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사장 Aug 02. 2021

나는 노동자입니다

내가 자본가를 꿈꾸게 된 이유

 무수히 많은 직장인들 중에 한 사람인 나는 나 자신을 프롤레타리아라고 부르기를 좋아한다. 


 프롤레타리아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채,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삼아 자본가에게 제공하는 것으로써 생계를 꾸려가는 임금 노동자 계급을 말한다. 매우 신랄한 정의이지만 아주 정확히 노동자를 표현한 말이다.


우리 직장인들은 왜 직장생활을 하는가? 가장 큰 이유가 생계를 위해서이다. 물론 생계가 아니라 자아실현이라든지 아버지의 자본을 물려받기 위한 훈련 등의 매우 매우 소수의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해서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 몸을 일으키지 않으면 당장 이번 달 말부터 대출 이자며 고정비 등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결국 이런 우리들은 앞서 정의한 프롤레타리아이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상당히 많은 이견이 있겠지만 시간이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모든 행복과 고통의 근본이 된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에 따라 인간은 위대한 업적을 남기기도 하고 보잘것없이 잊히기도 한다.


 모든 인간이 공평하게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 직장인들은 노동력을 파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우리가 파는 것은 우리의 시간이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일주일에 오일 하루 열 시간을 일한다면 (매우 좋은 회사라고 가정하겠다) 취침시간 제외 주 126시간 중에 (출퇴근 두 시간을 포함) 총 60시간은 회사를 위해 쓴다. 나의 시간 중 50%가량을 생계유지를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최소한으로 계산해도 50%이다.) 이 50%를 ‘행복’하게 보내는 소수의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지옥’ 혹은 그 정도는 아니어도 ‘하기 싫음’ 정도로 보내고 있을 것이다. 결국 직장인들은 인생의 반 이상을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반면에 자본가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시간을 사용하지 않는다. 먹고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거나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돈을 더 벌고 싶은 자본가는 회사를 경영하거나 금융, 부동산 등에 투자를 하기도 하고 그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자본가는 그의 자본을 엄선한 프롤레타리아에게 맡겨두고 본인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위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은 정치를 하기도 하고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은 공부를 하며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글을 쓴다.


 그래서 난 자본가를 꿈꾼다. 이번 생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생산 수단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과는 다르다. 생계를 유지하는데 내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면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을 쓸 수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를 하면서 보낼 수 있다. 아침에 눈이 떠질 때 눈을 뜨면 되고 내 몸을 위해 운동할 시간이 널렸으며 피곤하면 자면 된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내 시간을 쓰고 싶다.


시작은 나 자신의 처지를 아는 것부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나를 프롤레타리아라고 부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인의 마음 이해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