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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Mar 07. 2022

교무기획부 배를 타고 교직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오랜만에 4시 반에 일어났다.


여유가 있을 때는 오히려 새벽 기상을 굳이 해야 하나 싶었는데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니 새벽 기상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30분이라도 홀로 가만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절실해진다.


목요일에 동료들과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려고 걸어가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제가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려드릴게요. 오늘이 3월 3일입니다!"


오늘이 삼겹살 데이였구나 하며 놀라는 둘, 그리고 내 이야기의 맥락을 깨닫고 허허하는 하나.

3월 2일 시업식과 입학식을 진행하고 뒤이어 교육과정 연수, 부장회의, 학년 회의, 각종 위원회에 참석하고, 각종 전화와 민원 상담까지.. 이런 게 진짜 '바쁨'이었다.




올해 교무기획 부장이라는 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내 기억에 있는 '교무부장'은 정말 어른 중에 어른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이 교무부장 선생님이셨는데 항상 바빠 보이셨다. 교실에서도 우리보다는 컴퓨터와 눈 맞춤하시는 시간이 길었고, 자연스레 자습 시간도 늘어났다.


"산수책 30쪽부터 40쪽까지 공책에 풀어서 제출해라. 회장이 걷어와라"


산수 시간에도 산수를, 국어 시간에도 산수를 해야 했고, 심지어는 체육 시간에도 산수를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번 시간에는 체육 하러 나가시겠지 했는데 매번 그 기대는 깨어졌고 그 덕분에 나는 산수를 매우 싫어하는 학생이 되어버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 신규 교사로 발령을 받아 현장에 나갔을 때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던 든든한 여자 교무부장님이 생각난다. 세련되면서 당당하게 동료 선후배 교사들을 챙기는 모습이 참 기억에 남는다. 교무부장은 저렇게 아는 것도 많아야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참 잘 챙겨야 하는구나 정도만 막연하게 생각했다. 교무부장님을 가까이 하기에는 나는 그저 귀여운, 신규 막내였으니.


 올해 학교를 옮기면서 새 학교에 가서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기대 조금, 걱정 많이 상태였는데 교장님께서 교무 부장 역할을 부탁한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 머리가 하얘지면서 그동안 교직에서 만났던 많은 교무부장님들이 내 머리를 스쳐갔다. 나는 그중에서 누구랑 비슷한 모습을 보여야 할까를 고민했다. 그러다가 내가 아는 것이 너무 없는데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그때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중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니 이제 진정한 교직 여행이 시작되는 것인가 생각하며 일단 교무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쩌면 그냥 앉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서비스 마인드


올해 목표를 세울 때 일단 직장 생활에 대한 것은 두 가지로 정했다.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하기, 그리고 서비스 마인드 장착하기. 내가 아는 교무기획부란 학교 전반적인 일에 다 두루두루 발을 걸치고 있는 부서이다. 제안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각 부서의 일을 조율하여 방향을 정하기도 하며 관리자의 입장을 각 교실에 전하는 메신저의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새로운 곳에 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보니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고 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하다 보면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나도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너 역시 행복해질 수 있다.
-바보 빅터 중에서-

토요일 아침부터 쓰기 시작한 글을 월요일 아침에 마무리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일이 중간에서 딱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3월 둘째 주. 교직 여행을 시작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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