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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마 Feb 22. 2021

명상 비기너


2021년도 1학기 개강이 1주일 남았다. 지난겨울 방학 동안 나는 담백하게 쉬었다. 작년 한 해 나는 몸이 매우 좋지 않았다. 강의하고, 논문 쓰고, 개인전하고, 학과 일하며 바쁜 와중에 틈틈이 병원들을 순회했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는 오로지 건강을 위해 푹 쉬고 살을 찌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브런치에도 아무 글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주부터 3개의 연구 계획서와 강의 준비로 남은 방학을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일주일 전부터는 아침 명상을 시작했다. 명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누군가 SNS에 아침 명상이 주는 마음의 평안에 대해 극찬했기 때문이다. 몸이 자주 아프니 마음이 예민해지고, 마음이 예민해지면 몸이 반응하는 내가 한 번은 시도해 볼만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상 앱을 다운로드하여 일단 해 보기로 하였다.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렵다. 지금에 살고 있는 내가 자꾸 과거의 기억들과 미래의 우려들로 옮겨가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명상을 하자마자 당장 어떤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뭔가 모를 평안함이 문득문득 드는 거 같기도 하다. 


어느 날은 새벽 4시 반에 깼다. 예민할 시기에는 자주 있는 일이다. 보통 다시 자려고 노력하지만 그날은 명상하고 시간 보내다가 졸리면 다시 자지 뭐.라고 편하게 생각하고 일어났다. 명상을 하고 나니 정신이 또렷해졌고, 책상에 앉아 일기도 쓰고 시간을 보내다가 2시간 정도 연구계획서 작성을 위해 다른 논문들을 읽고 정리했다. 근래 들어 가장 집중이 잘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명상 때문일까? 아직 확신하지 못하겠다.


일기의 내용도 꽤 많이 바뀌었다. 전에는 마음이 힘들 때 쏟아붓는 듯한 일기였는데, 명상 후의 일기는 매우 긍정적으로 변해갔다. 일기를 쓰며 잊고 있었던 기억이나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지난밤 꿈에 나온 친구가 갑자기 떠오르거나, 매우 사소한 일들의 기억, 또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들 등이 공격적으로 떠오르는 게 아니라 친절하게 나에게 다가온다. 


주말에는 동네 도서관에 가 명상에 관한 책들을 쭉 훑어보았다. 몇 가지 공감 가는 페이지들을 담고, 봄이 온 듯 햇빛이 좋아 동네를 산책했다. 놀이터에 어린이들은 신나게 놀고 있었고, 승모근에 힘주지 않고 길을 거니는 사람들도 여유로워 보였다. 생각은 마음속에 그저 지나가는 풍경의 일부일 뿐이라는 말을 되새기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당분간은 매일 아침 일어나 명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매일 일어나자마자 정해진 시간 내에 출근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니, 아침에 여유롭게 명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방학이 이렇게 끝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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