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네피에 Dec 24. 2021

AR 시네마틱 드라이빙

초단편

"완전히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야."


"부장님, 저희는 블랙박스 제조회사 아닙니까. 저희 기술 핵심은, 있는 그대로를 얼마나 잘 녹화하느냐의 문제지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은..."


"박팀장, 이제 블랙박스만 가지고는 안된다는걸 모르나? 아무나 만들 수 있는게 블랙박스야. 이미 시장은 평준화 됐고, 새로운 기능이랄것도 없잖나. 김대리, 계속 하게"


"네, 부장님. 앞서 말씀하신데로 블랙박스 시장은 지금 레드오션입니다. 하지만 제가 제안드린 '증강현실 시네마틱 드라이빙' 서비스, 줄여서 'ARCD'는 블랙박스 장수기업 '블랙아이'를 블루오션으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답답하네, 애초부터 주행중인 차량의 유리에 증강현실 이미지를 띄운다는게 현행법상 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는 그렇습니다만, 자율주행 차량이 보편화와 상용화를 거치면 법과 제도는 분명히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그 전에 개발에 착수해 업계 선두를 차지해야합니다."


"난 부장님처럼 호의적이지 못해. 도대체 이 아이디어가 어떤 부분에서 시장에 어필되는지 설득시킬수 있나?"

"빠르면 5년, 길면 10년 안에 모든 자동차는 '자율주행' 4레벨 혹은 5레벨 즉, '최소한의 운전자 개입' 혹은 '운전자 개입 불필요' 수준에 도달하게 될것입니다."


"내 말이 그말이야, 운전자가 필요가 없어지는데 왜 이런게 먹히겠냐는거야."


"그것은 바로 '로망', 드라이브에 담겨 있는 인간의 '로망' 때문입니다."


"자네 지금 나랑 농담 따..."

"일단 들어보자고 박팀장. 김대리,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ARCD' 시스템은 차량의 모든 창문과 전면 유리에 AR 이미지를 띄우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현재 주행 상황에 최적화된 경관을 띄우기 위해서, AI가 전체 주행 거리와 시간을 계산합니다. 그리고 주행중에 발생하는 이벤트, 예를 들 주행/정지/가속/감속/좌회전/우회전/커브/오르막/내리막 등의 정보를 저희 ARCD 메인서버에 전송합니다. 여기까지 사물인터넷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그리고?"


"ARCD의 핵심은 지금부터입니다. 전송받은 주행 데이터와 이벤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드라이빙 시네마'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블랙아이가 20년 동안 축적해 지형/지물 비디오 소스들 방대합니다. 이 소스들을 토대로 AI가 실제 현실공간 위에 가상의 경관을 얹어 환상적인 증강현실을 구축합니다. 자율주행 차량이 목적지를 향하는 동안, 탑승자들은 AI가 만드라마틱한 뷰를 바라보며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겁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런 AI 만드는 일은 쉬운일이 아니지 않은가. 안그렇습니까 부장님?"

"이미 테스트 버젼의 AI '리아'를 개발했습니다. 지금 보시는 장면은 인천 송도의 야경에 뉴욕의 야경을 얹은것으로써 리아가 만든 첫번째 작품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리아는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개발된 인공지능입니다. 테스트가 끝나고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다면, 리아를 폐기하고 초고효율의 컴퓨팅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굉장히 인상적이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분명 유능한 IT 기업들과 협업이 필요하겠지만, 개발비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보네. 한가지만 더  묻겠네. 자네는 어떻게 이 아이디어를 착안하게 되었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다 싶어 결혼까지 생각했고, 프로포즈를 위해서 만발의 준비를 했었습니다. 근사한 식사를 하자고 해놓았는데, 불행하게도 예약한 호텔 레스토랑에 화재가 발생시작도 하기전에 프로포즈를 망쳐버렸죠. 정신적으로 패닉이 와서 그녀에게 둘러대지도 못했고, 목적지가 없는 상태로 초조하게 운전하는 것 외엔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불안해하는 저를 보고 무언가 눈치를 챘는지, 그녀는 조용해졌습니다. 그러다 그녀가 말했습니다. '오빠, 우리 오랜만에 드라이브 하자'. 아마 리아는 본능적으로 알았던것 같아. 5년을 넘게 만났으니까. 해가 지도록 마음 편히 드라이브를 했지. 달리는 동안 산과 들, 노을과 별을 보며 로맨틱한 시간을 보냈어. 어느새 처음보는 바닷가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리아가 내 손을 이끌고 모래사장으로 가더라. 한쪽에서는 불꽃놀이하는 아이들이 보였고, 왁자지껄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갑자기 콰쾅하는 소리가 들렸어. 리아와 동시에 그쪽을 쳐다보는데 큼지막한 불똥이 날아오는 바람에 리아가 놀라 내 품에 안겼지. 그게 마지막이야. 리아가 나를 흔들며 외쳤어. 오빠, ARCD, 오빠, ARCD, 오빠, 오빠, ARCD, ARCD,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AAAAAAAAAAAAAAAAAAAAAA"




"오빠, AR CD 챙겼냐고! 또 까먹었지. 오빠, 오빠!! 뭐야 이 오빠 또 운전하면서 자고있 -"


[9시 뉴스입니다. 오늘 오후 4시, 아이돌 걸 그룹 '블랙아이'가 타고 있던 SUV가 광운고속도로 형안 JC 부근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로 옆으로 추락해 전소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안타까운 비보에 연예계와 대중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블랙박스를 조사한 결과 운전자인 매니저 김씨의 졸음운전이 유력한 사고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측근의 이야기에 따르면, 매니저 김씨는 한달 전 결혼을 전제로 만나던 연인에게 실연을 당한 뒤 지속적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전해졌습니다.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블랙아이의 리더 박모양이 마지막 순간까지 김모씨를 깨우려 다급한 목소리가 생생이 녹음되어있어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매니저 김씨의 스마트폰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재생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모든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음 뉴스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