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기억 한계 극복 비결_그럼에도 불구하고 밸런스

학습심리 공부법 청소년 교육 심리

by 주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운명이 오늘은 내 편이었다면, 내일은 남의 편인 것을 받아들일 때 내 삶의 시소는 삶의 운율을 맞추며 계속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서 단기기억의 한계는 짧은 시간 동안 적은 양의 정보만 기억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강점만 사랑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내가 가진 약점도 나의 것입니다. 약점을 감추기 위해 에너지를 쓰는 것은 결국 버리게 되는 매몰비용입니다. 내가 가진 에너지는 나를 나답게 살아나는 데 써야 합니다.


레프 톨스토이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서 말합니다.

“무언가를 제대로 하려면 그 방법을 알아야 한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다.

원하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나의 약점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내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단기기억 한계 극복 1. 의미 있는 내용끼리 묶어라-청킹(chunking) 기법

단기기억이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밝힌 연구자는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조지 밀러(George Miller)입니다. 그는 ‘매직넘버 7: 인간의 정보처리능력의 한계’라는 논문에서 단기기억이 저장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7±2개로 밝혔습니다. 사람들에게 단어, 숫자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몇 가지를 기억하고 있는지 묻는 실험의 결과였습니다. 우리가 앞서 사진을 보고 몇 개의 사진을 기억하느냐와 비슷한 실험이었죠. 그는 이 실험에서 사람들이 5~9개의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를 행운의 숫자인 ‘매직넘버 7’으로 이름 붙였습니다.


조지 밀러는 실험을 통해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밝혔는데요. 인간이 기억할 수 있는 7개 내외의 정보는 개별 정보일 수도 있지만, 의미 있는 단위끼리 묶은 청크(chunk)도 7개 내외의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단기기억은 ‘20152022’와 같이 개별 숫자 8개를 잠시 기억할 수도 있고, 위 그림에서 ‘기린(2글자), 고양이(3글자), 공작(2글자), 호랑이(3글자), 사자(2글자)’처럼 각 글자의 합은 12개이지만 ‘동물’이라는 하나의 의미를 이룬 단어는 5개로 7개 내외에서 기억할 수 있는 범위에 포함됩니다. 즉 기억의 용량은 개별 정보 수가 아닌 청크 수로 결정됩니다.


여기에 바로 용량 한계를 극복할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낱개로 흩어진 개별 정보를 청크로 묶어 기억하는 청킹(chunking) 기법 사용입니다.


청크는 사전적 의미로 큰 덩어리, 상당히 많은 양, 말 모둠의 뜻을 가집니다. 아마 여러분은 영어단어를 외우며 들어보았을 거예요. 한 단어씩 외우기보다 ‘as soon as’, ‘take care of’, ‘in charge of’와 같은 청크를 외우고 있으면 필요한 순간에 빠르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하죠. 일상생활에서도 청크가 숨어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화번호는‘010-3642-8734’와 같이 번호를 4개씩 끊어서 기억하게 되어있습니다. 자동차 번호판도 마찬가지예요. ‘34나 4875’와 같이 숫자 2개와 글자 1개 덩어리와 뒤에 숫자 4개의 덩어리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우리 생활 속에는 심리학이 우리를 돕고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의 수가 단기기억의 범위를 넘을 때, 우리의 단기기억을 돕기 위해 정보를 묶어서 제시하고 있었던 거죠. 이제 생활 속 심리학의 보물 찾기를 해보고 있으니 활용해 봐야겠죠.


암기가 필요한 공부를 할 때, 정보를 의미 있는 단위로 묶는 청킹기법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무의미하게 흩어져있는 개별 정보를 의미 있는 범주로 묶어서 정리해 보세요. 청킹기법을 사용하면 20개의 사진을 무작위로 외울 때보다 몇 개쯤은 더 외울 수 있습니다. 작은 차이를 만들어가는 비결, 청킹기법입니다.



