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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 상남자 May 26. 2022

만약에 칭찬스티커가 '돈'이라면?

학급 규칙으로 칭찬 스티커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칭찬 스티커를 30개 모으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지요. 학기 초에 학급 규칙을 정하는 학급 회의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칭찬 스티커를 30개 모으면 어떤 상을 받고 싶나요?"


체육 시간 추가하기, 컴퓨터실에 가서 자유 서핑하기, 과자 파티하기, 영화보기, 원하는 자리 앉기, 원하는 짝 정하기 등등 다양한 의견이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칭찬 스티커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고 3월 이후로 꾸준히 운영해오고 있어요. 


어느덧 새 학기가 시작한 지 60일 정도가 지났습니다. 슬슬 누구가 스티커를 몇 개 모았다더라, 30개를 넘겼다더라 등등의 이야기가 귀에 들려옵니다. 그래서 조용히 물어봤습니다. 


"다들 눈 감아보세요. 3월부터 지금까지 내가 모은 칭찬 스티커가 몇 개인지 선생님이 물어볼게요. 눈 감은 상태에서 조용히 손만 들어주세요"


아직 10개를 넘지 못한 학생이 4명

10개에서 20개 사이가 8명

20개에서 30개 사이가 3명

30개를 넘긴 학생이 1명입니다. 


눈을 감고 있지만 눈을 뜨고 30개를 넘긴 학생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궁금할 만도 하지요. 그 친구가 칭찬스티커를 '체육 시간 늘리기'로 쓴다고 하면 자신 역시 그 혜택을 받게 될 테니까요.


이제 본론을 꺼낼 시간입니다. 


"3월부터 이 학급 내에서 같이 공부하고, 같이 활동하고, 같이 과제를 해결해왔는데 어떤 사람은 칭찬 스티커를 30개 넘게 모인 사람이 있고 아직 10개도 못 모은 사람이 있군요. 그런데 만약에 3월부터 여러분이 꾸준히 모인 것이 칭찬 스티커가 아니라 '돈'이라면 어떨까요?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하루에 24시간이 주어집니다. 그 24시간을 알차게 활용해서 돈을 많이 모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지요."


칭찬스티커를 '돈'으로 바꿔서 생각해보자는 선생님의 제안에 적잖이 놀란 모습입니다. 한 걸음 더 나가보았습니다. 


그럼 여러분들이 원하는 체육 시간, 컴퓨터실 자유 시간, 과자 파티, 영화 보기 등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두 글자입니다. 어려운가요? 초성 힌트 나갑니다.
바로 ㅅ ㄱ 이죠."


어제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본 덕분인지 학생들은 어렵지 않기 ㅅㄱ 이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결국엔 칭찬 스티커를 모으려고 노력했던 이유는 여러분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얻기 위해서였군요. 돈도 마찬가지예요. 돈을 많이 모으면 여러분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답니다. 그러니 지금 여러분들이 보내는 시간이 미래에 여러분에게 '돈'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알차게 보내야겠지요?"


역시 교실은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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