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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니꾸 Jul 18. 2022

THE COACH(tennis)

"If you fail to plan, you plan to fail"

<서문>





 2017년 우주라는 귀여운 공주님이 태어났다. 세상 그 무엇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는 내 인생 자체였고, 삶의 이유가 되었다.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난 나 자신보다 아이를 먼저 생각하는 부모가 되었다. 물론 부족함 투성이의 초보 아빠였지만, 딸을 위하는 마음가짐만큼은 대단했다. 노부부의 장남이었던 철없던 젊은 시절을 지나, 부족한 남편의 시기를 거쳐, 초보 아빠가 된 나는 그 무엇 하나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을 하지 못했다. 처음 말 한대로 마음가짐은 그럴싸했으나, 실수투성이에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이 흐르는 시간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름의 치열함이라는 핑계가 더해지며 시간은 점점 빠르게 그리고, 의미 없이 흘렀다.


 나의 인생이 곧 아이의 인생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슬로건을 가슴의 띠로 메고 있는 이 철없는 아빠는 무작정 아이와 함께 즐겁게 놀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아마도 무뚝뚝했던 아버지와 다르게 본인은 적어도 잘 놀아주는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어야겠다는 짧은 생각뿐이었나 보다. 아이가 걸으면서부터는 밖으로 나돌았다. 자전거도 타고, 모래놀이도 하고, 산책도 하고 등산도 다니며 많은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도 착한 우리 우주는 줄곧 아빠를 잘 따라다녔고, 아빠와 재미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적어도 아빠가 생각하기엔 말이다.


 하루는 동네 체육센터를 우주와 지나는 길이었다. 어둑어둑한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 환하게 불이 빛나는 곳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발길은 그쪽으로 이어졌고, 둔탁한 소리들과 함께 기이한 신음(?) 소리가 코트 밖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곳은 테니스 코트였다. 적막한 봄 저녁을 깨는 듯한 라켓과 공이 부딪히는 소리만이 코트를 울리고 있었다. 한 식구로 보이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로 보이는 듯한 네 명이 각각의 코트 안에서 복식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네트를 넘어가던 네트에 걸려 넘어가지 않든 간에 그들의 미소는 멈출 줄을 몰랐고, 함께 땀 흘리며 라켓을 휘두르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갑자기 우주가 물었다.

"아빠, 저게 뭐예요?"


"저건 테니스라는 거야"


"테니스? 아빠 우주도 테니스 쳐보고 싶어요."


이게 우주와 내가 처음으로 만난 테니스였다. 딸과 함께 무언가를 배워나간다는 즐거움과 스포츠를 통해 배우는 인생의 가르침들을 생각하니 무언가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다른 많은 운동들도 많았지만, 왜 갑자기 테니스였는지는 모르겠다. 수영도 했고, 농구도 했고, 골프도 경험해봤고, 자전거 등등. 수많은 운동들을 함께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왜 테니스였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테니스 레슨 3회 차의 흔히 말하는 테린이다. 아니 어쩌면 테아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을 남에게 알려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안다. 더군다나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테니스를 우주에게 알려주고 가르친다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조차 가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 딸과 이 운동을 함께 배워보고, 가르치려 한다. 나중에 가서 우주는 금방 흥미를 잃어버릴지도 모르고 힘들다고 싫어할지도 모르겠지만, 취미 삼아서라도 랠리 정도는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르쳐보고 싶다. 여름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6월의 저녁 테니스 코트에서 난 우주와 함께 코트에서 멋진 랠리를 하며 땀 흘리는 모습을 꿈꾸고 있었다.





 딸의 코치가 되고 싶었다.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추기 위해 난 오늘도 나름의 치열한 삶을 버티고,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려 노력한다. 인생의 코치이자 재미있는 아버지, 그리고 편안한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난 인생 최대의 미션을 가지고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그래서 이 글을 앞으로도 계속 써 내려갈 것이고, 그 과정을 공유하며 많은 것들 것 함께하고 싶다. 테니스를 배워나가며 한 아이의 테니스와 인생의 코치가 되어가는 과정의 첫 발을 이제 막 떼고 있다.

 

 레전드 테니스 선수 안드레 애거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테니스는 인생의 언어를 사용한다. 어드밴티지, 서비스, 폴트, 브레이크, 러브.... 그래서 테니스 경기는 우리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가 부정하겠는가, 테니스가 곧 인생이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인생이 무엇인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어찌 코칭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라켓 두세 번 밖에 잡지 않아 본 초보 테니스 플레이어가 테니스를 코칭한다?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난 공부하려 한다. 책과 동영상을 가리지 않고 공부해보려 한다. 그래서 단기 목표도 생활체육 지도자 2급 자격증으로 잡았다. 국가에서 인정 해준 테니스 코치 자격증을 따 보려 한다. 실로 엄청난 목표다. 난 운동을 전공으로 했던 체대생도 아닐뿐더러, 취미 수준의 농구와 골프가 인생 운동의 전부이다. 남들보다 뛰어난 운동신경도 없을뿐더러 나이도 40대 중반이다.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더 짜릿했다. 남들보다 뛰어난 운동신경은 없지만, 남들보다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끈기가 있고, 40대 중반의 저질 체력의 몸뚱이지만, 뛰어난 이해력과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접근한다면 승률이 높은 메이저 코치는 될 수 없을지언정 그들과 함께 아파하고, 기뻐하는 함께 성장하는 코치는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 ‘킹 리처드’는 비너스, 세레나 윌리엄스 자매와 딸들을 키워낸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 그리고 기꺼이 한 팀이 되어준 가족들의 놀라운 실화를 감동적으로 그린 휴먼 가족 드라마다. 영화는 스포츠를 배경으로 한 가족, 신념, 사랑과 승리에 대한 감동적인 가족 드라마다. 비너스 윌리엄스는 테니스 역사상 최고의 전설 중 한 명이다. 최초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인 비너스는 41살에 윔블던에서 5회 우승하며 25년이 넘는 동안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유지한다. 7개의 그랜드슬램 단식 타이틀, 14개의 그랜드슬램 복식 타이틀, 5개의 올림픽 메달 등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많은 그랜드슬램 기록을 보유했다. 세리나 윌리엄스는 가장 위대한 여성 테니스 선수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프로선수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메이저 최다인 23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세레나는 4개의 올림픽 금메달, 14개의 그랜드슬램 복식 타이틀은 물론 한 해에 4개의 메이저와 금메달을 모두 획득한 ‘골든 슬램’을 달성한 선수다. 테니스를 떠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인정받았고 현재 진행형이다. 아버지의 비전과 계획으로 두 딸이 세계 최고가 되었음을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꿈과 계획이 있다고 모든 일들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계획을 실행에 옮길 용기가 있어야 하고, 현실의 벽과 시련에 꺾이지 않을 의지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변수를 함께 버티고 나아갈 팀, 가족이 필요하다. 영화는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를 어떻게 계획하고, 길러냈는지에 대한 일대기가 아닌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었던 가족의 믿음과 사랑 그리고 희망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단순히 테니스 코치 자격증이 목표가 아니다. 딸과 함께 꿈을 꾸고 인생을 계획하고, 계획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목표다. 테니스를 연계로 인생을 알아가며 즐기는 삶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나 또한 도전하고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딸 에게 공감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리처드 윌리엄스처럼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를 만들 순 없겠지만, 부단히 노력하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으며, 계획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딸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그런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강인한 현실의 벽과 시련에 꺾이지 않고 극복해나가는 멋진 아버지이자, 뛰어난 코치가 되어가는 도전 과정을 덤덤히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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