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
전날 낮잠을 자서 그런지 일찍 잠들지는 못했다.
아내의 통화소리에 잠에서 깨버렸다.
마루에 매트리스와 이불을 깔고 자고 있던 나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핸드폰을 켰다.
새벽 3시.
귀를 기울여보니 아내는 병원의 당직 근무자와 통화 중이었다.
아내의 목소리를 약간의 걱정이 섞인 말투였다.
들어보니 아내는 전날부터 평소보다 배뭉침이 심해졌던 모양이었다.
평소 같으면 괜찮아질 배뭉침이 새벽이 되어서 더 심해진 듯싶었다.
예정일도 일주일 남겨둔 시점에서 걱정이 되다 보니 병원에 전화를 한 것 같았다.
병원 측에서는 언제든 걱정되면 내원을 하라고 했다. 밤낮 상관없이.
전화를 끊은 아내에게 말을 걸어봤다.
괜찮아? 병원에서는 뭐라는데?
아내는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해 줬다.
병원에 전화한 것도 한 시간 정도 고민을 하다가 했다더라.
아빠는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이 병원에 가자고 했다.
무조건 엄마가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아빠의 절대적인 생각.
그렇게 우리는 대충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새벽비는 차가웠지만 그게 뭐 대수랴.
다행히도 엄마가 출산할 병원은 집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가까웠다.
병원의 당직 의사도 간단한 검사를 해보니 아내의 배뭉침이 평소보다 높게 나온다 하더라.
그래서 의사와 간호사의 조언으로 아내는 우선 수액을 맞아보기로 했다.
수액을 맞고서 배뭉침이 줄어들면 집으로 귀가해도 좋다고 했다.
그 반대로 수액을 맞음에도 불구하고 배뭉침이 줄어들지 않으면 바로 출산예정일을 앞당겨야 한다고 하더라.
간호사의 말에 의하면 아내는 자궁문이 약 1센티 정도 열렸다고 하더라.
우리 딸도 평소보다 아래로 더 내려와 있다고 하더라.
이제는 우리 아이도 슬슬 태어날 때가 되었다는 증상이겠지.
수액을 맞는 동안 아내는 몇 차례 문자와 전화를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5시가 되어도 나오지 않던 아내는 수액을 거의 다 맞았다더니 6시가 넘어서도 나오지 않았다.
새벽에는 산부인과 응급실에서만 진료를 하기 때문에 보호자 대기실에서 대기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중간중간에 응급실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아빠는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아이가 태어나고 있던 중이었나 보다.
혹시라도 아내의 배수축이 심해서 나를 제외하고 바로 시술해서 급하게 아이가 태어난 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사실 아빠의 말도 안 되는 상상이었지만, 나중에 그 말을 들은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어찌 보호자 동의도 없이 수술을 진행하냐며 웃기다고 하더라.
아내는 아침 7시쯤이 되어서야 나왔다.
간호사는 아내에게 수액이 잘 받는 것 같다며 놀리는 듯 안정을 취하라고 일러주었다.
나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아내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우리 기쁨 이는 이전과는 다르게 엄마가 잘 시간에 하두 정신없이 활동을 하고 수액을 맞다 보니 본인도 뱃속에서 난리도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이제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가나 싶었을 기쁨이를 생각하니 설레기도 했다.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예정일보다 일찍 아이가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엄마와 아빠는 이제 마음이 더 급해졌다.
언제든 또다시 배뭉침 현상도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출산 전 준비를 마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둘 다 잠을 한숨도 못 잤으니 푹 쉬고서 오늘 일정을 정리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새벽 병원행에 둘 다 놀라긴 했지만 나름 예행연습이 된 것 같다.
우리 기쁨이 오늘 만나나 싶을 정도로 나름의 긴장도 했고, 설렘도 한층 상승했었고.
아내가 수액을 맞고 있던 응급실 너머에 들리던 여러 아이의 첫 울음소리들을 들으니
정말 실감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내일 있을 약속을 취소하고 만전의 준비를 하고자 다짐하는 하루였다.
우리 기쁨이 이제는 언제든 볼 수 있겠네?
곧 나오니깐 우리 딸도 막 설레지?
금방 보자 우리 딸.
아빠가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