 우리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여러분에게는, 또 어떤 사람의 언어체계가 특별하게 다가왔을까요?

단순히 유명한 사람의 말이나 유행어, 혹은 거친 말투를 따라 한다고 해서 언어체계가 특별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단어나 외국어, 어려운 용어를 쓴다고 자신만의 언어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별달리 특별한 말도 아닌데, 누군가가 한 말이 주변 사람들을 잡아끄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사람의 사고방식, 사유의 체계가 느껴지는 동시에 그것을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으로 우리를 이끄는 ‘멘토’의 말을 떠올려볼까요? 같은 말도 멘토가 하면 ‘아’ 다르고 ‘어’다른 것 같고, 어딘가 모르게 힘이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그 멘토의 사유 체계, 그리고 그 체계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 - 수없이 거쳤을 존재의 담금질과 부단히 마주했을 고뇌를 함께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의 언어란, 그 사람의 고유한 자아를 대변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담금질한 사유 체계와 문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14화14. 마지막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문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