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퇴사 전의 내가 말했다
이전 글에 방송사에 입사하려면 대략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를 서술해 보았다. 사실 나도 대강 아는 것만 적어놓은 거다. 더 들어가면 부수적으로 준비해야 할 스펙이 어떤 것이 있는지도 따로 적어보겠다. 이전 글에서의 천재일우의 기회가 무엇인지 말해보자면, 특정 직군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표가 잡혔을 때 우리는 구글이나 유튜브에 냅다 관련 키워드를 검색해보곤 한다. 딱 직장을 그만두기 1년 전의 내 얘기다. 언론사 입사에 필요한 학벌 요건도 없는 상태였지만 무작정 일단 알아보는 거다. 그중에 단연 눈에 띄었던 페이지는 '방송국도비들'이라는 유튜브 채널이었다. 방송계를 희망한다면 한 번쯤 꼭 찾아봤을 직군들의 준비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주시는 인터뷰 영상이 많았는데 당시 이걸 보고서도 선뜻 유레카! 를 외치지는 못했다. 이미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른 준비생이나 전문가들이 전해주는 조언들 같아서 조금은 남일처럼 느껴졌던 게 이유다. 하하. '난 아직 쪼렙인걸' 하면서 노트북을 덮었다. 일단 퇴사부터 하고 나서 생각하자! 같은 호기로운 생각이었다.
여하튼 이 게스트분들을 모집하는데 앞장서는 인터뷰어로 활약하고 계신 분이 쾌남윤 PD라는 닉네임의 현직 피디님이셨다. 유튜브를 타고 들어가 보니 각양각색의 출연자분들이 보였다. 언론사 준비 초심자부터 후덜덜한 스펙의 강자들 그리고 현업으로 종사하고 계신 멋진 분들까지! 생생한 언론고시 준비과정과 방송계통 내 여러 직군들의 취업 방향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시는 출연자분들과의 인터뷰를 보며 계획도 대폭 수정하고 방향을 잡아갈 수 있었다. 프리미어를 배워야지 말만 하던 직장에서의 나는 그 길로 대학진학이라는 몇 년간의 고민의 마침표도 찍었다. (* 이 결정이 얼마나 단비 같았는지 모른다) 이런 유튜브 영상이 때로는 글보다는 더 피부에 와닿는 조언으로 느껴질 때가 많아 자주 모니터링 하는 편인데 확실히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자각도 하고 자극받을 수 있어 좋다. 물론 이들과 과한 비교는 비추다. (*이유는 후술)
<방송국 도비들>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com/@broadcastdobbys?si=RI8qiPWXFT42mn7P
필요한 스펙이나 활동들이 무엇인지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들과 더불어 장차 내가 하게 될 고민을 미리 보는 느낌이 들어 앞으로의 내 길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정보의 바다는 쾌남윤 PD님의 블로그로 곧장 안내했다. 각종 채용공고와 영감에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이 카테고리 별로 정리되어 올라와 있었다. 유튜브로는 현직자나 언시생들이 직접 출연하여 준비 팁들을 전수해 주시는 콘텐츠가 주고, 블로그는 채용공고와 콘텐츠 리뷰, 언론고시 준비 노하우 등으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각 회사별 채용공고마다 차별화시켜 준비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짚어주시기도 하니 이를 모르고 간다면 꽤나 손해일 정도이다. 아무래도 다년간 직접 현업에 몸담으셨던 경험을 토대로 숱한 이들을 만나고 숱한 작업들을 진행하시며 올리시는 허심탄회한 글들이기도 하니 취준 노하우를 캐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PD의 시각을 어깨너머로 배울 수도 있어 추천하고 싶다.
