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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작가 Oct 18. 2020

완벽한 그것

에세이 [진짜좋은거] / 2. 환상 속의 그대 -2

아직은 아닌 것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휴가는 좋은 것일까?

휴가가 좋은 휴가일 수 있으려면

빈둥거릴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

맘에 쏙 드는 여행지와 최고의 상황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할

넉넉한 자금이 필요하다.

좋은 휴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말 너무 많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휴가란 완벽한 휴가다.

한두 가지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게 좋지는 않은,

그냥 그런 휴가가 된다.



끝~~~~~~~~~~~~~내주게 좋은 휴가가 되기 위해 갖춰져야 할 것은 끝이 없다. 돈, 성공, 명예…,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 ‘좋은 것’들 역시 정말 완벽한 것들이다. 그래서 끝( ! )내주길 원하지만 그것을 향한 우리의 질주는 어쩐 일인지 끝나지( . ) 않는다.


‘언젠가는’ 완벽해질 그것은


지금은 존재할 수 없는 허상일 뿐이기에


그 완벽한 개념에 인간계 생명체들은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언제나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그것은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지금을 뒤로한 채그곳으로 향한다.


우리는 정신없이, 그리고 무의식으로 무장한 채

두 눈을 질끈 감고 완벽의 끝을 향해 달린다.

의식 속에서 소멸될 수밖에 없는 무의식은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의식과 내가 함께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방해한다.


내가 의식적이지 않아야만 무의식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은 내가 감정과 생각에 반응하게 만들며

끝내주는 것에 대한 욕심과 집착 때문에

‘진짜’ 세상을 지나치게 만든다.


무의식이 원하는 것은 우리가 ‘완벽한 그것’을 향해 정신없이 그리고 쉼 없이 달려가는 것이다.


지금 내가 여기에, 이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래서 진짜를 볼 수 있다면

무의식의 질주를 멈출 때

‘완벽한 그것’에 대한 허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환상적인 무의식, 그곳은 모든 것이 허용되는 무법지대다.

무의식에서는 이유나 논리가 없다. 모든 것이 허용되는 곳이니까.

무의식은 정상적인 사고 과정이 아니며, 논리와 규칙이 무시되며

와해된다.



어린 시절 겪었던 경험, 트라우마와 콤플렉스 또한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 그래서 어떤 대상을 이상화하기도 하고, 스스로 전지전능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심리학자 맥스웰 말츠는 자신의 저서에서 무의식은 “논리와 판단도 따르지 않는 기계와 같다”고 설명했다.


맞다. 무의식은 자신의 행동에 자각이 없는 상태다.

혼수상태처럼 의학적으로 의식이 없는(無) 상태라기보다비(非)의식적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제정신이었다면 하지 않았을 짓을 하게 된다.


우리가 오늘 한 일 중에서 의식적으로 한 일은 얼마나 될까?

실제로는 습관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라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한다. 무의식적 기질은 자동적이며 매우 강력하다.

말 그대로 무의식적으로 한 생각들이기에 그 생각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아무리 분명한 사실을 접해도

우리의 신념과 고집은 그 사실을 거부한다.


습관 → 무의식적인 행동과 사고 → 정해진 운명 내가 혼자라고 믿고 두려워하는 것,

진짜 결핍과 진짜 좋은 것에 대한 오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에 대한 무지.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 해도

그것을 의식하고 이해할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다.


의식은 싸우거나 거부하지 않는다.

의식 안에 머문다는 것은 붙들고 있던 생각들을 놓아주고 이해를 바탕으로 활짝 열린 것이다.

의식은 변해가는 모든 것을 지켜보는 목격자다.

바로 지금 경험의 흐름을 지켜보는 ‘의식’이 바로 ‘나’다.

나는, 마음을 바라보는 의식이다.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도

그것을 의식하고 이해할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세상 가장 아름답고 높은 산에 올라

떠나간 옛사랑을 생각하거나

앞으로 뭘 할까를 생각한다면

굳이 그곳에 기어이 올라간 이유가 뭔가!


오직, 지금 거기!


그곳의 바람과 냄새, 눈에 들어오는 구름과

내 몸의 반응들을 알아차리지 않는다면


거기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원하는 그것이 일어나기 전은 ‘아직’ 좋지 않고,

내 욕망을 모두 충족시키는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아서 좋지 않다.

과정이 아닌 결과로서의 개념인 그 좋음. 그 ‘완벽한 순간’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경험할 수 있을까?


완벽한 저녁식사를 위해서는

끝내주는 레스토랑에

끝내주는 자리에 앉아서

끝내주는 야경을 바라보며

끝내주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끝내주는 순간이 설령 찾아온다 해도

그 끝내주게 좋은 시간은 끝내주지 않는 어떤 요소에 의해

금방 끝나버리고 만다.


환상적인 좋은 것(끝없는 쾌락)은


환상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어서 환상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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