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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Mar 15. 2024

앞만 보고 걸어요

길을 걸을 때 아래도 보자

앞만 보고 걸어요


나는 주위를 잘 둘러보지 않으면서 걷는 습관이 있다.


늘 가던 길도 직진만 하다가 놓치기 십상이다. 심지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에도 딴생각에 자주 빠져서 정류장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나의 일상이다.


그게 문제는 아니다.


정말 앞만 보고 걷는다. 지면이 움푹 파여있는지, 턱이 올라와 있는지 확인도 잘 안 한다. 계단의 마지막 부분인지 조차 확인을 잘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자주 나자빠진다. 사람이 한두 번 이런 상황을 겪다 보면 스스로 조심할 법도 한데, 나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20대 때 신발매장에서 판매원이 나의 발 사이즈를 보며 했던 말이 생각난다.


키에 비해서 발이 작으시네요? 그러면 자주 다칠 텐데...


내 키 189센티. 작지는 않은 키라고 생각되지만, 내 신발 사이즈는 285밀리. 같은 키의 우리 형은 신발 사이즈 300밀리를 신는다. 우리 형제가 크면서 유일하게 공유하지 못한 게 신발. 당시 판매원도 내 키에는 최소 295에서 300밀리 사이즈의 신발은 신어야 한다고 하더라.


과연 발 사이즈 때문에 자주 넘어질까.


[외출하고서 1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신발을 잘못 신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난 그냥 주가 산만하다. '설마'하고 그냥 내 갈길을 간다.


얼마 전에도 아내와 스타벅스에 나오는 길에 주차된 차를 빼기 위해 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다가 턱에 걸리는 바람에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무릎은 까지고, 팔에는 살이 벗겨질 정도로 찢어졌다. 도대체 어떻게 넘어지면 이렇게 상처가 날까 싶더라. 도 넘어지면서 순간 놀랐는지 넘어진 채로 2~3초간 가만히 있었다. 차사이로 마법처럼 사라진 나를 보고 놀란 아내가 부르기 전까지는.


나중에 집에 와보니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오른쪽 발목까지 나가있더라. 넘어지면서 어깨와 무릎이 지면과 직접적인 충격이 있었는지 온몸이 쑤실 정도로 아팠다.


사실 나는 아프거나 다치는 거에 대해 둔하다 싶을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을 안 하는 편이라 그런지, 이번 일도 스스로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 아내 속만 타들어가고 있었지만...


소독 따위는 없었다. 그냥 물로 상처주위를 대충 씻고 후시딘을 발랐다. 아내는 약국에 가서 소독약을 사라고 했지만 그냥 귀찮았다. 이상할 정도로 아프다고 해서 약국이나 병원에 가는 걸 싫어한다. 나의 이런 모습이 이해가 안 가는 아내다.


부어오른 발목 때문에 절뚝거리면서 걷다가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길래 집에 있는 파스로 발목을 덮었다. 이걸로 써 모든 저가 치료는 끝.


어려서부터 발목을 자주 다쳐왔다.

운동하다가, 걷다가, 뛰다가, 또 덤벙대다가.


한번 다친 곳은 또 다치더라.


초등학교 때에는 형이랑 2층에서 뛰어내리다가 오른쪽 발가락 두 개가 부러지는 바람에 몇 달 동안 깁스를 한채 목발을 짚고 학교에 다녔던 적도 있다. 도대체 그 위에서 왜 뛰어내린 거지?


제발 좀 앞만 보지 말고 아래도 좀 보면서 걸어!


아내에게 또 혼이 났다. 매년 한 번씩 자빠져서 발목이나 몸 어딘가 다쳐서 들어오니, 아내로서는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이날 주차장에서 넘어지고서 제일 먼저 걱정이 된 건, 입고 있던 청바지가 찢어지지는 않았는지였다. 매년 넘어지면서 청바지 무릎이 매번 구멍이 났었기 때문이었고, 아내의 잔소리가 무서워서였는지 일어나서 본능적으로 무릎 확인부터 하게 되었다. 다행히 넘어진 거 치고는 몸에 타박상 외에는 옷에 흠집하나 없었다.


절대로 키가 커서 넘어지는 건 아닌 게 확실하다.


그냥 덤벙대는 습관을 못 고치는, 주의가 산만한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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