단기기억 한계 극복 2.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오게!-자동화

앞서 단기기억을 컴퓨터의 RAM에 비유할 수 있다고 했죠. 혹시 컴퓨터를 사용하며 이런 경험 있었나요? 제법 용량이 큰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할 때, 기다리기 지루해서 인터넷 창을 열었는데 버퍼링이 걸려 빠르게 열리지 않았던 경험. 인강을 듣고 있다가 문서작업을 하는 데 저장 버튼을 누를 때 평소처럼 바로 저장되지 않고 작고 동그란 고리만 돌아가며 행여 다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마음이 쫄깃해졌던 경험. 속도가 느려지고 버퍼링이 걸리는 이 현상들은 RAM의 용량 한계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단기기억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해야 해요. 시험 보는 일은 하나의 일 같지만, 과정은 매우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합니다.


✔ 문제를 집중해서 읽기
✔ 장기기억에서 기억을 끄집어 오기
✔ 시간을 체크하고 관리하기
✔ 주변 소음에 반응하지 않는 노력 하기
✔ OMR용지에 답안을 옮기기

시험 시간 내내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주의집중하여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이 동시에 연속적으로 펼쳐집니다.

익숙하지 않은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다 보면 순간 ‘뭘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몸과 머리에서 버퍼링이 일어나곤 합니다. 결국 속도가 느려지거나, 당황한 나머지 적절한 내용이 제대로 인출되지 않아 실수가 생기곤 합니다.


중요한 시험에서 몸과 머리의 버퍼링을 최소화하고 문제풀이에 집중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나요? 맞아요. 모의시험 연습입니다.


✔ 시험 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 자주 듣기
✔ 국어와 영어 시험의 듣기 평가 연습하기
✔ 능숙한 OMR카드 작성, 문제 당 할당 시간 정하기
✔ 수능 날 쓸 필기구 미리 쓰기
✔ 수능 날과 같은 메뉴로 도시락을 먹기

유난스럽다고요? 이 유난스러워 보이는 연습과 노력은 중요합니다. 실제 유난스러움이 차이를 만듭니다. 앞서 살펴본 주의집중의 비결, 자극 최소화의 법칙을 기억하시나요? 남들에게는 유난스러워 보이는 행동이 자극을 최소화하여 새롭고 당황스러운 문제 앞에서 내 페이스를 유지하게 합니다. 사소한 노력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자극을 익숙하게 만들어, 시험 날 가장 중요하고 새로운 정보인 시험 문제에 더욱 집중하는 힘을 발휘하도록 돕습니다. 차이는 디테일에서 옵니다.


중요하지 않은 자극에 주의를 최소화하여 에너지를 비축해야 합니다. 에너지는 어렵고 새로운 문제에 나의 주의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니까요. 여기에 단기기억의 한계를 극복하는 두 번째 비결이 있습니다.


반복적인 자극은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오게 만들어라, 자동화!입니다. 자동화는 훈련과 연습을 통해 익숙한 문제에서 인지적 노력을 최소한으로 쓰는 것을 말합니다.


“7X8?”

뱌로 대답이 나왔나요 이게 자동화입니다. 우리는 이미 자동화를 사용하고 있었군요. 여러분은 7X8을 들었을 때 7+7+7+7+7+7+7+7=56으로 연필을 들고 숫자를 써가며 풀지 않습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외워둔 구구단 덕분에 애써서 생각하지 않아도 56이라는 숫자가 바로 나오는 겁니다. 구구단을 외우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고 남아 우리를 돕고 있었습니다. 순간과 하루하루가 소중한 까닭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단기기억 용량과 에너지는 한계는 결국 밸런스 잡기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복적인 일을 능숙하게 만들어 에너지를 덜 쓸 때, 새롭고 중요하여 집중이 필요한 일에 더 많은 생산적 에너지를 충분히 쓸 여력이 생깁니다. 이 과정을 통해 처음엔 노력을 기울였던 일이 수월해지면 또 다른 새롭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여 능력의 면적을 넓히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거죠.


스턴버그(Robert J. Sternberg)의 지능에 관한 연구인 삼원지능이론(triarchic theory of intelligence)은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분석적 지능, 경험적 지능, 실제적 지능을 제안합니다. 그중 경험적 지능을 위해 자동화 능력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반복적인 경험으로 정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새롭고 복잡한 문제를 만나도 자동화 덕분에 시간과 머리를 쓰는 노력을 최소한으로 하게 되어, 비축해 둔 에너지로 고차적이고 높은 수준의 생각을 떠올려 새로운 해결책을 제안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동화를 위해 구구단을 외웠던 그 고된 기억은 우리 마음속에 다 있지만, 그 노력은 잊지 않고 여전히 우리를 돕고 있었네요. 중요한 일을 위해 주변의 일의 강약을 조절해 주는 일, 자동화가 우리를 돕는 방법입니다.