대화주제를 살짝 이탈해 보자면 타인의 인사이트나 영감은 본인이 먼저 만들어내고 글을 쓸 수 있는 역량을 조금이라도 키워놓고 나서 모니터링하는 게 마음이 편한 것 같다. 내 글에서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일 때 남의 글을 읽어버리면 남과 내 통찰력을 수치적인 선상으로 치환하고 또 비교하게 되는 고질병이 생겨버린다. 그래서 영화리뷰를 쓰기 시작했던 시절부터 같은 SNS에서 활동하는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글을 보는 걸 병적으로 거부했다. 블로그 시절도 마찬가지고 이후 인스타도 그렇다. 참 유난스럽다 싶은데 표면적인 이유는 내가 이 글을 모방하게 될까 봐였고 진심은 내가 이 글의 필체나 통찰을 부러워할까 봐였다. 너무 애 같다. 그런데 어쩐다? 아직도 이런다. 챗지피티에게 글 쓰는 영혼을 양도하는 행위만큼이나 남의 글을 본다는 것은 아직 내게 좀 많이 그렇다. 그런데 사실 입사준비를 한다거나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결과물을 써야 하는 시점이 오면 되려 남과의 비교는 필수다. 스스로 비교에서 깨지고 대외적으로 쪽이 한번 팔려보면 내가 얼마나 부족한 지를 알 수 있다. 필수 관문이다 관문. 이게 많이 괴로운 게 남과의 비교에서 내 결과물을 판단하는 순간에 실력이 늘은 기억이 있으면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결국 그 고통의 중독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며칠 전 블로그를 둘러보던 중 우연히 '핑계고'콘셉트를 따온 모임에 참가할 인원을 모집하는 글이 떴다. 와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라고 문장을 이어 적고 싶지만 실은 아니었다.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서 저렇게 유의미한 영향력을 펼치는 PD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나는 멋진 까진 아니고 좌충우돌) PD님의 블로그를 봐온지도 1년이 됐다. 어떤 부분에서는 일부러 많이 안 보려고도 했었다. 스펙을 가진 이들의 요건이 언급되는 글을 자주 보면 준비도 제대로 안된 상태일 때는 멘털만 흔들린다는 게 주 이유다. 용기에도 기다림이 있었는지 내가 이 꿈을 가질만한 자격이 되는 사람인지를 의심하는 마음이 언저리에 있었다. 수다모임의 가제가 <개강은 핑계고>였는데 사실 언론고시 준비라고 해도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는 1년을 보냈다. 유야무야 대학 생활 적응하고 학내 언론사 활동에 알바 등등에 휩쓸려 이렇다 할 시험 준비나 구직활동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이를 테면 PD취업 같은 거창하고 아스라한 목표를 갖고 있는 모든 이가 그렇듯 '내가 뭘 하고 있지' 혹은' 뭘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님' 또는 ' 아 뭘 해야 하지?' 따위의 상태에서 극도의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가. 올해에 들어 PD라는 직군준비에 있어 잘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 몹시 불안하던 상태였다.
자격증들이나 준비해야 할 영상 포트폴리오의 아이템 들이나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구상하고 있는 계획들만 두서없이 흘러넘치는 수준이라 뭘 취사 선택할지 주축이 잡히지 않은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개강이라는 키워드가 한번 눈에 들어오고 나니 나름 안도감이 같이 따라왔다. 이렇게 대놓고 내 부족한 언시생의 역량을 메인 콘텐츠로 도마에 내놓지 않아도 될 것 만 같은 자리로 보이니 그제야 신청할 용기가 생겼다. 그래 부담 없는 수다 모임이지 않나! 사실 대부분 언론사 입사를 희망하고 있는 이들이나 방송계 현업에 계신 분들이 구독을 하고 계실 것이니 갈팡질팡하고 유야무야 하게 나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이 조바심 있게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내가 이런 자리에 나갔을 때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인간인가에 아직도 매여있는 사람이라 그런가보다.(*어릴 때의 집착을 못 고쳤다) 물론 해당 모집글에는 부담 없이 입털 수 있는 사람들이면 다 OK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아, 유쾌함이라.. 자격증 준비로 바깥세상과 바깥사람을 구경 한지 한 달이 넘어가던 차인지라 널브러졌던 유쾌함을 다시 주섬주섬 주워서 길을 나섰다.
*후기는 다음편에 이어서 적었습니다
https://brunch.co.kr/@bsdudtj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