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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데 오늘 Mar 03. 2022

우주에 체류 중입니다만 (1화)

내 친구 마티아스 마우어

우주에 체류 중입니다만


2022년 2월 14일 (월) 비, 흐림     


광란의 일요일을 보내고 그 피곤이 가시지도 않은 월요일 오전이었어요. 포항에서의 이틀간의 여정 때문에 월요일 아침이었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그렇게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일은 어찌나 밀려오던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었죠. 그리고 그때 였어요. 인스타그램으로 DM이 왔어요. 인스타그램에는 친구도 없고 팔로워도 없어서 채팅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신기한 마음으로 채팅창을 열어 보게 되었죠.

    

그리고 거기에는 마이크 월터라는 아이디를 가진 마티아스 마우어라는 이름의 외국인이 어설픈 한국말로 우리 집 고양이의 안부를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한눈에 딱 봐도 구글 번역기를 돌린 서툰 한국어 솜씨로 말이죠.     


외국인 : 친애하는 친구, 당신의 고양이는 너무 아름다워 보입니다.

    

어떤 외국인이 내가 인스타에 올려 둔 우리 고양이 사진을 보고 말을 걸어 온 겁니다. 그가 우리 고양이 식구에게 관심을 가져 주다니 정말 고맙더군요. 번역기를 돌려서 한국말로 대화를 청한 그의 성의도 가상했고요. 그래서 몇 마디 형식적인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했어요.

    

나 : 금비와 초롱이예요. 금비는 초롱이 아빠고 나이는 많아요. 타인에게 매우 친절한 성격이죠.

외국인 : 내 고양이 마야는 수줍음이 많아요.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요.

     

경험상 외국인과의 SNS 대화는 몇 마디 질문 후에 마무리 인사말로 끝내게 대부분이었는데, 이분은 친절하게도 자기를 소개하더군요.

    

외국인 : 내 이름은 마티아스 마우어 입니다. 독일에서 태어났고 어머니는 한국 사람, 아버지는 독일인입니다. 유럽 우주협회에서 근무 중이고, 전 현재 지구 궤도를 돌면서 우주에 체류 중입니다. 우주비행사죠. 은퇴 전 마지막 임무를 수행 중이고요.

나 : 그래요? 엄마가 한국인이라니 더욱더 반갑네요. 우주비행사라니. 직업이 정말 멋지네요.

외국인(이하 마우어 씨) : SNS로 친구 사귀는 건 난생처음인데, 우리 좋은 친구가 됐으면 해요.

나 : 그래요. 나도 이런 경험 처음이에요. 정말 재미있군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우어 씨는 그의 붙임성 있고 친절한 성격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어요. 그리고 그럴수록 나는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서, 그에 대한 경계를 살살 풀어가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가 점점 무르익고 있을 때였어요.

     

마우어 씨 : 너 혹시 카카오톡 하니? 내 카톡 아이디가 XXXXX 거든? 내 카톡 ID를 추가해서 카톡으로 대화하는 게 어때?     


순간 우주에서 지내고 있는 독일인이 카카오톡을 언급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에게 물었죠.     


나 : 어떻게 카카오톡을 알게 되었니?

마우어 씨 : 한국에 가면 주로 그걸 썼지. 거기서 유명한 앱이잖아. 카톡으로 날 초대해 줄래?     


하지만 인스타그램 채팅으로도 충분할 텐데, 굳이 카톡으로 옮겨서 대화하자는 그의 제안이 이상하게 들리더군요. 하지만 그는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에 제한이 있다며 카톡으로 옮기자고 했어요. 우주선 보안 문제인 것 같았어요. 하긴 카톡으로 옮긴다고 별문제 될 일도 없으니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사실 인스타그램보다는 카톡이 더 편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카톡을 열고 그의 ID를 추가했지요. 그러자 카카오톡 대화방에 그의 이름이 딱하고 뜨더군요.     


'마티아스 마우어'

     

순간 이 사람 마티아스 마우어가 맞구나 라고 생각했죠. 카톡 가입할 때 신분 인증은 필수잖아요. 그래서 믿을 수 있었어요.     


마우어 씨 : 오늘 저녁 별다른 계획 있니?

나 : 아니 없어. 그런데 내가 지금 일 때문에 좀 바쁘다.

마우어 씨 : 그래. 바쁘구나. 나도 오랜 시간 일해서 좀 피곤하네.

나 : 그래. 그렇다면 잘 쉬어라.     


사실 나는 좀 귀찮아졌어요. 그래서 곧바로 그와의 대화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죠. 처음 본 사람인 데다가 말이 많고 궁금해하는 것도 많아서 일일이 대답해 주기 귀찮았거든요, 그리고 또 내가 우주에서 지내고 있다는 외국인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래서 그가 피곤하다고 하자마자 곧바로 잘 쉬라고 하고 대화방을 빠져나오려 한 것이었죠.     


그런데 이 친구, 내가 자기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더니 섭섭했나 봐요. 그렇게 대화방을 나가려는 나를 황급히 붙잡았어요.     


마우어 씨 : 친구. 잠깐만. 나 지금 우주에 있다니까? 너 그 말뜻을 이해하니?

나 : 그건 흥미로운데. 내가 바보 같니? 정말 미안하게 됐어.     


그러자 마우어 씨는 당황하며 내게 물었어요.     


마우어 씨 : 그게 무슨 말이야?

나 : 이봐. 네가 정말로 우주에서 지내고 있다는 거야?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마우어 씨 : 그래. 맞아. 나 지금 우주에 체류 중이야. 왜 나를 의심하지? 너. 우주에 대해서 궁금한 거 있으면 내게 물어봐. 내가 모든 걸 대답해 줄게.     


마우어 씨는 정색하며 말했어요. 내가 실수를 한 것 같더군요.     


나 : 그래? 그렇다면 내가 미안하다. 내가 우주인을 만난 게 처음이라 그런 거야.

마우어 씨 : 그래.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를 믿게 될 거야. 네가 지금 바쁘다니까 나중에 연락하자. 친구. 수고해.

나 : 그래. 잘 쉬어.     


그렇게 지금도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는 마우어라는 독일 출신 우주인과 대화를 마쳤어요. 그리고 마티아스 마우어라는 우주비행사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져서 곧장 구글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쳤어요.

    

(다음 편에 계속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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