단기기억 한계 극복 3. 최대한 많은 감각을 자극할 때 더 많이 기억한다-보고, 듣고, 쓰는 것은 나의 힘

미국 행동과학연구소(NTL: the National Training Laboratories)는 학습 방법에 따라 24시간 후에 남은 기억의 차이를 연구했습니다. 교사의 설명만 들은 학생(청각정보)은 약 5%, 읽기(시각정보)로 학습한 학생은 약 10%, 교사의 설명과 시각적 자료를 제공받은 학생(청각, 시각 동시 제공)은 배운 내용의 20%를 기억했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시각과 청각 정보를 함께 제공한 수업은 듣기만 했을 때보다 약 4배, 스스로 읽기만 한 학생보다 약 2배의 기억을 남깁니다. 정보가 많은 지금도 학교 수업과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뇌는 우리 신체의 감각기관(눈, 귀, 코, 혀, 피부)으로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이때 감각기관을 주로 처리하는 대뇌피질의 각 부분이 반짝반짝 활성화됩니다. 눈으로 본 교과서는 뒤통수의 후두엽(occipital lobe)에서, 귀로 들은 설명과 발표는 양쪽 귀 위쪽의 측두엽(temporal lob)에서. 손으로 필기를 한다면 정수리 부분의 두정엽(parietal lobe)이 반짝이며 정보를 처리합니다. 대뇌피질의 후두엽, 측두엽, 두정엽이 서로 반짝반짝 활성화되어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고 조합하며 ‘아! 그래서 사각형의 넓이는 가로 x세로 구나!’와 같은 기억이 만들어집니다. 이 기억은 측두엽에 위치한 기억저장소인 해마(Hippocampu)에 잠시 저장되었다가 장기기억으로 이동합니다. 단, 모든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고스란히 이동하지는 못합니다.


어떻게 하면 해마에 잘 저장될 수 있을까요? 바로 감각 정보를 최대한 사용하여 뇌의 각 영역을 고루 자극하는 것입니다. 눈으로만 보면서 후두엽만 자극하는 것보다 설명을 듣고, 입으로 소리 내 되뇌며, 손으로 필기하면 뇌의 다른 영역도 함께 자극됩니다. 이때 우리 뇌의 각 부분은 서로 협력하여 정보를 더 잘 처리하고 여러 경로로 해마를 자극합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뇌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손으로 필기하는 것은 더욱 도움이 됩니다. 먼저 촉각이라는 감각기관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감각기관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 되어주죠. 또한, 우리 단기기억의 특징을 생각해 보세요. 10-20초 기억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설명을 지금은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20초 후엔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래의 문제를 푸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29+(18-3)÷{25-(30-5X2)}


이 문제를 풀 때 각 과정에서 나온 답을 그때그때 써두지 않고 외워서 풀기는 어렵죠. 우리 단기기억은 처리할 게 너무 많아서 정보를 오래 쥐고 있지 못하니까요. 살아가며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3+5'처럼 단순하지 않습니다. 과정은 복잡하고 난이도는 올라갑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써야 합니다. 문제가 어려울 때, 머릿속에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 우리는 펜이든 자판으로 타이핑을 하든 손으로 써야 합니다. Vygotsky 역시 생각이 언어에 영향을 미치지만, 동시에 내가 쓰는 언어도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손으로 쓸 때 생각은 정리되고 방법은 떠오릅니다. 적자(籍자者) 생존. 적는 사람이 생존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은 지금 사용할 수 있겠어요. 잘 안다는 것은 그만큼의 해결책도 마련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장기기억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단기기억이 가진 용량의 한계를 알게 된 지금, 의미 있는 정보를 묶는 청킹기법, 반복을 통한 자동화 기법, 마지막으로 공부할 때 보고 듣고 쓰기를 통한 감각기관 활용을 꼭 염두에 두세요. 기억의 부자로 가는 비결입니다.


다음은 노력해서 단기기억에 곱게 묶어둔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누락 없이 보내 기억의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